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으로 몰려든 왕서방편으로 재미를 본 우린 다음 취재장소로 제주도를 선택했다. 한국방문 중국관광객의 절반이 제주도를 찾고있기에 그 이유가 궁금했고, 중국관광객 대응에 바빠진 제주경찰, 4000여명을 싣고 오는 크루즈, VIP중국고객을 모시기 위한 카지노의 특별서비스, 중국의 거대자본으로 인한 난개발과 부동산문제 등 명동과는 전혀 다른 취재거리가 풍부했다.
막상 일을 벌렸는데, 이번 취재에서 가장 중요한 제주경찰 섭외가 관건이였다. 국내방송사도 간단히 섭외가 되는 곳이 아니기에 매우 조심스러웠다. 만약 취재가 안될 경우, 단팥빵에 단팥이 없는 꼴이 되기에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수 있도록 제주경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초로 도입한 중국어안내방송을 하는 순찰차, 중국어가 유창한 경찰채용과 중국어수업, 연동의 바오젠거리를 불찰주야 가리지 않고 순찰하며 중국관광객과 현지인 사이에 트러블없이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될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담고 싶다는 내용으로 작성했다.
당시 언론담당 경찰관 송경위님, 그의 목소리는 꽤 밝았고 취재에 관심을 보였다. 난 전화를 끊고 담날인 4월 14일(화) 오전 8시 40분 기획서와 취재내용을 발송했다. 모 아니면 도라 두손 모아 기도했다. 이 주술이 먹혔는지 당일 접수해 제주경찰청장님 허가가 떨어졌다는 당일 결과가 도착했다. 난 주먹을 불긋 쥐고 어퍼컷을 날리는 포즈로 환호의 소리를 질렀다. 정말 짜릿했다.
큰산을 넘고보니, 작은산은 식은 죽 먹기처럼 간단해보였다. 5년간의 취재코디 경험을 살려 신라호텔의 카지노,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를 걱정하는 제주환경단체, 크루즈선이 입항하는 제주항만청, 제주공항의 면세점 등은 일사천리로 섭외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중국거대자본으로 인한 현재 제주도부동산의 문제점을 얘기해줄 부동산전문가와 제주도에 거주하는 일본인 섭외가 좀처럼 진도가 안나갔다. 출발이 며칠안남았는데 답답했다.
마지막보류인 제주도의 지인,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서 실장으로 근무하셨던 선영누님에게 매달렸다. 누님은 제주도토박이에 관광업무를 담당하다보니 발이 엄청 넓으셨다. 매일 많은 업무로 귀찮을법도했을텐데,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다. 그 덕분에 부동산전문가와 제주도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 섭외가 완료되었다. 그뿐아니라 숙소와 렌터카는 할인에 할인까지 해주셨고, 멋진 통역원까지 해결해주셨다. 눈물날정도로 고마웠다.
맘편히 출장 떠날 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 터졌다. 2015년 5월 20일 바레인에서 귀국한 첫번째 감염자 메르스확진판정을 받으면서 순식간에 패닉상태가 되었다. 우린 매일 메르스상황을 예의주시했고, 청정지역 제주도만은 피해가 없길 바라며, 6월 8일(월)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직항노선이 없는 관계로 부산을 경유해서 이동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9시였다. 생각보다 몸이 나른했지만, 탁트인 바다와 파도소리는 나의 눈과 귀를 힐링시켜줬다.
올해 2월 서울에서 해외 첫출장 딱지를 뗀 디렉터의 얼굴에 여유가 있어보였고, 한번 호흡을 맞추서 그런지 이번 취재는 척척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전에 제주경찰팀과 사전회의를 하고 촬영내용을 최종적으로 점검하면서 세부일정을 조율했다. 제주경찰은 디렉터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셨다.
부동산취재는 흥미로웠다. 예전에 일본 자민당의 극우성향 의원들이 한국자본에 의해 대마도가 잠식당할지도 모른다는 보도와 비슷했다. 중국인이 제주도 땅에 관심을 가지고 매입이 늘어나는건 사실이지만, 잠식당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제주도로 몰려들기 시작한 때는 2010년 제주도가 부동산투자 이민제도를 도입하면서부터다. 50만달러를 투자하면 거주자비자(F2)를 주고, 5년후에는 영주권도 부여했다. 2015년 3월 기사에 따르면, F2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1007명인데, 이중 98.4%가 중국인이라고 한다. 중국의 상류층인 푸아다이(富一代)들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자연환경과 교육환경이 뛰어나고, 부동산 가격도 상하이나 베이징에 비해 저렴해서 그들에게 제주도는 매력적인 곳이였다.
