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으로 몰려든 왕서방

by 에도가와 J

욘사마를 시작으로 한류열풍이 일본을 휩쓸었다. 한국방문 일본관광객은 매년 증가 하였고, 2009년 300만을 돌파하며 2012년(352만명)까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MB가 임기말년 뜬금없이 독도방문과 일본천황의 사죄를 언급, 그리고 아베정권이 들어서면서 한일관계는 악화되었고 일본관광객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빈자리는 중국관광객으로 채워졌다. 2013년 430만명에서 불과 3년만에 800만명을 돌파했다.


반면 일본을 찾은 중국관광객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편이였다. 그래서 난 중국관광객이 일본보다 한국을 더 많이 방문하는 이유, 그들의 소비패턴, 그리고 현지에서 발생하는 중국관광객의 트러블과 앞으로 일본 방문이 늘어날 중국관광객을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알아보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 내용은 무사히 통과되어 후지TV의 슈퍼뉴스에서 전파를 타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매주 월-금 오후 16시 50분부터 19시까지, 일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사고, 그리고 정치, 경제, 국제사회 등 화제거리가 되고 있는 내용을 밀착취재 하여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는 시사교양물이다.


후지티비 공식홈페이지에서 사진인용


타이밍이 기가막히게 2015년 1월 K본부의 VJ특공대가 “명동을 바꾼 중국인들”을 제작했다. 난 이 내용을 참고해 편하게 취재준비를 했다. 명동의 쇼핑과 길거리음식, 면세점에 늘어선 긴행렬과 싹쓸이쇼핑, 중국어공부열풍, 이색관광 명소로 등극한 이화여대, 첨단스킨케어 같은 의료관광 등 의욕이 너무 넘쳐 과도한 일정을 짰다.


드디어 7일간의 긴 여정이 시작됐다. 해외 첫출장인 디렉터는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부담감이 컸는지 꽤 긴장한 눈치였다. 난 그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자주 말을 걸고, 여비로 챙겨온 카메라로 그가 놓칠만한 것을 촬영도 하고 적절한 동선연출과 편집할때 용이한 대답이 나올수 있도록 지원했지만, 워낙 소심한 성격이라 그와의 거리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이럴땐 카메라맨이라도 있으면 맘이 편한데 이번 출장은 그런 여유를 부릴수 없었다.


2012년 일본뷰티의 카리스마 잇코와 함께 서울방문 이후, 3년만에 찾은 명동은 낯설었다. 당시만해도 거리에선 일본관광객을 모시고자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 “마스크팟크 야스이데스요(마스크팩 싸요)”가 여기저기서 울려퍼졌고, 일본어로 적힌 가이드북을 들고 돌아다니는 딱봐도 한눈에 알아볼수 있는 일본관광객 눈에 띄었는데 그 모습을 찾아볼수가 없었다. 온통 중국어로 샬라샬라하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고, 자판기나 벽면에 붙어있던 일본어광고지는 중국어광고지로 가려져있었다. 우린 이 현장을 살리고 싶어 중국어광고지를 살짝 떼어내어 숨어있는 일본어광고지를 찍고 방송에 사용했다.


마스크팩전문점은 말그대로 버라이어티했다. 얼굴에 붙이는 팩은 손가락 10개가 부족할정도로 종류가 많았고, 가슴, 배, 엉덩이 등 특수 부위에 붙이는 것도 있었다. 구매량이 많으면 대형사이즈 여행용가방에 팩킹해서 고객의 손에 넘겨줬다. 여행용가방은 당연히 공짜다.



롯데면세점은 오픈전인데 중국관광객의 긴 행렬로 꽤 시끌벅쩍했다. 문이 열리자 그들은 삼삼오오 흩어져 번개같이 대량구매를 했다. 물건이 떨어지면 직원이 바로 채워놓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워커힐면세점은 고급이미지를 중요시하며, 중국고객을 위한 패션쇼가 열렸다. 의류, 보석, 시계 등 고급제품으로 그들의 눈을 자극시켯다. 디렉터는 일본에서 보지못한 풍경이라 매우 신기해했고,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는지 열심히 뛰어다녔다.


명동 방문 중국인 관련 기사에서 사진인용


취재처로 이화여자대학을 섭외는 했지만, 난 정말 중국관광객이 올까 의심했다. 대학교가 관광코스로 된다는 건 주목받는 건축물이 있다거나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인물이 있다거나, 드라마나 영화의 로케이션으로 사용되었거나, 개인적으로 유학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서 캠퍼스투어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화여자대학에 도착해 학교관계자 취재를 마치고 나오니,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중국관광객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이난 듯 학교입구에서부터 사진찍으며 캠퍼스를 만끽하는 느낌이였다. 재학중인 학생들은 중국관광객에 대한 심한 반감은 없었지만, 간혹 도서관이나 강의실에 불쑥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이해를 못하는 듯 머리를 절래절래했다.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반대로 한국관광객도 해외에서 실수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우리도 그들을 손가락짓할 것이 아니라 반면교사로 삼아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캠퍼스투어의 주의사항을 명확히 알려주는 대책도 필요해보였다.


이화여대 방문 중국인 관련 기사에서 사진인용


왕서방으로 넘쳐난 명동. 그곳은 신천지였다. 하지만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해 쓰레기는 넘쳐나고, 개념없이 길담배하고 버려지는 담배꽁초와 침뱉기는 한국인에게 사랑받았던 명동이 중국인에게 지배당하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사후작업의 꽃인 편집은 의외로 내가 찍은 영상이 많이 사용되었다. 현장에선 취재부담으로 말이 없던 디렉터가 나에게 편집으로 고마움을 표현해준 것 같아 내심 기분이 좋았다. 방송은 잘 나갔고 시청률도 제법 괜찮았다. 후지TV에서 2탄을 준비해보라는 연락이 왔다. 내가 선택한 곳은 2부에서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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