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이후 매년 3월 21일이 되면 그들이 보고싶다. 국제연합(UN)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과 권리옹호를 위해 2012년에 3월 21일을 다운증후군의 날로 선정했다. 다운증후군은 염색체 질환 중 하나이다. 인간의 21번 염색체가 3개일 때 나타나는데, 지적장애, 신체장애, 성장장애 등의 증상이 있다고 한다. 이 내용을 보고 다 짐작했겠지만, 21번의 염색체가 3개라는 사실을 반영해서, 다운증후군의 날이 3월 21일로 정해졌다고 한다.
어느날 일본의 지상파 4번채널인 NTV에서 춤추는 다운증후군 친구들의 러브정크스(LOVE JUNX)가 출연했다. 댄스를 통해 그들의 장애를 극복하고,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소개되었는데 난 눈을 땔수가 없었다. 방송이 끝나자말자 러브정크스를 리서치했다. 이팀은 다운증후군 친구들을 위한 엔터테인먼트스쿨로 댄스와 연극을 배우고 매년 정기공연을 한다. 대표를 맡고 있는 마키노 안나다. 그녀는 오키나와현 출신으로 1987년 아이돌가수로 데뷰했고, 1992년 Super Monkey’s그룹의 리더로 새롭게 연예계로 진출했지만, 당시 유명했던 아무로 나미에 뭍혀서 활동을 오래하지 못하고 오키나와Actors School에서 책임인스트럭터로 활동하다가 2002년 일본다운증후군협회의 이벤트를 계기로 다운증후군 친구들에게 댄스와 연기를 가르치는 LOVE JUNX를 설립했다.
여기서 잠깐!
오키나와Actors School은 1983년 마키노 안나상의 아버지가 설립한 예능양성스쿨이다. 일본에서 다수의 유명한 가수와 아이돌, 탤런트와 모델을 배출했다. 가장 잘 알려진 인물로는 1995년 데뷰한 아무로나미에. 그녀의 오빠는 AKB48그룹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일본에서도 유명한 음악가 집안이다.
난 서둘러서 몇 개의 아이템을 기획해서 내가 스승으로 모셨던 M본부의 최국장님이 소개시켜주신 후지TV의 더논픽션팀을 방문했다. 부국장을 맡고 있던 M상은 날 반겨주며 담당프로듀서를 소개시켜주었다. 그와 상담하면서 알게된 것은 이 프로그램은 본사제작이 아니고 전부 외주제작이고, 러브정크스 관련해서도 2010년 더논픽션에서 방송된 바가 있다며 그 이후 계속해서 제작하고 있는지 모르니 직접 제작사랑 상의를 해보라며 연락처를 넘겨줬다.
여기서 잠깐!
더논픽션(The Nonfiction)은 1995년 10월 첫방송을 시작으로 후지TV의 간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정으로, 그 역경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스토리의 내용이 많다.
나에게 겹경사가 찾아왔다. 러브정크스 자료를 한국의 협력회사들에 보내줬는데, 한 회사로부터 아이템이 괜찮았는지 E본부에 편성을 받을수 있을 것 같다고 회신이 왔다. 한국은 일본처럼 다운증후군을 위한 댄스엔터테인먼트스쿨은 없지만 노원구에 있는 다운복지관에서 2010년부터 치료의 목적으로 다운증후군 아이들을 대상으로 댄스를 가르치고 있고, 매년 다운증후군 아이들과 다른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탐을 결성해서 댄스경영대회를 펼친다고 했다. 그 중 탑스타는 2013년 평창 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를 맡은 팝핀현준이 지도를 한다고 했다. 이 내용을 듣자말자 난 제작사에게 한국의 탑스타와 일본의 러브정크스 콜라보해서 양국의 다운증후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부모님들의 고통과 걱정거리를 같이 고민하고, 더 나아가 그들이 보다 성장할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서로 정리한 스토리를 가지고 난 일본 제작사와 미팅을 편하게 할수 있었다. 2013년 1월 신주쿠에서 러브정크스 제작진을 만났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난 그들의 연륜에 깜짝 놀랬다. 한국 같으면 거의 취재장에 참여하지 않고, 회사관리와 운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카메라맨이자 회사 대표인 K상이 60대중반, 디렉터는 거의 1살 더 먹으면 환갑이 되는 급이였다. 그들도 새로운 기획을 준비하고 있는 찰나였기에 한국의 탑스타 내용이 매력적이라며 관심을 보였다. 첫만남이였지만, 얘기는 술술 잘풀렸다. 그후 3개월동안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양제작사가 공유할 것은 공유하고, 각자 주어진 환경에 맞춰서 제작하기로 협의를 봤다.
