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교육지침서

by 에도가와 J

네이버 검색 7만건, 구글코리아검색 7만건, 다음검색 8만건이 검색되었다. 바로 안전불감증(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둔하거나 안전에 익숙해져서 사고의 위험에 대해 별다른 느낌을 갖지 못하는 일)에 관련된 뉴스다. 안전불감증은 복지국가로 달려가는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는 사회문제다.


2014년 4월 16일 대형사고가 터졌다. 무고한 304명의 목숨을 세월호가 삼켜버렸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사고현장의 모습이 생생하다. 다시는 대한민국에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이 계기로 교육현장에선 생존수영수업이 생기고, 안전과 방재교육의 중요성을 각인하고 노력중이다. E본부에서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대한민국에 작은 희망이 되고자 일본을 찾았다.


학생이 주체가 되는 방재&안전교육을 실시하다.

취재팀은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 때, 지진과 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치바현의 아사히시(旭市)에 있는 이이오카중학교(飯岡中学校)를 방문했다. 카지야마교장선생님은 취재팀을 반갑게 맞아주셨고, 그들의 아픈기억을 하나도 빠짐없이 알려주셨다. 당시 14시 46분쯤, 진도5강의 지진이 발생했다. 다들 책상 밑으로 몸을 보호하며 흔들림이 없어질때까지 기다렸다. 그후 안내방송을 따라 안전모를 쓰고 전원 신속하게 운동장으로 집합했다. 지진 발생10분뒤, 3미터규모의 쓰나미가 40여분 뒤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쓰나미경보가 발령되었다. 교장선생님은 피난소로 되어있는 학교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판단하여 학교에서 700미터 떨어져있는 공원(해발 7미터)으로 전원 피난시켰다. 그의 냉철한 판단과 신속한 결단력으로 쓰나미경보 발령 후 10분만에 모두가 무사할수 있었다. 세월호와는 완전 대조적인 모습이였다. 그들은 그날을 교훈삼아 지역특성에 맞는 방재훈련과 지도를 강화시키고, 지역주민들과 합동훈련을 실시하게 되었다. 학교내에서는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방재관련 세미나를 개최하고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지역과 함께 방재교육모델을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도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세타가야구에 있는 츠카토초등학교의 방재교육은 입이 벌어질정도로 체계적이였다. 문부과학성(한국의 교육부)에서 내려온 지침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지진발생 모의훈련은 얼마나 신속하게 운동장으로 대피할수 있는지 목표를 정해놓고 1초라도 단축시킬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수업을 실시한다. 예를 들면, 만약 학교내 수영장에서 수업을 받을때, 지진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직접 체험을 한다. 더나아가 다양한 설정(유리창이 깨져서 맨발로 수영장을 빠져나갈수 없을 경우 등)을 만들어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수 있도록 방재교육을 실시했다. 누가 부러우면 지는거라고 했는데, 일본학교에는 실내 또는 야외에 수영장이 갖춰져있다. 언제든지 수영교육을 실시할수있고, 지역주민들도 이용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생존수영을 실시하고 있지만 교육시설이 부족하여 실효성 논란이 많다. 진정한 방재강국이 되기위해서는 이런 사회적 인프라가 무엇보다 절실하고, 형식상으로 하는 안전과 방재교육아 아니라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살아있는 교육을 실시해야한다. 지금이야말로 논어의 눌언민행(말만 앞세우지 말고 실천을 중시하라는 뜻)이 필요할때다.



시민들이 보여줘야할때다.

2019년 12월 10일 민식이법(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 당시 9세)이 통과되었다. 이 법안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의무화 등을 담고 있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담겨있다.


5년간(2014년-2018년)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 총 11만 4천건(연간 2만건 이상) 중 사망자수는 2천 822명(연간 560명), 2018년 교통사고건수 21만건 중 사망자수는 3,781명, 2016년 71명 어린이 교통사고로 사망, 이것이 교통안전에 대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어렸을때부터 자나깨나 차조심하라고 귀에 딱지가 생길정도로 들었는데, 왜 이렇게 개선이 안될까? 아무리 좋은 정책과 법이 있더라도 국민들이 지키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없다. 나하나 쯤이야하는 생각은 완전히 버려야한다. 내자식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불구자가 된다면 어떨까? 상상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한국보다 덜하지만, 일본도 교통안전에 자유로울수 없다. 일본은 한국처럼 대대적으로 검문소를 설치하여 음주단속을 하지 않는다. 12년동안 일본에서 살면서 음주단속을 딱 한번 당했다. 하지만 일본도 2000년도에 음주운전사고건수가 26,280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처벌강화로 음주운전사고건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2018년기준,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는 3,355건이고 사망자는 198명). 일본이든 한국이든 강력한 법이 없으면 사고율과 사망자가 줄어들지 않는다는건 참으로 안타까운일이며 시민들이 반성하고 반드시 고쳐야할 부분이다.


