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이 첫 예방접종 하던 날
오늘은 오전 수업이 없는 날이다.
그리고 오늘은 시할아버지와 시할머니 제삿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딸아이를 등원 준비 시키며 갑자기 생각했다.
다음 주는 오전수업에, 엄마 병원에, 이리저리 바쁠 예정이라 고양이인 우리 짜장이가 병원에 갈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오늘 가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더 바빠졌다.
짜장이의 식사와 응가하는 것을 확인한 후 나는 케이지로 유인했다.
짜장이는 쉽게 케이지로 들어갔다. 아직 뭐가 뭔지 모르는 짜장이는 얌전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킨 후 언니에게 톡을 보냈다.
'짜장이 오늘 병원 갈 거임. 콜라도 오늘 가자'라고.
언니는 그러겠다고 대답이 왔다.
시계를 보니 10시였다. 분명 아침부터 일찍 움직였는데 벌써 10시라니.
오전 시간의 속도는 정말이지 무서운 속도로 가는 것 같다.
나는 서둘러 언니집으로 향했고, 시간 맞춰 언니는 골목길에 나와 있었다.
“나는 병원 안 가고 애견샵 가면 되는데.”
어허. 이러면 말이 달라지는데. 어쩌지. 잠시 고민했다.
“나는 병원 가자는 줄 알았지. 그러면 애견샵 먼저 갔다가 병원 가자.”
“그래”
애견샵에 도착하니 10시 15분.
문이 닫혀 있었다.
문 앞에 적힌 휴대번호로 전화를 했다.
“사장님. 10시 30분에 오픈하는 거 맞죠?”
“네~”
“아.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네.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사장님은 10시 40분에 도착했다. 나와 짜장이는 차에서 기다리고 언니와 콜라는 애견샵으로 들어갔다.
콜라는 발톱이 너무나 두꺼워 언니도, 나도 깎아주기 너무나 힘들었다.
그래서 발톱이 말릴 대로 말린 콜라는 걷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언니는 애견샵을 찾아온 것이다. 진작에 올 것이지. 왜 이렇게 까지 미뤄뒀는지.
콜라는 아무런 저항 없이 발톱을 무사히 깎았다.
우리는 다음 차례인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짜장이가 우리 집으로 온 건 생후 약 10일 정도 될까 말까 한때였다.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짜장이를 언니가 발견하고 나에게 전화를 걸어 데려가서 살려보라고 했다.
얼떨결에 나는 언니에게로 달려가 짜장이를 데리고 왔다.
그리고 분유를 사러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어렵게 구한 고양이전용 분유를 주사기에 넣어 겨우겨우 먹여주었다.
먹는 것 반, 흘리는 것 반이었다.
그때의 나의 마음속엔 살려야 한다는 마음밖에 없었다.
그 순간 분유를 먹던 짜장이는 눈을 반쯤 떴다.
처음엔 눈이 잘못된 줄 알았다. 가로가 아닌 세로로 붙은 눈이 반쯤 떨어진 걸 처음 본 나는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다.
생후 7~10일이 지나면 눈을 반쯤 뜨고 그 후 며칠뒤 나머지 반이 떨어져 완전히 눈을 뜨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신기한 동물이다.
2~3시간에 한 번씩 분유를 타주며 어렵게 케어받던 짜장이가 벌써 4개월이 넘었다.
이젠 거실에서 달리기도 하고 싱크대까지 점령했다.
그 덕분인지 나는 설거지를 모아서 하는 편이었는데 이젠 바로바로 해서 정리해 버리는 습관이 생겼다.
그 부분은 정말 감사를 표한다.
하지만 그 외엔 양말은 기본이고, 옷에도 구멍을 내고, 박스 물어뜯고, 옷장에 들어가 옷을 엉망으로 만들기도 하고, 강아지 사료도 훔쳐먹고,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사고를 치고 다니는 사고뭉치가 되었다.
그런 모습이 밉다가도 안겨서 골골거리는 모습을 보면 어느새 미움이 사르르 녹아 사랑으로 변한다.
절대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녀석이다.
4개월 만에 병원을 찾은 나에게 의사 선생님은 많이 바빴냐고 물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시간 내기가 힘들었노라고 핑계를 대어보았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은 고양이는 예방접종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말을 해주었다.
오늘은 기초접종과 백혈병 두 가지 접종을 했다.
아. 이제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데리고 다녀야 하는 인물이 늘었다.
나의 어깨는 더더욱 무거워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난동을 부리지 않고 씩씩하고 얌전하게 주사를 잘 맞는 짜장이를 보니 너무나 기특했다.
그리고 케이지 안에서도 너무나 얌전했다.
아마 옆에 처음 보는 강아지인 콜라가 있었기에 더더욱 얌전한 것일 수도 있었던 것 같다.
두 녀석의 용무를 무사히 마치고 우리는 언니 집으로 향하던 찰나에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에 와서 밥 먹고 가라는 전화였다.
김밥 4줄과 쫄면을 사들고 우리는 엄마집으로 향했다.
엄마는 동물을 싫어한다.
다른 이유가 아닌 털이 날린다는 이유로 키우는 걸 거부하는 사람이다.
그래도 두 딸이 각자 한 녀석씩 안고 집으로 들어서니 싫은 소리는 하지 않았다.
아마도 싫은 티를 내면 두 딸들이 집에 자주 들를 것 같지 않아서 티를 내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엄마가 끓여놓은 미역국과 함께 우리는 김밥과 쫄면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맛있게 밥을 먹었다.
그리고 나는 제사 준비를 해야 해서 서둘러 언니를 집에 데려다주고 컴백할 수 있었다.
미루고 미루던 짜장이의 예방 접종을 마치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나의 바쁜 일정으로 짜장이의 예방 접종을 미루는 것이 못내 마음에 계속 걸려 있었는데,
미션 하나를 해결했다.
그리고 열심히 제사음식을 만들었다.
물론 제사라는 미션을 멋지게 클리어했다.
그것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오늘 하루도 바쁘게 움직이고 멋지게 미션완료까지 한 나를 칭찬한다.
내일도 바쁘게 열심히 달려보리라.
벌써 내일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