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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Apr 29. 2024

테니스에 미친 자들이 벌이는 섹시한 욕망의 랠리

영화 <챌린저스> 리뷰, 해석 / 여름, 스포츠 영화 추천

주요 내용

- <챌린저스> 영화 소개

- 생명력이 넘치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영화

- 은근하게 섹시한 연출

- 테니스 경기로 풀어낸 삼각관계 / 아트와 패트릭의 테니스 경기의 의미와 결과 해석 (랠리, 타이브레이크)

- 세 사람 사이의 감정에 대하여 (우정, 사랑, 애증, 정복욕, 신앙심)

- 삼각관계에서 타시의 역할 



챌린저스 (Challengers, 2024)

테니스에 미친 자들이 벌이는 섹시한 욕망의 랠리


개봉일 : 2024.04.24.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스포츠

러닝타임 : 131분

감독 :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 젠데이아, 조쉬 오코너, 마이크 파이스트

개인적인 평점 : 4.5 / 5

쿠키 영상 : 없음


섹시하고 뜨겁다. 이 외에 추가적인 설명은 필요 없다. <챌린저스>는 <비거 스플래쉬>,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본즈 앤 올>을 통해 다양한 사랑과 욕망을 보여준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신작이다. 이번 작품 또한 청춘의 뜨거운 욕망을 담은 이야기로 열정적인 세 청춘의 관계를 테니스 경기에 빗대어 표현한 독특한 영화다.


<챌린저스>는 내내 역동성과 뜨거운 온도를 유지한다. 전작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나 <본즈 앤 올>에서는 인물들이 물 안에 뛰어들거나 갈등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잠시나마 온도를 식힐 틈을 주었는데 이번엔 뜨거운 온도를 식힐 작은 틈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주인공 타시, 아트, 패트릭 사이의 삼각관계는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그들의 테니스 경기 또한 긴 랠리를 반복한다.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쳐지지 않는, 긴장감과 도발로 가득한 그들의 뜨거운 관계에 도파민이 팡팡 터진다.


청춘, 여름이었다…
생명력이 넘치는 뜨거운 영화


루카 구아다니노는 여름이 가진 아름다움을 조금도 놓치지 않고 담아내는 능력을 지녔다. 나는 그가 담아내는 여름을 정말 좋아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여름의 반짝임과 나뭇잎 사이를 지나는 바람 조각을 담은 느낌이었다면 <챌린저스>는 여름의 생기와 뜨거움을 가득 담은 느낌의 영화다. 청량함, 힘이 넘치는 사운드트랙과 선명한 색감의 화면이 합쳐져 여름의 생기를 만들어내고 역동적인 경기 연출과 얼굴에 흐르는 땀, 세 사람의 아슬한 관계가 합쳐져 뜨거움을 만들어낸다.

영화 자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챌린저스>는 그 흔치않은 경험을 선사한다. <챌린저스>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영화, 심장을 뛰게 하는 영화였다.


은근하게 섹시한, 욕망의 신 그 자체인 연출


욕망과 관계를 대놓고 보여주는 연출도 좋지만.. 진짜 고수는 대놓고 많은 걸 보여주지 않는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이 분야에서 고수고 천재다.


<챌린저스>의 (겉으로 보이는) 수위는 15세 관람가와 청소년 관람불가 사이 어딘가를 뱅뱅 맴돈다. 조연 배우의 성기 노출 장면이나 뜨겁게 타오르는 몇 장면을 보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선정성을 가진 영화 같지만 그 장면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15세 관람가에 적당한 애정 신과 우정을 보여주는 장면들로 채워져있다. 직접적이지 않고 짐승처럼 달려들지도 않는다. 그런데 뒤돌아 생각해 보면 어라? 싶은 장면들이 많다.


<챌린저스>는 파격적인 첫 키스 장면, 패트릭이 아트가 씹던 껌을 손에 받아주는 장면, 아트와 패트릭이 함께 츄러스를 먹는 장면, 사우나 장면 같은.. 속된 말로 알고 보면 사람 미치게 만드는 장면, 계속 상상하게 만드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이렇게 은근하고 섹시하게 표현하다니. 이 감독은 진짜 똑똑한 변태이거나 욕망의 신임이 틀림없다.


