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tifreeze 그림책 Aug 24. 2022

그림책으로 보는 에니어그램

4 유형 _ 빨간 나무


에니어그램이란

에니어그램은 우리의 무의식적인 집착을 다루는 고대의 통할 및 지혜입니다. 에니어그램은 인간을 9가지의 성격유형으로 분류하며 각 유형에 대한 이해와 성장에 대한 안내를 제공합니다. 에니어그램을 배우기 위해서는 자신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용기와 서로의 다름을 수용하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연약함을 받아들이면서 더 깊은 사랑의 차원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4 유형

4 유형은 힘의 중심으로는 가슴형에 속합니다. 이들을 부르는 이름으로는 개인주의자, 예술가, 특별함을 추구하는 사람 등이 있는데요. 이들은 자신만의 낭만적이고 독특한 취향을 지니고 있으며 심미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고유한 감정을 유지합니다. 멜랑꼴리 한 분위기와 취해 있는 표정을 보일 때가 많고 고통과 죽음에 흥미를 느낍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 때문에 자신을 이방인으로 여기며 결핍과 상실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의 정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진부한 것, 피상적인 것, 품위 없는 것, 평범한 것을 회피합니다. 이들은 자신을 은유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이상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니 비언 그룹으로는 움츠림형에 속하며 남들과 떨어져 있으면서 누군가 자신을 발견해 주기를 바랍니다. 이들의 근원적인 문제는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시기와 선망입니다.  



4 유형의 그림책 - '빨간 나무'

그림책 '빨간 나무'는 제 첫 그림책이었습니다. 문학 치료 강의 중 우연히 알게 된 그림책이었는데 당시 교수님께서 우울증을 다룰 때 적합한 그림책이라고 설명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그림책을 보고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빨간 나무'는 4 유형의 정서를 섬세하게 담아낸 그림책인데 아마도 작가 숀 탠('잃어버린 것', '여름의 규칙', '매미' 등을 그림) 이 4 유형이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그는 우리의 어두운 내면을 환상적인 그림으로 표현해 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작가로 그가 그려낸 감정은 진짜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멜랑꼴리 _ 평범한 어느 날 고개를 숙인 채 힘 없이 길을 걷고 있는 소녀가 있습니다. 그 위로 거대한 물고기가 입을 벌린 채 울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어둠 속 소녀의 내면이 물고기로 형상화된 듯합니다. 하염없는 저 울음의 이유를 작가는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그저 같이 울고 싶게 만들 뿐입니다.


(의식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균적인 4 유형의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깊고 강한 우울을 경험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피하려고 하는 어두운 감정들의 뭉치가 이들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끈적거리고 축축하고 음침한 공기가 무겁게 흐릅니다. 이들의 슬픔은 때로 신비로워 보이기도 하는데 아마도 평범함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이질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운명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방인_ 소녀는 버려진 유리병 안에서 괴상한 헬맷을 뒤집어쓰고서 웅크리고 있습니다. 유리병 안에 고여 있는 물은 바닷물인지 빗물인지 아니면 눈물인지 알 수 없습니다. 소녀는 축축한 병 안에서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왜 얼굴을 가리고 자신을 가둘까요.


4 유형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자신이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오해받은 경험들이 쌓이면서 상처가 계속될수록 이들은 점점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켜 갑니다. 그렇게 세상과 멀어진 채 과거의 상처를 곱씹으며 우울의 늪에 빠집니다. 슬픔에 젖도록 자신을 그냥 내버려 둡니다. 결국 자신을 이 세계와 어울리지 않는 이방인이라 여기게 되지요.



&그리움_소녀는 연필로 바닥에 선을 하나씩 그려나갑니다. 무수히 많은 선들이 생기고 소녀가 앉아있던 바닥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소녀가 처음부터 달팽이처럼 둥글게 말린 화석 위에 올라타 있던 건지 아니면 기다리고 기다리다 보니 땅이 둥글게 말려진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소녀의 기다림이 길고 길었다는 것, 그리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만 알 수 있습니다.


4 유형은 구원자를 갈망하는 사람들입니다. 나를 이해해 줄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불행에 빠진 나를 구원해줄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이들은 홀로 있는 자신을 누군가 발견해주고 다가와주길 원합니다. 직접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요구하는 건 뭔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끼거든요. 고유한 나를 알아봐 주길 원하는 마음을 은근히 드러내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그걸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들의 막연한 그리움은 아마 죽을 때까지 계속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움 _ 창 밖으로 화려하고 눈부신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창문이 밖에서 잠겨 있는 바람에 소녀는 창문을 열 수 없습니다. 아름다운 순간이 지나쳐 가는 걸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소녀가 애처롭게 느껴집니다. 저 자물쇠는 누가 채워놓은 걸까요.


4 유형에게 아름다움은 존재의 이유이며 삶의 본질입니다. 그 아름다움은 요즘 시대가 추구하는 외적인 부분이 아닌 보다 미학적이고 심미적인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경이와 찬미를 불러일으키는 것, 독특하면서도 본질에 가까운 것들을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우울이나 슬픔도 우아할 수 있습니다. 그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창조하고 싶어 하는 4 유형들도 많기에 그들을 예술가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정체성_소녀는 온갖 낙서로 가득한 벽에다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녀의 주위에는 주황빛 새들이 전부입니다. 혼란스러워 보이는 길 어딘가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물으며 붓을 들고 있는 소녀에게서 간절함이 느껴집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디 있는지 소녀의 질문은 멈추지 않습니다.


4 유형은 끊임없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묻는 사람들입니다. 그만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불안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우월감을 느끼다가도 그들처럼 평범해질 수 없는 자신을 열등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이들의 정체성이 이렇게 흔들리는 이유는 자신의 감정을 기초로 정체성을 형성하기 때문인데요. 변하 무쌍한 감정이 곧 자신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4 유형의 심오하고 복잡한 내면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들의 어둡고 불안한 감정은 가까이하기엔 부담스럽습니다. 자신의 고유성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같은 모습은 인위적이고 이질적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가지고 있는 깊이와 독특함, 진실과 아름다움을 향한 추구는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일깨워 주고 벅찬 감동을 느끼게 합니다. 이들이 건네는 선물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평범한 일상을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면서 스스로를 구원해가길 바랍니다. 마침내 빨간 나무를 발견한 소녀처럼. 





작가의 이전글 슬픈 인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