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식의 비밀

by 에도가와 J

요즘 여러분은 건강기능식품 어떤걸 드시나요? 홍삼, 프로바이오틱스, 새싹보리, 보스웰니아, 폴리코사놀, 브라질넛트, 쌀겨, 울금, 나토키나제, 크릴세우오일, 클로렐라 등 셀수 없이 많다. 키워드만 들어도 현재 한국에서 유행하는 건기식을 한눈에 알수 있다. 솔직히 한국의 건강패러다임을 바꾼건 K본부 “생로병사의 비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나나가 몸에 좋다고 소개되면 그 담날 슈퍼마켓에 바나나가 동이날 정도로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대단했다. 최근에는 그 라이벌로 떠오른 종합편성채널의 건식이 핫하다.

건식이 뭐에요?


방송업계에서 건식은 "건강식품을 소재로한 교양프로그램"을 말한다. 이 프로그램은 생로병사의 비밀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다. 한국방송에선 건강식품을 전면 노출할수 없기 때문에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을 표현할 수 있는 테마를 정해 퍼즐을 끼워맞춘다. 또한 연예인을 등장시켜 시청효과(건강커뮤니케 이션에서 등장인물 동일시, 즉 연예인이 시청자와 비슷한 처지에 있을때 더 공감하는 것)와 흥미를 유발시키고, 기존의 건강정보프로그램과 동일하게 과학적이고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그 식품의 효능을 검증한다.


건식은 일본취재가 제법 많은데, 내가 취재로 다룬건 새싹보리, 보스웰니아, 낫토키나제, 폴리콜리산, 수소수, 브라질넛트, 울금 등이다. 건식은 다른 취재와는 달리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 건강식품의 좋은 성분과 기능을 강조하여 무조건 먹으면 몸에 좋다라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래서 일본에서 취재할때 객관적으로 입증된 과학정보를 정확히 전달하고 일본사례자도 검증을 해야하기 때문에 전국네트워크를 동원한다.


2019년 종편T본부의 새싹보리 취재를 맡았다. 전체스토리는 일본인의 건강비결을 찾고, 그 속에서 새싹보리가 주목받고 있다는 내용이였다. 우린 오이타현의 온천과 사가현의 녹차, 그리고 새싹보리의 메카를 방문했다. 일본에선 새싹보리를 오무기와카바(大麦若葉)라고 하는데 보리를 파종해서 싹이 난후 약 15-30cm정도 자란 어린 보리잎을 말한다. 새싹보리는 식이섬유, 베타카로틴, 비타민B1, B2, C, 아연, 철, 클로로필(엽록소), 칼슘, 미네랄, 활성산소분해효소(SOD)가 풍부하다.비타민C는 시금치의 30배, 베타카로틴은 6배, 칼슘은 10배이상이다보니, 채소섭취가 부족한 현대인들의 건강을 챙길수 있는데 안성만춤이라 새싹보리의 청즙은 일본에서도 대인기다. 상품종류도 한국보다 엄청 다양하다.


일본에서 새싹보리청즙하면 아사히녹건(アサヒ緑健)이다. 14년간 연속 판매 1위다. 엄선된 주원료는 쿠마모토현의 아소에서 생산된다. 청정지역이자 유기 JAS인정을 받은 곳(농업생산 국제기준, GLOBALG.A.P 인정받음)으로 농약이나 화학비 료를 일절사용 하지 않는다. 새싹보리는 신선도가 생명인데, 철저한 위생관리를 통해서 질좋은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일본 국내 최초로 새싹보리를 맛볼수 있는 카페를 오픈하여 주목받고 있다. 그 현장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았다.



난 새싹보리를 일상생활에서 활용할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기위해 채소소믈리에의 상급프로이자 칸사이지방 챔피언인 세키상에게 부탁했다. 그녀는 흔쾌히 응해줬다. 우림 집까지 방문하는 밀착취재를 했다. 출근하기전 간단하게 새싹보리를 활용한 영양만점의 스무디, 새싹보리의 가루를 활용하여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팬케익과 디저트까지 역시 프로였다. 건강식품은 보통 활용방법이 단순하면 지속적으로 먹기 힘든데, 이런 레시피는 이용자들에게 도움이 많이되고, 응용할수 있기에 탁월한 선택이였다.




일본에는 채소소믈리에협회가 있다. 이곳은 채소와 과일에 대해 뛰어난 감정능력을 갖추고, 영양과 소재에 맞는 레시피등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을 육성하는 곳이다. 채소소믈리에프로와 상급프로는 이런 전문지식외에 청과물의 생산과 유통분야에도 정통하고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농업현황과 과제를 수행할수 있는 사람만 그 자격을 부여받는다. 현재 일본전국에 6만명이 자격을 가지고 있고, 상급프로는 150명정도 밖에 없다.



2017년 CA본부의 <그들처럼 먹어라> 취재는 잼났다. 건식의 한 장르인데 연예인이 여행하며 그 지역의 건강비밀을 찾는다. 이번 주제는 쌀겨였다. 일본에서 쌀하면 니가타현 아닌가. 난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해서 취재준비를 했다.