삼각관계의 시작
테니스 경기로 풀어낸 삼각관계


타시, 아트, 패트릭의 인연은 13년 전인 2006년, 한 주니어 대회에서 시작된다. 불과 얼음, 환상의 콤비로 불리던 아트와 패트릭은 결승전을 앞두고 타시의 경기를 보러 간다. 그 당시 타시는 미래가 촉망되는 선수였고 실력과 스타성을 모두 겸비한 스타였다. 아트와 패트릭은 타시에게 첫눈에 반하고 타시는 두 남자의 관심과 삼각관계를 즐긴다.

타시, 아트, 패트릭의 삼각관계는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로 꽤 오래 이어진다. 그러다 타시가 경기 중 무릎 부상을 입고 타시와 패트릭이 헤어진 후에야 세 사람의 관계는 깔끔하게 정리된다. 타시는 아트의 코치가 되고 두 사람은 부부가 된다. 타시의 서포트를 받은 아트는 선수로서 승승장구하고 패트릭은 조용히 잊힌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아트에게 부상과 슬럼프가 찾아온다. 타시는 슬럼프를 타파하기 위해 챌린저급 대회에 참가해 보자며 아트를 설득한다. 그리고 그 대회에서 타시의 전 남친이자 아트의 둘도 없는 친구였던 패트릭을 마주치고, 아트와 패트릭은 13년 만에 같은 코트에서 공을 주고받게 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테니스는 관계야.”
테니스를 치며 상대를 이해하거나, 사랑에 빠지거나.


"Love, One!" (테니스에서 0점은 Love라고 함)

마지막 3세트가 시작될 때, 심판이 이렇게 외친다. 사랑, 하나. 아트와 패트릭은 단 하나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테니스 경기를 펼친다. 그리고 "테니스는 관계"라는 타시의 말처럼 타시, 아트, 패트릭 세 사람의 관계는 테니스 경기의 흐름으로 표현된다.


테니스 경기 각 세트의 의미를 쉽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아트와 패트릭의 테니스 경기 = 타시의 옆자리를 두고 벌이는 사랑의 경쟁

세트에서 승리한 사람 = 타시의 옆자리를 차지한 사람

1세트 = 세 사람이 처음 엮였던 13년 전 시점

2세트 = 삼각관계에 변화가 일어났던 대학 시절의 시점 (타시와 패트릭이 헤어지고 타시와 아트가 만나기 시작할 때까지)

3세트 = 세 사람이 다시 만난 현재의 시점 (챌린저 대회 결승전)


13년 전, 아트와 패트릭은 환상의 콤비로 불리는 사이였고, 마지막 결승전에서 맞붙게 됐을 때 패트릭은 아트에게 게임을 져주겠다고 가볍게 말한다. 두 사람은 좋아하는 여자 타입도 달랐고 테니스에서도 경쟁자라기보단 한 팀이라는 의식이 더 컸기에 하나의 목표를 두고 싸울 일이 없는 사이였다. 특히 패트릭은 혼자서 우승하는 것엔 관심이 없다고 하면서도 복식 경기로 아트와 함께 우승하는 건 의미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아트와의 사이를 특별히 여긴다.


타시는 이런 평화로운 친구 사이를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그녀는 끝내주는 경기를 보고 싶다며 내일 있을 결승전에서 이기는 사람에게 번호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패트릭은 곧바로 져주겠다고 한 말은 옛날 일이라며 말을 바꿨고, 타시와 처음 사귄 사람이 패트릭인 것, 경기 당시 두 사람의 실력차, 신시내티에서 나눴던 대화 내용(아트가 "그때 내가 이겼으면 어땠을까.."하고 후회한다고 말한 것) 등을 보아 결승전에서 승리한 사람은 패트릭으로 추측된다. 이렇게 13년 전 시점과 경기 1세트는 패트릭의 승리로 끝난다.



그리고 2세트. 이야기는 타시와 아트가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던 시점으로 이어진다. 타시와 패트릭은 1년 정도 연인 관계를 이어왔지만 서로를 휘어잡으려다 한순간에 틀어지고 만다. 타시는 자신감이 넘쳐 시합이 끝나기도 전에 이겼다고 생각하는 패트릭이 싫고, 패트릭은 자신을 가르치려고 하는 타시가 싫다. 반짝 불타올랐던 두 사람은 이별을 맞이하고 항상 타시의 손안에서 놀아났던 아트가 타시의 옆자리에 들어와 그녀의 충실한 선수가 된다. 대학 시절 ~ 타시가 아트의 코치가 되기까지의 시점과 경기 2세트는 아트의 승리로 끝난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3세트. 이번엔 현재 시점(2019년)으로 이어진다. 아트는 은퇴를 생각하고 있고 타시는 그랜드 슬램을 바라는 자신의 욕심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아트가 밉다. 타시는 어떻게든 아트를 건져올려보려고 그를 패트릭이 출전하는 챌린저급 대회에 내보내게 되고, 세사람은 다시 테니스 코트 위에서 엮이게 된다. 

