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 동안 수행했던 '마음 챙김' 녹음본을 정리하기 위해
핸드폰으로 녹음 파일을 옮기는 중이었다.
눈에 들어온 내 핸드폰 사진첩.
정말 많은 사진과 영상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셀카부터,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 풍경, 음식사진,
적기 귀찮아서 찍은 스크린 캡처본,
심지어 주차장 자리 까먹을까 봐 찍어놓은 주차장 번호까지.
많아도 너무 많은 사진과 영상들을 하나씩 살펴보다가
과거의 내 행동이 떠올랐다.
‘혹시나.’
혹시나 하고 찍어놓는 것들.
다급하게 찍어놓는 것들.
그 순간을 마음껏 느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중에 제대로 추억하는 기록들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니게,
그저 기록의 편리성만을 이용한 나의 행동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결국 나는,
차분히 자리 잡고 앉아서
사진첩의 사진과 영상들을 하나둘씩 삭제하기 시작했다.
찍을 땐 한 순간인데
정리할 땐 하루 종일
내가 좋다고 찍어둔 영상과 사진들을
‘쓸데없는 파일들’이라며 몰아세우고 있는 나 자신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 시간 넘게 사진첩 정리는 계속되었고,
조금 덜어진 사진첩을 보자니
마음이 조금 비워지고
손에 들린 핸드폰도 좀 가벼워지는 기분.
그리고 남은 사진들을 보면서,
그 순간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그날.
재밌었네.
즐거웠네.
행복하게 웃고 있네.
표정이... 왜...;;
다양한 감정과 생각이 떠오르는 나를 보고 있자니,
오랜만에 내가 좀,
낭만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
........
요즘 종종 꽂히는 말이 있다.
‘낭만이 사라진다.’
‘기억보다는 기록이 너무 쉬워져서 그런 걸까?’
하는 나름의 이유도 떠올려봤다.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순간은
지나가고 흘러가며,
영원한 것이 없다고 한다.
그 흐름이,
우리에게 아쉬움과 함께
낭만이라는 감정을 남기는 것 같다.
아쉬움이,
오히려 마음을 오래 적신다.
하지만 요즘 내가 하는 ‘기록’은,
낭만이 비집고 들어올 엄두도 낼 수 없는
‘흐름 붙잡기식’의 기록이었다.
그 순간을 사는 대신,
붙잡으려 애쓴 흔적들.
만 개 이상의 사진을 보유하고 있는 나.
낭만을 유지하는 기록은,
‘이 순간을 붙잡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이 순간을 더 깊이 ‘느끼기 위한 도구’ 여야 하지 않을까?
정보로 남기는 기록이 아니라,
감각과 느낌으로 남겨지는 기억.
모든 것이 녹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
조금 더 낭만적인 방법으로
기록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왔다.
충분히 느끼면서 흘려보내야
내 마음이 충분히 채워진다는 믿음과 함께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는 걸
까먹지 말아야지.
지나간 것은,
그저 지나간 대로.
완벽하지 않아도, 정답이 아니어도
그저 자유롭게 적어 볼 용기
지금 이 순간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들이
그냥 흩어지지 않도록
[오늘의 끄적임]을 이어가 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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