첫 촬영은 한국팀이 먼저였다. 매년 7월에 개최되는 러브정크스의 정기공연에 탑스타와 팝핀현준이 참석하고, 한국팀의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다양한 교류를 하기로 했는데, 취재 이틀을 남겨놓고 탑스타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관계로 일본 촬영을 전면 취소해야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졌고, 사태수습을 해야하니 서둘러 러브정스크의 제작사와 긴급회의를 하고, 차량과 숙소 등 취소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였다. 점차 한국제작사와는 소통이 안되고, 차량과 숙소에 취소에 대한 수수료지급이 지연되면서 난 그를 의심하게 되었고,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다운복지관의 책임자와 함께 삼자대면을 했다. 그날 진실은 밝혀졌고, 모든 것이 제작사의 농락이였다. 탑스타는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았고, 방송사의 편성의향서는 제작사가 위조한 것이였고, 다운복지관은 일본의 러브정크스 존재조차 몰랐다. 결국 난 한국제작사로부터 사기를 당했고, 그 후 난 후지TV 러브정크스 제작을 위해 다운복지관과 탑스타 부모님들과 직접 소통하게 되었다.
촬영 준비는 예전보다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한번 신뢰를 잃어서 그런지, 디렉터가 촬영전 직접 취재처에 방문해서 인사드리고 최종조율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2박 3일 짧은 일정으로 서울로 향했다. 솔직히 제작사 입장에서 볼때,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까지 써가면서 사전에 취재현장을 방문해서 취재내용을 학인해야겠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취재가 프로그램 구성상 중요하다는 것을 짐작케 하지만, 섭외도 잘 마무리된 상황이라 왠지 나를 못믿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기획까지 같이 참여했는데 단순히 한국취재의 코디네이터로만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다운복지관 관계자들과 부모님들은 우릴 반갑게 맞이해줬고, 난 이왕 방문한거 기분좋게 꼼꼼히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하니 사전회의도 잘 진행되었다. 김관장님과 부모님들로부터 일본취재진이 원하는 것을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답을 받는 순간, 디렉터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또한 이번 취재의 피날레로 동대문에 있는 Hello apm의 특설무대에서 펼쳐질 탑스타와 유우군의 미니콘서트 일정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답변을 듣고 일본으로 복귀했다.
난 ON AIR까지 책임을 맡고 있는 중책은 아니지만, 제작자 입장에서 채워줄수 있는 부분은 다 해줄려고 노력했다. 다운증후군 관련 취재가 처음이라 출연자와 조금이라도 유대관계를 만들고 친해지기 위해서 일본 촬영현장도 방문하고, 러브정크스의 공연도 보러갔다. 그러면서 유우군과 조금씩 거리가 좁혀지는 느낌이였다. 안나상과 장기간 취재를 해온 디렉터에 따르면, 다운증후군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려워한다고 했다. 유우군이 춤에 빠져사는 것은 맞지만, 러브정크스에서 인스트럭터의 도전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국이라는 곳에 방문해 유우군과 입장이 비슷한 친구들에게 댄스를 가르친다는 것도 그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와 얼굴이 많이 굳어 있었다.
드디어 2013년 11월 25일, 9명의 스탭이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첫날은 강행군을 하지 않고, 숙소에 쉬면서 안나상과 유우군이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되돌아보며 안나상이 유우군을 격려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푹쉬었다. 숙소는 서울역 근처였는데 아파트 같은 공간이라 편안하고 촬영하기도 편한 장소였다.