지금은 중견배우로 활약하시는 정한헌 큰형님과 186cm의 영웅호걸 2명이 함께하니 무서울게 없었다. 다들 첫만남이라 손발이 안맞았지만, 반나절이 지나서야 호흡이 척척 맞았다. 우린 건강비밀을 찾기위해 니가타현 구석구석 다녔다. 일본 역사에서 유배의 섬이자 금과은이 발견되어 황금의 섬으로 불렸던 사도섬, 소설 설국과 5월초까지 스키를 탈수 있는 에치고유자와에서 눈산트래킹과 온천, 쌀소믈리에와 함께 레스토랑버스를 타며 쌀공부도 하고, 일반 쌀겨보다 3배가 큰 왕쌀겨 품종을 개발한 이와후치농가방문까지 정말 예능프로그램을 능가할 정도였다.



우리가 주식으로 하는 쌀의 영영가는 쌀겨에 거의 다있다. 식탁에 오르는 쌀은 가장 겉껍질을 볏겨낸 현미를 도정해서 만든다. 이 과정에서 나온 누르스름한 것이 쌀겨인데, 얼마전까지만해도 쌀겨는 이용가치가 없었다. 대부분 동물 사료로 사용했지만, 근래에 들어서 쌀겨가 영양공급원이라는 것에 주목해 건강기능식품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쌀겨는 비타민A, 비타민B, 비타민E, 단백질, 철분, 미네랄, 지방, 당질, 섬유질,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오리자놀, 식이섬유 등 훌륭한 영양공급원이 들어있다. 이런 성분은 우리몸의 신진대사를 높이고 면역기능을 강화하며,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정말 신기했던 것은 큰형님이 당뇨가 있으신데, 이와후치상 집에서 한끼 대접받은 왕쌀겨로 만든 밥을 먹고 당수치를 쟀는데 당수치가 올라가지 않고 반대로 내려갔다. 다들 놀라며 큰형님은 이와후치상 두손을 꼭 잡으면 고맙다는 말을 연발했다. 이 장면은 연기였는지 실제였는지 모를정도로 너무 자연스러웠다. 역시 베테랑 배우는 달랐다. 촬영도 무사히 끝나고 마지막밤은 사케로 쫑파튀를 하며 모두 한가족이 되었다.



종편채널J본부에 신설되는 아침정보프로그램도 맡았다. 이번 취재는 스포츠아나운서로 인기절정인 아릿따운 여인과 함께했다. 시즈오카현을 여행하면서 그녀가 프로그램에 녹여내야하는 건 콜라겐이였다. 온천도 즐기고, 콜라겐 듬뿍 들어간 라면과 콜라겐스시, 어촌마을의 민박집에서 인심좋은 어머니가 정성드려 만들어준 해산물중심의 식사, 시즈오카현의 상징인 후지산과 녹차 등 3박 4일 동안 쉴틈이 없었다.



무엇보다 스탭들이 다 나보다 어린데다 예능중심의 프로그램을 많이했던 친구들이라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현장박치기로 진행하는 것이 많았고, 민박집에서 콜라겐가루를 병에 담아 주인장에게 그걸 요리에 사용해달라는 무리한 부탁까지했다. 출연자가 자연스럽게 꺼내서 음식을 먹을 때 사용한다면 PPL로 간주하면 되지만, 현지인이 하지도 않는 것을 연출해서 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었다.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이기에 말렸지만 막무가내였다. 족탕이 아닌 온천씬도 억지로 진행하다보니 결국 방송에서 편집되어 도움을 주신 곳에 면목이 없었다. 열심히 일하고도 참 씁쓸했다.


쿠바산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폴리코사놀은 종편채널 M본부의 취재였는데, 광고대행 사에서 일본 취재처를 섭외해줘서 업무가 편했다. 하지만 내가 걱정했던 부분이 현실로 나타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다들 알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종편채널에서 소개하는 건강식품프로그램은 협찬사가 제작지원을 한다. 광고대행사와 협찬사가 기획하고, 능력있는 피디들이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채널에 송출료를 지불하고 방송을 내보낸다. 다양하고 유익한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하는 측면에서는 좋지만, 넘지말아야할 선을 넘고, 협찬사의 요구사 항을 아무런 여과없이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시청자의 알권리인 정보제공이 아닌 상품을 파는 프로그램으로 전략되어 버릴수 있다. 콜라겐과 폴리코사놀 취재처럼 말이다.

1년 농사를 잘 짓고, 출장으로 한국을 찾았다. 선배들과 술 한잔도 기울이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호텔에서 텔레비젼을 보는데 내가 제작에 참여한 건식이 방송 되었다. 뭔가 기분이 묘했는데, 채널을 돌렸는데 홈쇼핑에서 동일한 건식아이템을 소개하고 있었다. 너무 전략적이고 의도적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홈쇼핑에서 건강식품을 소개할때는 물건을 많이 팔아야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그 상술을 경계하면서 보지만, 건식은 의사나 분야별 전문가가 과학적이고 신뢰성이 높은 자료를 제공 하기때문에 소비자들은 그 정보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심리를 이용한 수법이 연계편성이다.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이런 부분을 지적하고, 종편의 건식과 홈쇼핑채널의 연계편성을 조사하니 무려 110회가 넘었다고 한다. 이런 구조는 현행법상 불법행위는 아니다. 협찬사는 제품을 많이 팔아서 좋고, 종편은 송출료를 받아서 좋고, TV홈쇼핑도 매출이 올라 모두 행복해지지만, 현명한 판단없이 무턱대고 믿고 구매로 이어진다면 소비자는 손해볼 가능성이 있다.


건식도 프로그램의 한 장르다. 하지만 영혼을 털리면 안된다. 선을 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제작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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