3세트에선 아슬아슬한 랠리가 이어진다. 그리고 타시, 아트, 패트릭의 삼각관계도 다시 팽팽하게 당겨진다. 타시는 패트릭과 잠자리를 갖고 아트는 타시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패트릭은 혼자 있는 아트에게 다가가고, 아트는 패트릭을 밀어낸다.

삼각관계와 경기의 텐션이 서서히 높아지는 순간, 패트릭은 아트에게 서브를 넣으며 자신이 타시와 잠자리를 했다는 시그널(아트의 서브 습관처럼 공을 라켓 가운데에 대는 것)을 보낸다. 이는 여전히 우리의 테니스 게임과 사랑의 경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는 신호가 된다. 타시가 패트릭과 잠자리를 했다는 건 다시 타시를 뺏길 수도 있다는 뜻이니까.


패트릭의 시그널에 화가 난 아트는 본능적으로 라켓을 휘두른다. 꼿꼿한 자세로 정면만 보고 있던 타시도 이때부턴 두 사람의 공을 따라 고개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트는 온 힘을 다해 공을 받아치다 네트 너머로 추락하고 패트릭은 공대신 떨어지는 아트를 받는다. 경기 점수보다 오래된 우정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건 한 번의 선택이자 실점일 뿐이고, 테니스 경기는 끝나지 않은 채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누가 승자가 될지, 경기 이후 세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 갈진 알 수 없지만 타시가 내내 바랐던 ‘끝내주는 경기’ 한 판을 봤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겠다.

(타이브레이크 상황에선 한 명이 7점을 딸 때까지 경기가 끝나지 않는데 패트릭이 공대신 아트를 받았어도 아트가 7점을 득점한 것이 아니라 게임의 승자는 아직 알 수 없다. 아트가 이겼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찌 됐든 세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열린 결말이다.)


타시와 패트릭, 타시와 아트의 관계는 사랑이었을까?
아트, 패트릭의 관계는 우정일까 사랑일까?


그래서 이 삼각관계, 아니 테니스까지 더해 이 사각 관계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나는 아트와 패트릭이 서로와 타시를 사랑했고, 타시도 아트와 패트릭을 모두 사랑했으나 두 사람보다 테니스를 더 사랑했기에 자신의 정복욕, 대리만족을 이루기 위해 아트와 패트릭을 이용했다고 생각한다.


사랑인 듯 아닌 듯, 하지만 사랑이었던 타시와 패트릭


타시는 욕심이 많고 자신에게 휘둘리는 두 남자를 지켜보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하지만 패트릭은 처음에만 타시에게 휘둘렸을 뿐, 시간이 지난 후엔 저돌적으로 치고 나가는 본인의 성격 그대로 타시를 대한다.

패트릭과 아트가 불과 얼음의 만남이라면 패트릭과 타시의 만남은 불과 불의 만남이다. 타시는 자신의 지적에 거침없이 맞불을 놓는 패트릭에게 짜증을 느끼고 경기 직전에 다투게 된다. 경기 내내 신경이 곤두서있던 타시는 결국 무릎 부상을 당하고, 뒤늦게 달려온 패트릭을 거부한다.


타시와 패트릭은 사랑이 아닌 한순간의 실수 또는 악연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8년 전에 애틀렌타에서 다시 만났을 때 패트릭이 타시의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것, 타시 또한 그에게 이끌려 함께 자리를 떴던 것. 그리고 현재에 와서는 패트릭의 전화번호를 버리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온 것, 아트와의 경기를 핑계로 격정적인 시간을 보낸 것 등을 생각해 보면 타시와 패트릭도 서로를 사랑했고 여전히 몸이 반응할 만큼의 작은 사랑과 미련, 애증이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볼 만한 여지가 있다.