부동산 대표는 중국인의 투자열풍으로 인해 예전에 비해 부동산 시세가 많이 올랐고, 해안지역과 주거지지역에 꽤 많은 토지가 중국인의 명의로 된 곳이 많다고 했다. 2009년부터 꾸준히 증가하여 2014년 기준으로 7백20만평㎡가 넘는데 평수로 계산하면 210만평이 넘는다. 5년만엔 350배가 늘어났다고 한다. 수치상으로 보면 꽤 엄청난 일이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들이 소유한 땅은 제주도 전체면적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우릴 안내 해주신 부동산대표가 걱정하는 것은 중산간 지역에 대규모 개발이라고 했다. 중산간지역은 해발 200-600미터에 위치한 곳으로 제주도의 지하수, 경관, 생태계 보고라고 할수 있는 핵심지역이다. 또한 제주도가 섬이기 때문에 경관 좋은 해안지역에 토지매입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도 지적했다. 만약 규제없이 무조건식으로 풀어준다면, 잠식당할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 같았다.
기다리던 크루즈선 취재, 역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상하이를 출발한 COSTA SERENA가 3,780명을 태우고 제주도로 입항했다. 그들을 태우기 위한 관광버스가 무려 120여대가 대기하였고, 환영을 알리는 한국풍물패의 멋드러진 공연은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중국관광객들이 메르스여파로 경계하는 분위기였지만, 쉽게 볼수 없는 광경이라 우린 쉴틈없이 카메라로 현장을 담았다. 체류시간이 7시간밖에 없다보니 그들은 서둘러 제주항을 빠져나갔다.
9박 10일동안, 가장 긴 시간을 투자한 건 제주경찰이였다. 제주도는 2002년부터 외국인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테러지원국을 제외한 180개국 외국인에 한해 한달간 비자없이 체류할수 있는 무사증제도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중국인관광객이 급증했지만, 반대로 범죄건수(2015년 기준, 외국인이 저지른 범좌수 393건, 그 중 중국인이 저지른 범죄가260건, 66%차지)이 중국인도 증가하면서 제주경찰이 제주도민와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쉴틈없이 바빴다. 일본에서 보지 못한 중국어로 안내하는 순찰차, 중국어가 유창한 경찰을 특별채용하고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수 있도록 중국어수업까지 개설한 것은 일본에서 벤치마킹할만한 소재였다. 바오젠거리에서 자주 목격할수 있었던건 무단횡단이였다. 10명중 9명이 중국인이였다. 제주경찰은 중국어로 교통법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주의를 줬다. 중국관광객들도 납득하는 눈치였다. 취재기간 동안 중국관광객으로 인한 범죄나 피해같은 건 없었다. 다만 제주공항에 버려지는 쓰레기, 장소구별없이 담배를 피는건 여전했다. 이건 언제쯤 고쳐질까?
마지막으로 호텔신라제주에 있는 마제스타카지노를 방문했다. 그런데 중국관광객이 거의 없었다. 6월 14일(일) 서울에 거주하는 메르스확진자가 제주도를 다녀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카지노담당자는 안절부절 못했다. 그렇다고 거짓으로 연출할수도 없는 상황이였다. 우선 카지노 내부와 VIP를 위해 마련되어 있는 롤스로이스 차량과 담당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10여명의 중국관광객이 룰렛과 카드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부감으로 찍고 마무리하려고 할때, 카지노담당자에게 VIP가 방문한다는 전화한통이 걸려왔다. 통편집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급반전이 일어났다. 그가 롤스로이스에서 내려,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VIP룸에 들어가 카지노를 즐기는 모습 그리고 인터뷰까지 한방에 해결되었다. 마치 분위기는 영화의 한장면이였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제주도 취재는 무사히 마치고 귀국했다. 메르스로 인해 디렉터는 2주간 자가격리하며 사후편집에 집중했고 난 다른 취재로 히로시마에 다녀왔다. “제주도를 찾는 왕서방” 2탄도 주목 받았다. 그 이후 한국의 사드배치 문제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관광객이 사라지고, 일본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2015년 일본을 방문한 중국관광객이 500만명을 돌파하며 매년 증가했다. 2019년에는 960만명이 방문하는 귀염을 토하며 일본관광산업에 큰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