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햇살 이고
창호지 문 바르는 아버지 곁에서
사락사락 바람과 볕이 노니는 오후
마당에서 씨를 익히던 노란 탱자
꽃망울 조롱조롱 매단 국화 무더기 속으로
황급히 구르고,
시름없이 청대추 떨어뜨리며 오는 가을
추석 무렵 대추 따는 손 붉다
오래 바람 거둔 손
새벽 찬 이슬 맞으며 걷던 밭고랑 사이로
아버지의 세월 달아났다
더디게 말라가는 문살 위로 드나들던
통통통, 햇살 소리
흰빛으로 쓸리는 바람
문풍지 우는 소리로 듣는다
시를 쓰며 에세이와 그림일기를 통해 나를 만나고 있습니다. . . 그림에세이 '지금이야, 무엇이든 괜찮아' , '누구나의 계절'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