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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담 일지] 13회 차

제가 편안하고 행복하면 다시 불행이 찾아올 것 같아요

by 우주먼지

[요즘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어서 시간이 빠듯하여, 상담 후 기록만 하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저의 복잡한 생각이,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최근 몇 주동 안에는 오랜 고민을 통해 내 인생에서 큰 결정을 내려 마음이 편안했다.

그런데 결정을 하고 마음이 편안해진지 한두 시간 즈음 지났을 까

내가 이렇게 마음이 편하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

나에게 이런 평화를 주다니,, 나에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갈 것 만 같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카톡이 알람이 울리면

'우리 그만하자.'

'나 사고 났어'

'엄마가 많이 아프데'

'아빠가 응급실에 가셨어'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는데 그게 아니라 내 주변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프다고 연락이 올 것만 같고, 나를 떠날 것만 같은 불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카톡이 오면 깜짝깜짝 놀라고, 실눈으로 카톡을 슬쩍 확인하게 됐다.


행복해질수록 불안했고, 축하를 받을수록, 이랬다가 다 파투가 날까 봐 불안했다.

나중에 어떻게 이야기하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 얘기를 상담선생님과 나누다 보니

상담 선생님께서는 OO 씨가 본인이 편안한 것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이렇게 된 바탕, 어린 시절의 이야기 이야기를 하자니 그게 이유인지 확실치도 않고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상담 일정을 마무리하고 끝내려던 찰나,

'선생님, 저는 이렇게 미리 걱정하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고 기분 좋게 들떠 있다가

어떤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충격을 받고 기분이 다운되면, 그 갭이 너무 클 것 같아서 무서워요.

예를 들어서 50만큼 기분이 좋았으면 슬픈 일로 -50까지 떨어져도 100만큼만 떨어질 텐데

너무 기분 좋게 그 시간을 만끽하고 있으면 100만큼 올라갈 거고 슬픈 일이 생겼을 때 -50까지, 그러니까 150이나 떨어져야 하잖아요. 저는 그 차이를 최대한 줄이고 대비하고 싶어요.'


선생님께서는 내 말을 듣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OO 씨, 만약 기분 좋게 있었다면 -50까지 안 떨어지고, 0까지만 떨어질 수도 있고. 그건 모르는 거예요. 생각보다 잘 이겨낼 수도 있죠.'


이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내가 미리 불안하고 스스로를 힘들게 해서, 얻는 게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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