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탈락한 故노무현 대통령의 명언이다. 난 2017년부터 고향도 아닌 대구와 첫인연을 맺고 10여차례 업무로 다녀왔다. 그 과정에서 말못할 사연이 많았다. 열심히 일한 업무는 남 좋은일 시켰고, 금전적인 손해도 보고, 인간관계도 소원해지고, 남은건 내이름 석자와 업무실적이였다.
2년만에 일본취재팀을 이끌고 대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다단계구조가 아닌 심플하게 대구의료관광진흥원과 단독으로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다. 가장 신경을 써준 사람은 JH팀장이다. 그를 처음 만난건 2017년 일본미디어 초청프로젝트때다. 맑은 목소리에 성실하고 깔끔한 이미지였다. 어느덧 팀장이되어 나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2017년 방송 후, 방송본이 꽤 유용하게 쓰였다고 한다. 일본관광객에게 대구의료관광을 설명할때, 말보다는 영상의 힘을 빌려 홍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한번더 일본미디어를 부르고 싶은데 방송권역을 칸사이지방(오사카, 교토, 효고현 등 7개행정구역, 인구 2,200만명)으로 하고 싶다는 조건이였다. 난 발빠르게 준비했다.
오사카지역 지상파인MBS출신의 지인에게 부탁했다. 돌아온 답변은 안타깝게도 거절이였다. 한국쪽과 업무를 진행할 때, 매번 걸림돌이 비용과 시기였다. 하지만 내 입장을 배려해 좋은 파트너사를 소개해줬다. 오사카 바로 옆동네인 시가현에 있는 제작사였다. 대표인 카와모토상은 뮤지션이자 방송프로듀서로 이 지역에선 꽤 유명한 인물이였다. 지인 소개다보니 대구의료관광 취재건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은 시가현을 대표하는 비와코TV의 정규방송이였다. 무엇보다 조건이 좋았던건 동일한 내용이 킨키지역 180만가구 가입자(1가구 3인기준일 경우, 540만명정도)를 둔 IPTV와 케이블TV에 방송되고, 포털사이트 야후에서 운영하는 방송컨텐츠를 무료로 볼수 있는 사이트에도 공급한다는 것이다. 해외편은 인기가 좋아서 100만리뷰정도 나온다고 했다. 난 서둘러 기획서를 작성해서 JH팀장에게 전달했다. 바로 진행하자는 회신을 받았다. 이번 업무는 중간다리를 걸치지 않고, 단독으로 진행할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 큰 성과였다.
대구에서 체류기간은 2박 3일이였지만, 실제 촬영시간은 카와모토상이 출국 담날 중요한 녹화때문에 하루반나절 밖에 없었다. 입국하기전 카와모토상과 프로그램 구성을 정리해놨기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처음 만나는 팀은 호흡을 맞추는데 시간이 걸리는데다 찍어야할 분량이 많아서(국민의 세금을 헛되게 쓸수 없기에) 살짝 걱정했다.
그들 역시 프로였다. 카메라가 돌자 눈빛이 바뀌면서 짜여진 일정을 척척 진행했다. 난 이번 프로그램에 색다른 변화를 주고 싶었다. 드론을 사용하여 대구의 상징인 수성못에서 오프닝을 하고, 83타워가 보이는 대구의 멋진야경을 엔딩으로 하고 싶어서 자비를 털어서 드론팀을 불렀다. 대만족이였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건 아닌지 모르겠다.
일본에서 의료관광하면, 난치병이나 고난이도 수술을 받으며 요양하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대구의 명물이자 주력상품인 한방체험과 약선요리를 젊은 친구들도 쉽게 접할수 있도록 예능처럼 잼나게 소개하고, 미용과 성형은 체계적인 서비스와 첨단의료시스템을 보여주면서 외국인도 안심하고 체험할수 있는 내용으로 컨셉을 잡았다.
짧은 시간이였지만, 카와모토상과 러시아출신의 유리야상이 환상의 콤비로 잘 진행해줬고, 대구의료관광 네비게이터로 활약해준 김지은통역사도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다만 취재팀이 자유시간이 거의 없어서 업무가 아닌 일본인관광객으로서 대구를 만끽하지 못하고 귀국시킨점이 많이 아쉬웠다.
방송은 잘 나갔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난 큰 욕심이 생겼다. 단발적인 홍보가 아닌 종합적이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대구의료관광을 일본에 알리고 싶어졌다. 메디시티대구는 “의료관광”으로 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대구시 의료관광과 담당자에 따르면, 10년간의 노력으로 2019년 2만 5천여명의 해외관광객이 방문했다고 한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 관광객을 늘리고 재방문율을 높힐려면, 지금보다 더 세심한 배려와 전략이 필요할 듯 싶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여권소지율은 25%밖에 안된다. 선진국 중 가장 낮다. 이 중 20대가53%, 30대가 36%로 높고, 60세이상은 25%정도 된다. 인구수로 본다면 2,30대가 1,200만명, 60대이상이 900만명정도 된다. 소비측면을 본다면, 2,30대보다는 60대이상의 시니어층이 객단가가 높다. 따라서 젊은층과 시니어층 투트랙으로 접근하여 그들이 서울이 아닌 왜 대구를 관광지로 선택해야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꺼리”를 마련해야한다. 자연환경이 되었든, 먹거리가 되었든, 체험거리가 되었든 대구만의 강점을 내세우고, 그들이 관심가질만한 것을 계속 발굴해야한다.
또한 일본인들은 사소한 것이라도 자세하게 설명해주길 바란다. 각 의료기관이나 시설에 일본어통역이 배치되어 있더라도 지금보다 더 정성드려 대응(한약재 일본어표기와 설명서, 피부와 성형외과의 일본어메뉴얼, 일본어판메뉴 등)하고 그들에게 소소한 감동을 줘야한다. 단순히 몸에 좋은 한약을 권하거나, 좋은 상품과 먹거리를 팔면된다는 식의 접근하기보다 미래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주민이 주체가 되어 다양한 체험거리를 개발하여 대구메디시티의 매력을 알릴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한다. 이건 소비확대와 재방문율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PR할 플랫폼을 다각화해야한다. 일본인들 중 대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아무리 좋은것도 모르면 먹을수도 없고, 할수가 없다. 현재는 개별적이고 단발적이면서 수동적인 홍보가 많았던 것 같다. 인기유튜버가 방문하더라도 대구의 컨텐츠는 하나밖에 없고 일시적이다. 대구의 모든 것을 볼수 없다. 따라서 대구의 종합채널이 필요하고, 대구밖에 없는 것을 스토리텔링하여 전력적이고 지속적으로 홍보해야한다.
끝으로 기관별 각자도생이 아니라 원팀이 되어 힘을 모아서 정책을 펼친다면 목표 5만명, 아니 10만명도 가능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