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 원숭이 죽이기
이번 주는 휴일이 많은 주라 상담이 목요일에 진행되었다.
어제 상담을 하는데 선생님께서 많이 졸려보이셨다. 계속 하품을 하시고 너무 졸려서 내가 하는 질문에도 빙빙 돌려 대답하시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불편해졌다. 나는 쉬는 날에 이렇게 와서 상담하고, 상담 비용도 지불하고 1시간 알차게 나의 마음에 대해 탐구하고 싶어서 왔는데, 선생님은 그냥 나를 일로서 대하시는 것 같아서 나만큼 간절하지 않다고 느껴지니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그러고 나니 짜증도 올라왔다.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은데, 30분이나 지난 것을 보고,, 한숨이 나왔다. 선생님이 내 말을 잘 듣고 있는지 아닌지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을 했다. 어떤 대답을 하시든 다 마음에 안 들었다.
이번 상담은 이렇게 의미 없이 마무리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10분 정도 남았을 때
내가 뭐든 완벽하게 하고 싶어 한다는 (뻔한) 주제의 이야기가 나왔다.
근데 나는 내가 완벽주의자가 아닌 것을 알고, 그렇게 하는 일들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 남들한테는 관대한 것도 알기 때문에 이 모순에 내가 너무 거만한가 라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
이 뻔한 주제가 나에게는 새롭지 않고 너무 지겨운 주제인데 (왜냐하면 나는 그렇게 완벽을 추구하고 있지 않은데 , 자꾸 그렇게 말하니까 뭘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내가 상담에서 지금 불편함을 느끼는 마음도 이와 관련 있다는 것을 깨닫고, 헛 하고 놀랐다.
상담을 하는 한 시간 내내 의미 있게 보내야 한다는 마음,
상대방이 졸려하면서 내 이야기를 잘 듣지 않으면 내가 말하는 나의 마음을 선생님이 놓칠 수 있어서 실망하는 마음,
이것도 완벽하고자 하는 마음과 관련이 있다고 느껴졌다.
선생님께서 물어보셨다.
" OO 씨는 완벽해지고자 하는 마음에서 벗어나고 싶은 건가요? 사실 이건 OO 씨 선택이에요. 더 하루를 열심히 살 수도 있고요. 조금은 느슨하게 여유 있게 살 수도 있어요. 어떤 게 더 좋다 이런 건 아니에요. 다만, 저는 OO 씨가 어떤 쪽을 선택하든 재밌어했으면 좋겠어요. 즐거웠으면 좋겠고요."
나보다 더 열심히 사는 사람도 많고, 더 여유 있어 보이면서도 많은 것을 이룬 사람도 많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꼭 열심히 산다고(=완벽을 추구한다고, 100프로 효율적으로 산다고, 100프로 집중해서 일을 한다고) 더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침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내 머릿속 원숭이 죽이기'라는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 완벽하다는 것은 좋은 목표처럼 보인다. 완벽주의자들이 스스로에게 주는 모든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보면 놀랍기까지 하다. 매우 높은 기준에 맞춰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들은 그저 자신의 원숭이 때문에 몸이 굳어버렸고, 프로젝트의 목표가 아닌 완벽주의에 근시안적으로 몰입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완벽주의가 그런 마비 증상을 유발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효과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을 잊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구절을 몇 번 경험하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날 내가 좀 더 마음에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쓰고 나니까 온전히 받아들이고자 하는 생각도 완벽해지고자 하는 욕심일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