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서울에 사는 30대 후반 싱글 여자다. 누가 봐도 내 나이로 보이는 정직한 외모에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은 보통의 체형을 가진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잘 나지 않았는데 엄마에게는 자랑스러운 딸이고, 옛날 사람인데 조카들에게는 쿨한 이모며, 착하지 않은데 친구들에게는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는 나름 괜찮은 사람이다.
편견 없고 열린 사고를 추구하고 자기 주도적인 인생을 살고자 노력 중이다. 비혼 주의는 아니나, 결혼은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연애를 10여 년 놓고 살다가 37세에 맞이한 봄, 꽃도 좋고 날도 좋으니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에 데이트 씬에 뛰어들었다.
10여 동안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고 요즘 사람들은 데이팅 앱으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을 배웠다. 우선 앱에 프로필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아주 잘 나온 사진 여러 장, 기본 신상정보, 자기소개 글이 필요하다. 온라인상에서 하는 공개구혼인 셈이다.
27세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선택이다. 혹시 아는 사람이 내 프로필을 보면 민망할까 봐, 이상한 사람을 만날까 봐, 누가 내 정보를 도용할까 봐 등등. 하지 않을 이유를 열 개는 더 찾았을 거다. 물론 다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나이를 이만큼 먹고 보니 얼굴이 두꺼워진다. ‘내가 데이트 좀 하겠다는데 뭐’ 이렇게 호기롭게 나의 인연 찾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20대부터 30대 초중반에 이미 경험했어야 할 남녀관계의 미묘한 생태를 이 나이가 되어서 배우고 있다. 나이를 잊은 채 살다가 현장에 나와보니, 프로필마다 세상 기준에 따라 매겨진 가치가 있는데 이 나이 싱글 여자는 설자리가 없음을 실감한다. 내 또래 남성 프로필에 이상형이 연하라고 대놓고 써 놓은 걸 심심치 않게 본다.(‘4살 이하 연하 찾습니다’ 이런 식이다) 따라서 내게 주어진 선택이 많지 않다.
이 녹록지 않은 여정을 나누고 싶다. 나이는 많지만, 연애는 서툰 나의 여정이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