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선배의 명을 받고, 일본 쥬니치신문과 이사카와TV팀을 데리고 대구행 비행기를 탔다. 일본지자체로부터 제작지원을 받은적은 많은데, 한국지자체로부터 받은 건 처음이다.
어느날 대구에 계시는 SH선배(이 지역의 대표방송사, T본부의 전직PD)로부터 연락이 왔다. 대구시 의료관광홍보를 위해 일본미디어를 초청하고 싶다는 얘기였다. 난 두말없이 가능하다고 했다. 선배는 너만 믿는다며 전화를 끊었다. 제작진을 꾸리는 시간은 충분했는데, 그 후 선배로부터 업무진행에 대한 소식이 없어 불안했다. 하지만 난 한국지자체와 함께 일할 기회를 잡고 싶었고, 신세를 많이 진 선배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었고, 그걸 발판으로 더 큰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욕망이 솟아올라 하나씩 하나씩 준비했다.
방송사, 신문사 그리고 여행사까지 섭외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항상 그렇듯 빠듯한 예산이라 공중파에는 얘기조차 할수 없었고, 프로덕션과 지역방송사에는 체제비 지원만으로는 프로그램을 제작할수 없는 구조(인건비와 사후작업에 들어가는 비용)라 다들 거절했다. 울고 싶었지만 진인사대천명이라고 그때 야마모토상이 구세주처럼 나타났다.
야마모토상은 쥬니치신문호쿠리쿠본사(이시카와현, 후쿠이현, 토야마현 지역을 커버)의 논설위원이다. 쥬니치신문하면 일본에서는 중앙지로 2019년 기준 조간과 석간 포함해서 250만부를 발행하는 메이져신문사다. 내가 그를 처음만난건 2013년 K본부 보도국의 취재로 일본3대 정원 중 하나인 켄로쿠엔(兼六園)에 방문했을때다. 취재를 마치고 스탭들은 와규 (일본소고기)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조금 허전했는지 2차로 고깃집 사장님의 소개로 한국인이 경영하는 Bar에서 술한잔하게 되었다. 가게 안은 일본인 손님들로 가득했고, 주인장은 한국인을 간만에 만나는지 엄청 반가워하며 잘 챙겨줬다. 우린 기본좋게 술을 마셨다. 분위기가 무르익을때쯤, 손님 중 한명이 우리 좌석으로 와서 한국어로 인사를 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깜짝 놀랬는데, 그 인물이 바로 야마모토상이다. 우린 급친해졌고, 서로 명함을 주고받고 자주 연락하는 사이에서 형동생의 관계가 되어버렸다. 그는 일본의 공중파 후지TV 계열사인 이시카와TV의 제작팀, 카나자와에 본사를 두고 전국 3군데 지사를 둔 지역대표여행사, 그리고 그가 소속되어 있는 카메라기자를 데리고 2017년 7월 14일 인천공항에서 나랑 상봉했다.
난 만나면 좋은친구 M본부에서 일하면서 취재로 전국 여기저길 많이 다녔지만, 대구와의 인연이 깊지 않아 대구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았다. 그래서 3박 4일 동안, 대구시의료관광의 종합선물세트를 제대로 즐기면서 취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런 내마음을 읽었는지 야마모토상은 팀의 리더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대구시는 2009년 4월 정부로부터 메디컬시티사업을 수주하여, 의료산업을 신성장의 동력으로 만들고, 글로벌 수준의 선진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메디시티대구를 선포하였다. 10년만에 치료를 목적으로 타 지역을 찾지 않는 “수술 및 전문질환에 대한 자체충족률”이 전국 1위로 나타났고, 대구를 찾는 연간 의료관광객도 2만명을 훌쩍 넘기며, 비수도권 1위를 달성했다.
일본에는 한방병원이 없다. 기껏해봐야 일반병원에서 처방해주는 가루로된 한약이나, 중의학을 공부한 약사들이 한약을 파는 약국이 전부다. 한국방송사의 건강프로그램 취재로 일본 전역을 다녀본 결과, 일본인들이 의외로 동양의학이나 한방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일본에서 한방은 비싼이미지가 강하고, 한국처럼 다양한 한방의료서비 스를 받을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있지 않다보니, 한방병원에서 체험은 신선했다. 이걸 어떻게 알고 대구지역신문사들이 촬영현장으로 달려와 취재경쟁을 벌였다. 담날 우린 지역신문사에 대문짝만하게 소개되었다.
여성의 변신은 무죄라고 했던가. 이시카와TV의 막내아나운서 카와타니상은 올스킨피부과에서 풀코스로 피부관리를 받고 피부에서 광이 나고, BL성형외과에서 다국어로 지원하는 서비스와 살짝 콤플렉스가 있는 얼굴 부위를 최첨단 장비를 통해 전후를 비교하는 시스템에 물 만난 물고기처럼 흥분했다.
대구의 명물하면 막창곱창 아닌가. 안지랑곱창 골목은 나도 처음인데, 그 맛이 기가 막혔다. 야마모토상은 곱창 매니아인데, 이렇게 큰건 일본에서 본적이 없다며 정년퇴직 후, 꼭 고향에서 오리지널 대구곱창막창 가게를 차릴꺼라고 주인장의 연락처를 부랴부랴 메모했다. 다들 맛이 좋았는지 후다닥 촬영하고 술잔을 돌리는데 정신이 없었다.
이번 취재때, 가장 인상깊은 곳은 서문시장이다. 시장은 그 지역의 상인들과 소통하며 정을 느끼고, 그 지역의 먹거리를 맛보고, 그 지역의 특산물을 사고, 그 지역의 역사를 배울수 있는 종합문화공간으로 여행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대구는 100점 만점이였다. 서문시장은 저녁이 되면, 카멜레온처럼 야시장으로 변신한다. 청년들의 창업지원사업으로 시작된 것인데, 80여 점포가 관광객의 오감을 즐겁게 해준다.일본인도 재래시장을 좋아한다. 하지만 대구처럼 화려하지 않다. 대부분 현대화식으로 많이 변해서 그 지역만의 특색이 없는 곳이 많다. 이런 점에서 대구의 서문시장은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국내외관광객들에게 두배의 즐거움을 주는 매력덩어리다.
취재는 무사히 끝났다. 첫술에 배부를수 없다고 하지만, 서로 힘을 모아 기대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기사도 대문짝만하게 잘나가고, 막내아나운서의 첫 해외출장임에도 불구하고 방송반응은 뜨거웠고(10분 예상했던 방송이 17분 온에어), 여행사에서도 상품개발에 들어가고, 방송본은 대구시의 의료관광기관들이 일본고객유치(일본에서 개최되는 여행박람회 등)를 할때, 유용한 자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국민들이 피땀흘려 낸 세금으로, 국위선양했다는 느낌이 들어 흐믓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