담날 아침부터 분주했다. 본죽에서 삼계죽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촬영장으로 향했다. 난 일본 촬영팀과 다큐제작지원은 처음이라 최소한의 동선연출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물어보니 그들은 리얼한 모습을 담고 싶다고 했다. 정제된 영상보다 상황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언어의 장벽이 있더라도 긴장되고 설레이고 어색해하는 리얼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고 했다. 나에게는 신선했다. 다운복지관의 관계자분들과 부모님들은 안나상과 유우군의 사진이 들어간 환영플랜카드까지 만들어주셨고, 우리들을 진심으로 반겨줬다. 안나상이 일정상 3박 4일 밖에 체류를 못하는 관계로, 서둘러 첫 춤강의가 시작되었다. 유우군은 역시나 긴장했는지 안나상과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표정도 어둡고 말도 없고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몸둘바를 모를 정도였다. 누구보다 유우군을 잘아는 안나상은 이날 유우군에게 격려보다는 따끔한 충고를 해줬다. 담날 그는 꿋꿋하게 일어섰다. 팝핀현준과 안나상의 콜라보로 진행된 춤강의에서는 한국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악수하며, 조금씩 그들의 벽이 허물어지고, 춤으로 정이 싹트는 모습이 보였다. 무엇보다 땀 흘리며 모두가 즐거워하는 모습에 감동의 전율이 흘렀다.
하루는 탑스타 멤버 중, 찬희(당시 중3)가 유우군을 초대해 그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는 곳에 방문했다. 어르신들께서는 일본에서 손님온다고 다리 부러질 정도로 한상 차려주셨다. 맛있는 식사도 하고, 다운증후군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에서 힘들어했던 것들을 소통하며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양국 부모님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어머니에게는 가족은 전부이자, 장애가 있든 없던 자식은 보물이라고 찬희의 할머니께서 유우군의 어머니 손을 잡아주시며 위로해주시는 모습에서 어머니의 위대함을 느낄수 있었다.
드디어 한국 취재의 하일라이트인 탑스타와 유우군과의 미니콘서트. 헬로우 apm특설무대에는 200여명의 관객들 몰려들었다. 우리의 주인공들은 마음껏 실력발휘를 했고,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왔다.1주일간의 짧은 시간이였지만, 탑스타와 유우군은 어느덧 진정한 친구가 되었고 어머니들은 한층 성장한 자식들의 모습에 눈물 바다가 되었다. 정말 하나가 되는 순간이였다.
방송은 2014년 5월에 잘 나갔다.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제작사는 러브정크스를 계속 취재하고 있다. 유우군은 그 동안 솔로 앨범도 내고 광폭적인 댄스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도 어느덧 30살이 되어예전보다 체력도 떨어지고(다운증후군은 정상인보다 성장속도가 빨라, 일반인 같은 나이에 비해 늙어보인다고 한다), 그의 부모님도 세월을 돌릴수 없듯 시니어가 되어 유우군에 대한 또다른 걱정이 많다고 했다.
탑스타 친구들도 성인이 되어 각자 주어진 생활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생도 있고, 직장인도 있고, 그 중에는 바리스타로서 활약을 하고 있다고 했다. 너무나도 대견스럽고 멋지다. 다운복지관도 시대에 흐름에 맞게 멈추지 않고, 다운증후군 친구들과 부모님들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언듯 얘기만으로는 일본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한걸음 앞서가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팝핀현준도 탑스타 친구들과 인연을 끊지 않고,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힘이되어주고자 계속해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도 진정한 멋쟁이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환경만들기는 아직 갈길이 멀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가질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의 입장, 자식을 두고 떠날수 없는 부모의 마음, 장애가 있는 친구들에게 에서 우리가 할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실천으로 옮길수 있도록 노력해서 모두가 다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할 것이다. 언젠가 그들의 내용으로 다시 뭉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