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담긴 지역축제

by 에도가와 J

지도에 점을 찍으면 지도가 없어질정도로 지역축제가 많은 일본. 각지역별로 전통복장을 갖춰입고,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우렁찬 구호소리와 전통악기의 음악소리에 맞춰 산차(山車, 일본어로 다시라고 부르며, 축제때 끌고 다니는 수레)를 끌고 당기면서 신명나게 즐긴다.


대한민국의 지역축제는 어떤가?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각 지자체들은 지역발전을 위해 축제를 개발했다.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해당지역의 문화를 알리는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축제산업의 지출규모는 3조원을 넘는 영화산업의 전체매출과 비슷한 규모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지역축제의 양적팽창은 성공했지만, 대부분의 축제가 실속이 없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전국적으로 2000여개가 넘는 축제가 있지만, 지역마다 유사한 축제가 많고 축제를 단순상품화 또는 정치도구화로 이용되면서 축제의 본질이 훼손되고, 대부분의 축제들이 80%를 정부보조금을 받아 진행하다보니 축제의 제정구조와 운영주체의 자생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쟁력있고 영혼이 담긴 지역축제를 만들순 없을까? 그 해답을 찾고자 2016년 U본부와 함께 일본을 방문했다.


영혼이 담긴 축제, 카라츠쿤치.

인구 12만의 중소도시인 사가현의 카라츠시(佐賀県の唐津市), 매년 11월 2일이면 높이 7미터와 무게 3톤인 14개지역을 대표하는 히키야마(曳山, 일본의 지역축제때 끌고 다니는 장식한 수레), 쿤치(くんち)축제를 즐기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50여만명이 모여들어 마을이 들썩인다. 이 축제는 무려 400년의 역사가 숨쉬고 있다. 긴 역사동안 지속가능한 비결이 뭘까?



취재팀은 1875년 12번째로 탄생된 쿄마치(京町)팀을 이끌고 있는 야마다상을 하루종일 따라다녔다. 먼저 박물관에 보관중인 히키야마를 꺼내서 자신의 지역으로 끌고가 1년의 때를 닦아내고 멋지게 단장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여성들이 복장과 음식을 준비했다. 야마다상 집으로 오늘 쿄마치 히키야마를 진두진휘하고 끌어갈 청년들이 한명씩 모여들자 술잔에 잔을 붓고 안전을 기원하며 건배를 외쳤다.


지자체, 경찰과 소방팀의 도움을 받아 14개구역의 쿤치가 집결되자 대규모 행렬이 펼쳐졌다. 쿤치의 모양도 가지각색, 개성이 넘치는 팀별 복장을 갖춰입고, 남녀요소 가리지 않고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쿤치를 이끄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가끔씩 다른 지역의 쿤치를 만나면 기싸움을 벌이면서 흥을 돋군다. 3시간의 행렬이 끝나자 팀원들은 야마다상 집 근처로 복귀했다. 다들 둘러모여서 허기진 배를 진수성찬으로 채우며 술잔을 돌렸다. 해가 떨어지자 쿤치에 달아놓은 제등에 불이 들어온다. 낮과는 다르게 분위기가 180도로 바뀐다. 전통악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 우렁찬 구호에 맞춰서 형형색색의 쿤치는 다시 거리를 나섰다. 둘러싸인 관광객의 환호를 받으며 축제의 열기는 더욱더 뜨거웠다.



야마다상은 취재팀에게 카라츠쿤치의 장수비결을 솔직담백하게 알려줬다. 주민이 주체가 되어 영혼이 담긴 전통을 지키고자하는 열정이라고 했다. 듣는 순간 내 가슴에 뭔가 꽉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주민이 주체가 되어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이 그리 쉬운일인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거대한 쿤치를 유지보수해야하고, 지역커뮤니티를 이끌어나갈 인재도 있어야하고, 지역행정과 원활한 소통을 해야하는 등 해야할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1년에 한번밖에 없는 쿤치는 그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소중한 의식이자 축제인 것이다.


일생에 꼭 방문해보고 싶은 리우쌈바카니발, 이 축제는 약 3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 매년 100만명이상의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5천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누린다고 한다. 이 축제는 매우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다. 쌈바축제에 출전할려면 리우데자네이루 지역에서 결성되어 있는 200여개의 쌈바스쿨에서 1년동안 준비해 치열한 경쟁 끝에 결승에 오른 12개학교의 팀만이 삼바축제에 참여할수 있다. 이 축제에 참여한다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며 쌈바스쿨이 없다면 축제를 개최할수 없다. 농업으로 치면 1차산업이 튼튼하다는 뜻이다. 1팀당 3,000명에서 5,000여명으로 구성되고 그들을 위한 의상, 매년 새롭게 만들어지는 팀별 대형오브제, 전통악기, 지역먹거리 등 2차산업은 축제산업 자체를 지탱해주는 큰힘이 된다. 이 모든 것을 조합하여 TV중계와 훌륭한 축제컨텐츠로 만들어 황금알을 낳고 있다.


세계 유수의 축제들은 역사도 길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금의 명성을 얻었다. 대한민국의 지역축제가 활성화 된지 고작 25년밖에 되지 않았다. 짧은 기간동안 세계가 주목하는 축제도 생겼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국민들이 피땀흘려 낸 세금은 소중하게 쓰여져야한다. 축제도 기업처럼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개선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의 축제도 카라츠쿤치나 리우쌈바카니발처럼 주민이 주체가 되고 영혼이 담겨야한다. 축제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태어나 살고 있는 곳에서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보람을 느낄때, 그 축제는 장수할수 있고, 진정성을 인정받아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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