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아와 토스카나
짧았지만 강렬한 기억을 남겨주었던 풀리아와 토스카나 여행이었습니다. 한 도시를 여러 번 방문해 보고 역사도 알아보고 숨겨진 이야기도 찾아가며 차근차근 기록을 했던 <이탈리아 골목길 드로잉산책>에 비하면 너무 날림으로 글을 써 내려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이 도시들을 다시 방문한 후 좀 더 깊은 이야기를 쓸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첫 번째 여행에서 만났던 사람들도 다시 만나보고 싶구요. 너무 늦지 않아야 할 텐데 말이죠.
이번에 소개한 작은 마을들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지만, 이탈리아를 처음 방문하는 분께 선뜻 권해드리기에는 부담이 됩니다.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곳이거든요. 이탈리아를 처음 방문하시는 분은 힘이 들더라도 로마, 베네치아, 피렌체는 꼭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이 세 도시야말로 이탈리아 문화의 정수가 담겨있는 그릇과 같은 곳이니까요.
그런데, 도시와 성당여행이 재미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감탄을 하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성당이 숫자와 광장의 숫자가 늘어갈수록 감흥이 점차 줄어들게 됩니다. 한계효용의 법칙이라는 경제학 용어가 여기에도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기분이 들 때 풀리아와 토스카나의 시골을 방문해 보세요. 이탈리아를 더 좋아하게 될지 모릅니다. 대도시와 많은 유적지, 관광지를 방문할 때처럼 급하게 서두르지 마세요. 그냥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가만히 앉아서 커피나 와인 한잔 하시면서 분위기를 즐겨보세요. 시골사람들의 친절한 미소에는 기쁜 마음과 웃음으로 화답해 주시면서요.
여행이 끝나고 나면 유명한 건축물이나 위대한 거장의 작품을 봤던 것보다, 골목의 담벼락에서 나른하게 졸고 있던 고양이를 한참 동안 지켜보던 일 따위의 하찮은 것들이 기억에 남더라구요. 아무튼 저는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