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글 Jul 13. 2024

사랑한다는 것.

우리의 마음이 계절이었다면 너를 사랑하는 일은 봄이었어. 오랜 시간을 얼어 있었던 나의 마음이 서서히 녹기 시작해 예전의 온기를 되찾았고 비로소 너를 만나 나의 아픔은 감동과 안심의 눈물로 녹아내렸지. 그리고 곳곳에 아기자기한 감정들이 수줍게 피어나기 시작했어. 우리는 그것들을 사랑이라고 불렀지. 이름만큼이나 아름답고 예뻤어. 어느 때보다 진심이었으니까. 그런 설레는 시간을 너와 차근차근 호흡할 수 있어서 더없이 행복했어. 화창한 날씨, 적당한 온도 그리고 향긋한 내음까지. 만약에 천국이 있다면 그곳은 너의 곁인 것만 같았고 나는 네가 만든 낙원에서 영원히 살기를 소망했어.


그렇지만 언제나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유로 자주 다투기도 했고 나는 같은 모양이지만 다른 의미의 눈물을 흘리곤 했지. 사소한 일에 기분이 상해서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리다가 마음에도 없는 말과 행동을 했던 적도 있었고 가끔가다 너와 크게 다툰 날이면 이대로 헤어지지는 않을까 불안해했던 적도 있었어. 사랑이 머물렀던 자리에는 어쩔 수 없이 후회가 남는 것 같아. 왜 항상 나는 미련이 남는 사랑을 해야만 했는지.


흔히 사람들은 ‘봄’하면 따뜻함을 떠올리곤 하잖아. 그런데 사실 봄은 겨울만큼이나 춥고 시린 계절이기도 하거든. 어쩌면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닐까. 마냥 다정하고 좋을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이별만큼이나 아픈 것. 어느 봄날의 꽃샘추위처럼 말이야.


책 <나는 너의 불안이 길지 않았으면 좋겠어> 중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