최근 일본에서 작은 바람이 불고 있다. 직원 255명을 둔 미야타운수회사는 “어린이 박물관 프로젝트”, 화물차 운전수의 자식이 그린 그림을 차량에 부착하고 안전운전에 동참하자는 운동을 홍보하고 있다. 계기는 2013년 8월 4대째 미야타사장이 취임하고 1년뒤, 본인 소유의 차량과 스쿠터가 충돌하면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매일밤 잠을 못자며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어느날 그는 직원의 트럭운전석에 자식이 그려준 그림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안전하게 운전할수 있다는 직원의 말을 듣는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라 트럭에 그림을 부착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운전자의 마음가짐, 그 트럭을 본 주위 사람들의 반응도 좋아 전차량으로 확대했다. 소문이 퍼지면서 다른 운송업체도 동참하게 되었고 현재까지 무사고다.



일본에는 교통사고 시뮬레이션을 담당하는 스턴트맨이 있다. 학교를 방문하여 누구에게나 일어날수 있는 교통사고를 리얼하게 재연한다. 한편의 액션영화를 보는 것 같지만, 학생들에게 교통사고의 위험성과 경각심을 심어주는데 꽤 효과가 있을 것 같다. 또한 시내버스의 경우, 출근하자말자 경찰들이 사용하는 음주단속기보다 더 기준을 높여 혈중알콜농도를 검사한다. 만약 기준치를 넘으면 그날 운전을 할수 없고 처벌을 받는다. 차량에는 특수장비를 설치하여 운전하는 동안 안전운전점수를 매겨 인사고과에 반영한다. 운전자의 인권을 침해할수 있는 소지가 있으나, 무엇보다 승객의 안전을 제일로 생각하는 제도는 충분히 칭찬 받을만하다.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작은 노력들이 모인다면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다.


산업재해는 안전디자인부터

대한민국의 노동현장은 아직도 후진국이다. 최근 이천물류창고 화재사건만 보더라도 짐작이 된다. 언제쯤 산업재해로부터 인명과 경제적손실을 지켜낼수 있을까. 올해 노동절에 문재인대통령도 “노동자가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되어야한다고 강조했지만, 2017년 고 노회찬국회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3년째 국회에서 계류중이다. 무엇보다 21대 국회에서 법처리를 시키는 동시에 안전을 무시한 생산성에 집중한 산업현장의 패러다임을 함께 개선해야한다. 지금까지 산업현장에 사용되는 장비는 성능중심으로 디자인되었지 어떤 환경에 어떤 사람이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못했다.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사용자의 요구에 맞는 안전디자인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2017년 그 해답을 찾고자 U본부와 함께 키타큐슈시에 위치한 TOTO기업을 찾았다. 이곳은 135명 중 85명이 장애인이다. 정신장애, 지적장애, 청각장애, 시각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분들이 근무하고 있다. 사업장은 처음부터 장애인을 배려해서 디자인되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직원이 불편하지 않게 통로를 넓게 만들고 선으로 표시해놓은 공간에 물건배치가 잘되어있어 휠체어를 타고 움직이는데 걸림돌이 없다.



걷다가 넘어질수 있는 장애물(배선과 공구 등) 같은건 작업데스크의 윗부분에 선과 레일로 연결하여 달려놓았기에 거의 힘을 들이지 않고 잡아댕기면 사용할수 있다. 이 장치는 어깨의 부담을 줄여준다. 작업데스크는 사람의 신체조건에 맞게 높이와 각도를 조절할수 있다. 즉 불필요한 동작을 없앤 안전디자인이다. 제품 반출입구에는 소리가 나는 램프를 달아놓아 시각장애나 청각장애를 가진 직원을 배려했고, 화재가 났을때 일반인보다 움직임이 느린 직원들이 고려하여 천장도 높게 설계해놨다. 작업장 곳곳에 다양한 장치를 통해 직원모두가 안전하게 일하면서 생산성을 높여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산업현장이 작업자 중심으로 될려면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수 있는 법과 제도를 바꾸고, 우리들의 생각부터 사람이 우선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행동으로 실천해야한다. 그래야 더이상 노동자가 허무한 죽음을 되풀이하지 않고, 노동자가 주류세상이 될수 있을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