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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가을

by 호랑
청대추 시 그림.jpg

초가을 햇살 이고

창호지 문 바르는 아버지 곁에서

사락사락 바람과 볕이 노니는 오후


마당에서 씨를 익히던 노란 탱자

꽃망울 조롱조롱 매단 국화 무더기 속으로

황급히 구르고,

시름없이 청대추 떨어뜨리며 오는 가을


추석 무렵 대추 따는 손 붉다

오래 바람 거둔 손


새벽 찬 이슬 맞으며 걷던 밭고랑 사이로

아버지의 세월 달아났다


더디게 말라가는 문살 위로 드나들던

통통통, 햇살 소리


흰빛으로 쓸리는 바람

문풍지 우는 소리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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