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강국으로 가는길

by 에도가와 J

쿵~하면서 몸을 지탱할수 없을정도로 땅이 흔들렸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무서워할 겨를도 없었다. 무조건 3살배기 아들을 품고 몸을 피했다. 2분 30초가 지나서야 흔들렸던 땅이 아무일 없는 듯 잠잠해졌다. 티비를 켜니 토호쿠지방은 비상사태, 순식간에 쓰나미가 모든 걸 쓸어버렸다. 내가 살고 있는 도쿄의 에도가와구는 큰피해가 없었지만, 반복되는 흔들림에 잠을 잘수가 없었다. 지진 첫경험치곤 너무 쎈걸 맞아서 기억하고 싶진 않지만, 이틀뒤 피해현장에 출동하고, 방재관련 주제로 여기저기 불려다니며(12편의 프로그램을 제작) 이 분야에 나름 준척이 되었다.


일본의 방재사랑

2016년 9월 12일 경상북도 경주시를 진원지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였다. 지진에 대한 경험이 없는 한국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이를 계기로 지진방재에 대한 한국사회의 패러다임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내가 맡은 취재업무라서 칭찬하는 건 아니고 한국에서 방재를 다룬 프로그램 중, KTV의 PD리포트 이슈본(本) “지진 대처 선진국, 일본을 가다”가 일본의 지진방재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업체와 연구기관, 개인들이 삼위일 체가 되어 지진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잘 담겼다.


일본정부는 큰지진이 일어날때(1978년 진도5의 미야기현의 바다에서 지진발생, 1995년 한신 아와지 대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마다 건물의 내진기준을 개정하여 강화시켰다. 현행 내진기준은 1981년 6월부터 시행된 것을 따르고 있다. 일본에서 종종 발생하는 진도5정도의 지진에는 거의 피해가 없고,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리히터 규모 6-7정도의 지진에서도 건물 붕괴로 목숨을 잃지 않는 내진성을 요구하고 있다. 2013년 내진율이 82%, 점점 올려가고 있다.


또한 방대한 예산을 들여 일본전역 4,374곳에 지진관측계를 설치했다. 기상청과 국립방재과학기술연구소는 지진정보를 신속하게 분석해 미디어를 통해 시민들에게 신속하게 전달한다. 진도3이상이 될 경우, 미디어는 방송중에도 긴급지진속보를 내보낸다. 무려 3초이내에 해결된다. 1995년 코베대지진을 계기로 건축구조물에 내진설계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내진설계를 평가하고 더 강한 구조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세계최대규모의 내진공학연구센터도 설립했다. 이곳은 진도7까지 실험이 가능한데, 실험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건축설계 방법을 개발하고 건축법을 개정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사용될정도로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




지진방재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민간업체는 일본 최대유통업체 이온(2019년 기준, 연매출 8조 5천억엔, 현환율기준 93조원)이다. 매년 정기적으로 전국에 있는 매장에서 방재훈련을 실시한다. 형식적으로 하지 않고 매년 목표를 정해서 지역주민, 통신회사, 구급차, 소방차, 경찰 등 합동훈련을 실시한다. 사실 유통업체가 많은 예산을 들여가면서 방재훈련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들은 방재가 고객들과 신뢰관계를 만들어가는 훌륭한 마케팅이라고 했다. 지진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기에 만약 쇼핑중에 발생한다면, 유통업체가 고객의 생명을 지켜주는 것이 도리이고, 반복된 방재훈련과 이벤트를 통해 고객들의 방재의식을 끌어올려 일상생활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예를들어, 다양한 방재용품(전기분전반 차단기, 가구낙상방지도구, 수동충전라디오 등)과 방재식품을 준비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수 있다. 이온은 고객의견을 반영하여 신방재재품까지 개발하고 있다. 즉 방재는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개인들은 “자조(自助)”와 “공조(共助)”를 어렸을때부터 귀에 딱지가 생길정도로 듣는다. 자조는 말그대로 자기자신이나 가족의 생명과 재신을 스스로 지키는 것이고, 공조는 재해시 우선 자신이나 가족의 안전을 확보한 뒤, 이웃에 협력한다는 뜻이다. 실제 1995년 코베대지진때 지역주민의 공조에 의해 많은 인명을 구조했다. 모든 가정이 다 갖추고 있는건 아니지만, 생존가방을 준비해놓고 유통기간이 다가오는 방재식품을 집에서 체험해본다. 코베시의 경우, 시민들로 구성된 작고 큰 방재조직이 2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정기적으로 지역주민들이 만나서 반복적인 방재훈련을 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어 방재의식을 높인다고 한다. 이런 점조직이 비상시엔 큰힘을 발휘한다.


더 나아가 행정의 공조(公助)도 중요하다. 피땀흘려 낸 세금으로 소방, 경찰, 군대 등의 공적인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식량과 식수 등 생활물자비축(피난소기능 강화)을 비롯하여 정보전달기능을 강하하고 방재훈련과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한다. 취재팀이 방문했던, 도쿄의 23구 중 에도가와구는 전연령이 참여하는 방재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학교에서 학부모들과 함께 피난소훈련(밥짓기 등)을 체험과 도쿄도에 마련되어 있는 방재시설에 방문하여 다양한 방재체험을 한다. 공원 겸 비상물자거점센터 역할을 하는 시설에는 방재식, 간이화장실 등 다양한 방재용품이 비축되어 있고, 비상시 버너기능을 할수 있도록 고안한 의자도 마련해놨다.



일본에는 매년 5,000여건 이상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한다. 우리보다 앞선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전문가들도 완벽하게 예측을 할수 없다고 한다. 지진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방재는 답이 없다. 어렸을때부터 반복된 훈련과 교육을 통해 몸에 익히고, 비상시에는 스스로 몸을 지켜내고 이웃과 함께 협력하고, 민간기업과 정부는 한걸음 앞서가는 정책과 시스템을 갖춘다면 피해를 최소화할수 있다.


한국사회의 고질병 중에 하나인 안전불감증, 전세계에 완벽한 사회는 없다. 부족한 부분은 그나라 실정에 맞게 계속 채워나가면 된다. 경주와 포항지진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피난민이 고통받고 있으신 분들이 있다. 단순히 방재체험관 설립해서 여러분 열심히 배우면 지진피해를 줄일수 있습니다가 아니라, 왜 방재가 필요한지, 시민들과 함께 방재의식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 어떻게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것인지 진정성이 담긴 정책을 펼쳐야한다. 시민들도 더이상 대한민국이 지진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개인도 변해야한다. 더이상 소잃고 외양갓 고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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