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하나밖에 없는 딸
요즘 자꾸 꿈을 꾼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미 하루가 지나간 느낌이다. 꿈이 너무 생생하기 때문..
정말 주제는 별의별 주제가 다 나온다.
예를 들면, 오늘은 출근을 했는데, 하얀색 바지에 생리혈이 아주 많이 묻은 꿈이었다. 그래서 허둥지둥, 어떻게 하지. 바지를 사러 갔다 와야 되나. 고민하다가 알람이 울려 일어났다. 진짜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너무 피곤했다. 이미 하루를 다 산 것처럼 피곤했는데, 아직 출근 전이라니..
일요일에 안 자던 낮잠도 자고 체력을 겨우 회복했는데, 월요일 아침이 되자마자 바로 피곤해졌다.
이렇게 꿈을 생생하게 꾸는 게 가끔이 아니라 거의 일주일 내내, 주 7회 꾼다.
꿈과의 내 심리와의 관련성이 있나 선생님께 이야기를 해봤는데 심리와 꿈의 해석을 관련짓는 학파가 있다고 하긴 하지만, 아쉽게도 시원한 해석은 없었다.
오늘 내가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일이 아주 많이 가까워졌다. 그 문자를 받자 또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럴 때면 나는 아빠한테 전화를 한다.
"아빠, 이제 미국 비자 인터뷰도 열려서 진짜 가게 될 것 같은데. 또 그 연락을 받으니까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어."
아빠가 선뜻
"무슨 마음인지 알아. (농담으로) 아빠가 같이 따라갈까?"라고 말했다.
"(아빠가 걱정할까 봐) 아니 미국 가게 되는 것 자체 때문에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나는 여전히 이것저것 고민하면서 이직을 못하고 있는데, 확고하게 꿈을 향해 가는 사람옆에서 내가 너무 초라해 보여서. 나도 이직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드는데. 자신이 없어. 나는 영어도 잘 못하고. 내가 열심히 나름 산 것에 비해 너무 초라해."
"하나도 초라하지 않아. 이뤄놓은 것 많고 충분해."
로봇 같은 아빠의 단호하면서도 다정한 목소리에 또 울컥했다.
아빠의 하나밖에 없는 딸이, 주변 사람과 비교하며 별거 아니라고 말하면 얼마나 속상할까.
퇴근하는데 멀미가 나는 건지, 그냥 속이 안 좋은 건지, 스트레스성 위염인 건지 속이 안 좋고 울렁거렸다.
운동도 3km만 뛰고 왔다. 잠시나마 그냥 정말 내가 여기서 끝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고민해 봤다.
아빠가 그랬다. 너무 멀리 생각하지 말고, 일단 오늘, 당장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아빠가 다 지원해 주겠다고. 이제 아빠를 위해서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해놓고 여전히 이런 말을 하게 만드는 딸인 게 너무 죄송하고, 죄송하다. 정년퇴직을 하고도 남은 나이에 여전히 일하시는 아빠.. 얼마나 쉬고 싶고 편하게 지내고 싶으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