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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Feb 03. 2023

해내자! 할 수 있다!

목표를 향한 도전

캘리그래피, 민화수업에 밀린 숙제를 하려고 아침부터 서둘렀다.

다행히도 딸아이가 일찍 일어났고, 1등으로 가고 싶다고 서둘러 주어서 8시 50분에 등원을 시켰다.


이런 날이 잘 없는데 어찌나 고마운지.    

 

덕분에 나는 작업실에 9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다.

어제의 따뜻함은 온데간데없고, 많이 싸늘한 아침이다.     


난로 기름을 사 오지 않아, 무사히 오늘만 버텨주기를 바라며 난로의 게이지를 바라보았다.     

커피를 마시려 물을 끓이고 있는데 밖에서 고양이가 울었다.     


자기가 왔으니 밥을 달라는 뜻이다.

나는 커피를 뒤로하고 고양이사료에 캔을 섞어 작업실 안에 두고 문을 열었다.

오늘은 많이 추우니 따뜻한 곳에서 먹고 가라는 따뜻한 배려라고 말하고 싶다.     


고양이는 조금 망설이다 안으로 들어와 사료와 물을 먹고 조용히 사라졌다.

녀석. 인사도 안 하고 가다니.

     

반쯤 남은 사료와 물을 작업실 밖에 내놓았다.

다른 고양이도 와서 먹고 가라는 뜻이었다.     

한참 뒤에 봤을 땐 그 남은 사료가 더 줄어 있었다.   

  

녀석들 오늘 하루도 굶지 않고 시작하니 다행이다.     

나는 고양이를 뒤로하고 작업에 몰두했다.


민화 ‘일월오봉도’에서 파도를 칠했다.

많이 영역이 아님에도 시간은 꽤 오래 걸렸다.     

그리고 캘리그래피 숙제를 하려던 찰나에 엄마의 고혈압 약을 타러 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선 병원에 전화를 해서 진료시간을 알아보았다.


1시에서 2시 30분까지 점심시간이다.     

하던 숙제를 접고 언니와 엄마를 태우고 병원으로 갔다.

언니는 갑상선약을, 엄마는 고혈압과 당뇨약을.     

대기를 하면서 나도 혈압을 체크해 보았다.

헉. 2단계 고혈압 수치였다.

병원 오기 전 커피를 마셨기 때문이겠지만, 정말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     


엄마는 오랜 세월 동안 고혈압약을 달고 살았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나로서는 절대 고혈압약을 먹지 않도록 해야 함을 느꼈다.     


요즘 작업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커피와 군것질거리를 달고 살아서일까.

건강에 적신호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엄마와 언니의 병원과 약국 업무를 마치고 모두 데려다주고 나서야 나는 집으로 출발했다.     


남편이 땡땡이를 치고서 일찍 오겠다고 전화를 했다.

오후 4시 딸아이 픽업을 같이 했다.

아빠가 기다리고 있으니 딸아이는 신이 나서 발을 동동 굴렸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우리는 경주 황리단길로 향했다.

오랜만에 밝을 때 만났으니 구경도 하고 밥도 먹고 들어올 계획이었다.     

거리를 지나다 전신거울이 보이면 단체사진을 찍었다.

언제나 사진을 찍더라도 셀카밖에 없어서 어린이집에 제출할 사진이 없었는데.

요즘 카페들은 전신거울을 많이 배치해 두어서 너무나 좋다.     


그리고 스티커사진을 찍자고 하는 아이의 말대로 귀여운 모자와 안경을 쓰고 사진도 여러 컷 찍었다.

계속계속 사진만 찍고 싶어 하는 아이를 더 좋은 곳에 가자고 억지로 끌고 나왔다.     

거리를 한참 헤매고 헤매다 아이와 우리가 먹을 적당한 곳을 찾아 들어갔다.    

 

맛있게 배를 채우고 아이가 원하는 뽑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남편은 우리를 집에 내려주고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     


딸아이와 책을 읽고 잠깐의 휴식을 가지고 9시가 넘어서야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내일은 아이가 견학을 가는 날이라 일찍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나 또한 밀린 숙제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도 하다.

주말 동안은 숙제를 할 시간이 전혀 없으므로 내일 끝을 내야 한다.    

 

하루하루 숙제하는 시간으로 바빠서, 정작 해야 하는 것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그림책을 빨리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스토리보드조차도 만들지 못했다.     


상반기에 한 권.

하반기에 한 권.

올해 안에 두 권의 그림책을 내는 것이 목표이다.     


여러 가지를 겹쳐서 하다 보니 그림책이 자꾸 뒤로 밀리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제일 중요한 작업인데. 

    

다음 주는 좀 더 적극적으로 그림책 작업에 돌입하자.

그렇다고 캘리 자격증준비와 민화를 소홀히 하자는 뜻은 아니다.     

시간을 잘 나누어서 세 가지 다 중도포기 없이 끝까지 해내보자.


난 할 수 있다.

그것도 잘할 수 있다.


거기에다 살림도, 육아도 모두 잘할 수 있다!!!


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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