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면 좋은 '눈', 가져야 하는 '눈'

by 우여나
평가하는 눈.jpg


주말 아침이었다.
카페 밖 창문으로 보인 아기와 아기 옆에 엄마를 가만히 지켜보게 되었다.
아기는 아장아장 걸으면서 공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핑크색 탱탱볼.


오로지 공 하나만 바라보고, 공만 쫓아다니고,

공 하나를 이쪽저쪽 살피는 아이는
‘무아지경’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핑크색 탱탱볼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내 눈엔 그저 탱탱볼


저 아이에겐 뭐가 그리 새롭고 신기한지
계속해서 몰입하며 공 하나로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습이 참 신기했다.


‘신기함’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 것도 엄청 오랜만이었다.
내가 내 눈을 마치 렌즈처럼 사용하는 기분이 들었다.


조리개 열고 닫기, 빛을 조절하고
눈을 살짝 찌푸리면 더 찐하게 보이기도 하고.


핸드폰 카메라의 기능이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감탄을 하곤 했다.
하지만, 내 눈의 기능에는 감탄은커녕
눈에 좋은 영양제 하나에도 인색하다.


오늘은 핸드폰 카메라 없이도
무심코 지나칠 만한 순간들을
내 눈으로 줌인 줌아웃을 반복하며
그 순간을 선명하게 만들었다.


멀리 있는 공놀이 하는 아이를 한참 바라본 나.

오랜만에 ‘관찰’이라는 행동을 진득하게 해 본 날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저 보는 '눈'의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눈으로 보는 것은 나도 모르게
보이지 않는 내 머릿속 어떤(?) 회로에 넣고
구분을 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덕에 시간은 단축될 수 있지만,


그러니깐, 무슨 시간?;;


사실상 이건 시간의 단축이 아니라 감각의 축소고,
길게 보면 발전이 아니라 퇴보 같다.


눈이 제 기능대로 자유롭게 날아다닐 기회를
빼앗아버린 나의 머리.


‘충분히 관찰한 후’라는 단계가 사라진 나에게는
모든 게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느낌이 자꾸만 따라붙었다.

관찰의 기회는 늘 존재했지만,
내가 그 기능을 다시 켤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주말 아침 핑크색 탱탱볼을 든 귀여운 아기의 모습은

눈의 기능만을 충분히 사용한다면,
'지금 나의 공간은 신기한 것 투성일 텐데'라는
마음이 훅, 하고 들어온 하루였다.


사실, 이 날 아침의 감각이 신기해서
이것저것 관찰해보려 했는데 그다음은 쉽지는 않았다.
무뎌진 기능이라는 게 금방 되살아나는 게 아니더라.


다시 그 감각을 키우려면 단계가 필요할 것 같다.

음... 아무래도 귀엽고 무해한 대상을
천천히 관찰하는 재미로 단계를 높여보아야겠다.


일단, 귀여움을 찾아보는 눈부터 다시 사용하다 보면
어떤 걸 보더라도 귀엽게 보는 마음이 생길지도...?

그럼 관찰할 맛 날 텐데... 라며 또 분석하는 내 머리...


눈으로 내 머리를 보고 싶다. 진짜.


지금은,

관찰하는 눈이 필요하다.

판단하는 눈 말고.





완벽하지 않아도, 정답이 아니어도

그저 자유롭게 적어 볼 용기


지금 이 순간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들이

그냥 흩어지지 않도록

[오늘의 끄적임]을 이어가 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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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화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