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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담 일지] 12회 차

by 우주먼지

지난 주말에 중요한 일이 있어 잠실에서 마포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상대방의 기분을 살폈다.

- 목적지까지 갔던 1시간,

- 목적지에서 사진 찍으며 시간을 보냈던 2시간 정도의 시간,

-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서 30분 정도의 시간..

거의 5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


아무튼 상대방과 함께 있는 시간 내내..

나는 그 사람이 기분이 나쁜 줄 알았다.

요즘 잠을 못 자서 피곤해서, 차가 막혀서, 귀찮아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기분이 나쁜 줄 알았고

그게 다 나 때문이라고 느껴졌다.

- 내가 사진을 찍자고 해서

- 내가 차를 갖고 가자고 해서

- 내가 이 시기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서..


그런데 웬걸, 나중에 기분이 왜 안 좋았어?

그래서 괜히 내가 눈치가 보였다고 말하니.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잉? 이게 무슨 말이지.

그냥 요즘 피곤해서 반응이 덜 해진 것뿐이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상담선생님께 하니, 선생님께서는 왜 그게 다 내 탓처럼 느껴진 것인지 물어보셨다.

곰곰이 생각해 보다 내린 결론은 내가 그렇게 나를 생각하고 있으니, 남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을 끊임없이 부정하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예민하고, 짜증 잘 내고, 타인 신경 많이 쓰고, 고민 많이 하고, 노력하는 거에 비해 엄청난 성과를 내는 것도 아니고, 조마조마 잘하고, 앞에 나가서 말하는 것 부끄러워하고, 스트레스받아하면서도 열심히 안 하고, 영어 공부 말만 하면서 (전화영어, 인강 등) 돈 투자 많이 하는데, 시간 및 돈 대비 실력이 엄청나게 뛰어난 것도 아니고, 엄청 예쁜 것도 아니고 몸매가 좋은 것도 아니고, 마른 편이긴 하지만 (사진 찍은 것을 보니) 볼품없고, 그렇다고 살찌기는 싫고, 피부에 뭐가 나면 정말 뒤집어지고,


이런 나의 모습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그런 OO 씨의 모습도 그냥 OO 씨예요. 그게 별로고 별로가 아니고를 떠나서. 근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나를 한 번 더 싫어하는 걸로 결론을 내린다는 점이 짚어볼 만하다고 하셨다.


그런 얘기를 듣고 나니

이렇게 한 번 더 복잡하게 생각하는 내가 다시 또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내 생각을 읽는지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 상대방의 기분 나쁜 표정을 보고, 내 탓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의 특징과 관련된 영상들이 많이 뜬다. 그런 영상이나 책을 보면 잠시는

'그래 내 탓이 아닐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자유로워지는 가 싶다가도

이렇게 가까운 사람의 표정 변화에는 여전히 내 탓이라고 확정 짓고 고민한다..


근데 이런 주제로 글을 쓰는 나도 너무 지겹고 싫다....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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