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훈 Jun 10. 2023

지영

1. 지영

"김지영~"


내가 부르는 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나를 힐끗보고는 무표정하게 앞에 앉은 손님에게로 갔다. 그녀는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서 일하고 있다. 괜시리 멋적었다. 손을 흔들어 주고 나는 명품관으로 갔다. 만년필 수리를 맡겨야 했다. 전화벨이 울렸다. 지영이다.


"어 나야"

"점심은 드셨어요?"

"아니, 아직..."

"그럼 8층으로 와요"


8층 에스컬레이트 입구에 그녀가 서 있다. 무표정이다. 뭐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고객이 또 진상을 부렸을까?


"기분이 안좋아 보이는데?"

"아니니까 신경쓰지 말고 따라오세요"


눈을 살짝 흘기면서 앞장서 갔다. 뒷모습도 예쁘다.  누가 유부녀라고 볼까?

파스타집이었다. 그녀는 크림스파게티와 고르곤졸라피자를 시켰다. 스파게티는 날위해 피자는 그녀의 몫이었다. 내가 콜라 하나를 더 시켰다.


"어쩐 일이세요?"

"응 만년필 수리 맞기려"

"근데, 거기서 막 이름을 부르면 어떡해요. 깜짝 놀랐자나요"

"ㆍㆍㆍ"


그녀가 눈을 살짝 흘겼지만 화가 난 건 아닌듯 했다. 그녀가 피자 한 조각을 내 밀었다. 받아 들고 한입 베어 먹으니 맛있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봐요. 여자들은 말이 많거든요"


그녀가 스파게티를 돌돌 말면서 말했다. 그러고는 내게 내민다. 도대체 여자들은 알 수가 없다. 말이 많은 곳이니 조심하라더니 자기는 또 내게 스파게티를 떠 먹여준다.


"점심 먹고는 뭐할거에요?"

"사무실로 가야지"

"저녁엔요?"

"ㆍㆍㆍ"

"오늘 무슨 요일인지 알아요?"

"ㆍㆍㆍ"


나는 먹기만 하고 있었다. 그녀는 먹으면서도 계속 물었다.

먹는 입술이 예쁘다. 그녀는 예쁜 표정을 짓는 법을 알고 있는 듯 했다.


"퇴근하지 말고 기다려요. 나 갈때까지"

"ㆍㆍㆍ"

"오늘 금요일이자나요. 불금"


그녀는 불금에 악센트를 주었다. 나는 그제서야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다. 그녀가 턱을 괴고는 나를 빤이 쳐다보며 웃었다.




 그날 저녁 나는 아내에게 친구들과 모임이 잡혀서 늦을거라고 전화를 하고 그녀가 올 때까지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이미 검토를 마친거지만 딱히 할 일이 없어 다시 들여다 보고 있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저에요"

"일단 올라와. 정리하고 같이 내려가게"


똑똑. 그녀가 노크를 했다. 문을 열자 어느 화장품CF 모델같이 예쁜 그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한발작 성큼 들어서더니 두팔로 내 목을 두르고는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꼭 안아줘요."

"왜? 무슨 일 있었어?"


그녀의 말대로 그녀를 꼬옥 안으며 물었다. 가슴을 떼고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빛이 뭔가를 말하는 듯 했지만 그녀는 입을 열지 않았다.


"우리 저녁 간단하게 먹고 영화보러 가요. 보고싶은 영화가 있어요."

"영화? 갑자기 왠 영화야?"

"응, 같이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요."


그렇게 말하고 생긋 웃으며 올려다보더니 이내 또 가슴에 꼭 안겼다.





신영호 作
작가의 이전글 마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