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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Jan 31. 2023

다짐

나와 딸을 위한 도전

월요일이다. 오전 수업이 있어 바쁜 아침이어야 한다.

하지만 딸아이가 늦잠을 잤다.

깨우기 안쓰러워 조금이라도 더 자도록 내버려 두었더니 9시가 되어도 일어나지 않았다.


겨우겨우 깨워 우유 한잔 먹이고 서둘러 준비해서 집을 나섰다.

등원을 시키고 나니 9시 45분.     

헉. 10시 수업인데. 늦었다.


공방에 가는 동안 몇 번에 신호에 걸렸다. 마음이 졸여졌고 신호가 바뀌자 급출발하는 나를 발견한다. 조금 늦으면 어때서.

갑자기 마음을 달리 먹고 조금 늦게 가도 괜찮다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주차를 하고 나니 10시 5분. 

그래 이 정도면 괜찮아. 스스로 위로해 본다.     


나는 지각을 싫어한다.

옛날 직장 다닐 때 회사 근처에 살아 느지막이 움직이다 맨날 뛰어다녔던 기억이 난다.


결국 마음의 차이이다. 조금 일찍 가서 여유롭게 시작하면 좋을 것을.

맨날 가깝다는 이유로 게으름 피우다 지각하기 일쑤였다.     

그런 젊었을 적 생각을 하면 많이 아쉽다.


그래서 지금은 절대 절대 지각을 안 하려고 노력 중이고 시간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자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버릇을 못 고쳤는지 시간을 너무 빠듯하게 계산하고 움직인다.

여유롭게 움직이면 서두르지 않아도 될 텐데.     


캘리그래피 수업을 마치고 작업실에 잠깐 들러 길고양이 밥을 주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째 비실비실 거리는 노견 미미가 걱정이 되어서이다.


이번주는 일정이 빠듯하여 동물병원에 데리고 갈 시간이 날 것 같지 않아 그냥 잘 살펴보기로 했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걷기도 힘들어하는 미미는 여전히 누워만 있다.    

 

딸아이는 하원 후 주차장을 자전거로 몇 바퀴 돌며 놀았다. 집에 택배가 와있음을 살짝 귀띔해 주니 얼른 집에 가겠다고 한다.

서둘러 집에 들어온 딸아이는 자신의 장난감임을 알고 너무나 좋아하며 행복해한다.

그리고 아빠에게 감사의 전화를 했다.


신이 나게 놀고 있는 딸아이를 뒤로하고 나는 계획표대로 움직였다.      


5시 홈트시간이다.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고 삐뚤어진 골반교정하기, 뱃살 빼기 등 다양한 운동을 한 시간가량 했다. 

땀까지 흘리면서.

마음 같아서는 계속 운동만 하고 싶었지만 아이에게 저녁을 먹여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계란에 김으로 가볍게 저녁을 주려하니 갑자기 딸아이가 생선이 먹고 싶단다.

먹고 싶으면 먹어야지.

부랴부랴 생선을 구웠다.     

채소를 싫어하는 딸아이가 걱정이지만 그래도 생선이라도 좋아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밥을 주었다.          

8시에 퇴근한 남편은 맛있는 걸 시켜달라고 한다.

고기를 좋아하는 남편. 한마디로 한잔하고 싶다는 뜻이다.

보쌈 중자를 시켰다.


주문을 잘못하여 내가 좋아하는 쟁반국수는 오지 않았다.

다이어트를 생각하면 다행이지만,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보쌈을 상추에 몇 쌈만 먹을 생각이었지만 소주 3잔과 보쌈 10쌈 정도는 먹은 듯하다.

운동을 하고 먹어서일까. 더욱 맛있었다.     

더 많이 먹을 수 있었지만 나름 자제를 했다.


한때는 일주일에 두세 번 시켜 먹던 보쌈인데. 이제 그럴 순 없다.

건강을 챙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야식은 돈과 건강을 뺏어 간다.


나의 위장에게 적당한 공복을 주며 건강을 되찾기로 했다.

딸아이가 아직 어리니 엄마아빠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건강하게 오래 버텨야 한다.

이건 사명감이다.     

내가 아이에게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일. 건강 챙기기.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머리카락이 너무나 많이 빠진다.

가르마가 훤하다.

이대로 나뒀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다.


나름 영양제를 사서 바르며 마사지를 해 주고 있는데 영 효과가 없다.

건강도 건강이지만 외모도 챙겨야 딸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될 것 같다.    

 

혹시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엄마가 나이가 많다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면 정말 슬플 것 같다.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려면 몇 년 남았지만 벌써부터 걱정이다.     

이 부분은 남편도 같은 생각이다.

생물학적으로 나이는 많지만 신체적, 정신적 나이는 늙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그러나 그것을 지키기 위한 활동은 너무나 미미하다.

그래서 남편에게도 술과 담배를 줄이라고 잔소리를 해보지만 먹히지 않는다.


마음만 있을 뿐 노력이 없어서 옆에서 지켜보는 나는 답답하다.     

물론 나 또한 노력하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은 신경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것만으로는 안된다.


당장 내일부터 더욱더 박차를 가해야겠다.     

부족한 체력부터 키우고 부지런히 영양제도 섭취하자.    

 

그래 한번 해보자!!!  할 수 있다. 나는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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