타시와 아트. 사랑이자 정복욕, 사랑이자 신앙심


두 사람은 사랑이자 주종 관계다. 타시에게 아트는 꺾여버린 자신의 꿈을 대신해줄 대리인, 아트에게 타시는 코치이자 신이다.


아트는 쭉 무조건적으로 타시를 사랑했다. 나는 타시가 무릎을 다친 후 두 사람이 테니스 연습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아트가 타시를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 절실히 느꼈다.

두 사람은 네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서있고, 카메라는 아트와 타시의 정면에 각각 위치하고 있다. 타시는 공을 약하게 던지는 아트에게 화를 내며 네트(카메라) 가까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아트는 네트(카메라)와의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조심스레 타시를 달랜다. 그러다 타시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바닥에 넘어지는 순간, 본능적으로 네트(카메라)를 향해 달려오더니 자신의 앵글을 벗어나 타시를 정면으로 비추고 있던 앵글 안으로 들어간다. 아트는 타시, 패트릭에 비해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이지만 타시 앞에선 가끔 이성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타시와 패트릭이 불과 불이었다면 타시와 아트는 불과 얼음이다. 아트는 타시 앞에서 쉽게 녹아내린다.


아트에게 타시는 신이다. 파티에서 만났을 때부터 현재까지 쭉, 타시의 목엔 십자가 목걸이가 걸려있다.

아트는 "내가 무슨 예수님이야?"라는 타시의 말에 망설이지 않고 "그래"라고 답한다. 결승전 전날, 아트는 흉터가 있는 타시의 무릎 근처에 납작 엎드려 누워 그녀의 사랑을 갈구한다. 마치 신에게 응답을 바라는 사람처럼 간절한 모습으로.


“난 우리 둘을 위해 뛰는 거야.” “승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줘.”

아트는 타시의 부상에 마음 아파하고 선수로서 뛰지 못하는 타시를 대신해 코트 위를 뛰어다닌다. 하지만 들려오는 건 “내일 지면 난 떠날 거야.”라는 냉정한 대답뿐이다. 타시는 아트를 사랑하지만 아트보다 테니스를 더 사랑하기에 아트에게 조건(테니스) 없는 사랑을 약속하지 않는다. 테니스를 빼면 유지될 수 없는 사랑이라니. 참 애달프고 이상한 관계다.


사랑을 받아들인 패트릭과 그렇지 못한 아트


아트와 패트릭은 우정이자 사랑이다. 두 사람 사이엔 묘한 긴장감이 흐르지만 둘 다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되었을 때, 패트릭은 그 긴장감이 어떤 감정에서 비롯된 것인지 어느 정도 인지한 것처럼 행동한다.

패트릭과 아트가 함께 기숙사에 살 때, 패트릭이 아무것도 모르는 아트에게 자위하는 법을 알려줬다고 한 일화를 생각해 보면, 패트릭은 아트에 비해 욕망에 빠르게 눈을 떴고 아트보다 빨리 어른이 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아트보다 빠르게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고 은근히 둘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 한다.


영화엔 패트릭이 양성/동성애자이거나 아트를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꽤 나온다. 패트릭이 락커룸에서 소개팅 앱을 볼 때 남자 회원도 후보에 뜨는 장면, 패트릭이 카드 결제 때문에 호텔 프론트에서 쩔쩔맬 때 게이 커플이 관심을 보이는 장면, 타시가 아트의 코치로 활동하며 아트의 씹던 껌을 받아줬던 것처럼 패트릭 또한 타시가 오기 전, 아트가 씹던 껌을 손으로 받아주는 장면, 아트와 함께 츄러스를 먹는 장면에선 패트릭이 아트가 자신과 타시 사이를 이간질하는 걸 알면서도 "네가 상처받는 게 싫어서"라는 아트의 말에 "내가 상처받는 게 싫어?"라고 되물으며 웃기도 한다. 13년 전 타시와 함께 셋이 호텔방에서 이상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타시가 "너희들은? (너흰 서로가 이상형이 아니냐 or 좋아한 적이 없냐?라는 의미로)"이라고 물을 때 아트는 바로 "NO"를 외치고 패트릭은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패트릭은 타시는 알지 못하는 아트의 작은 부분들을 알고 있다. 패트릭은 아트 자신도 눈치채지 못했던 서브 전 라켓 가운데 공을 대는 습관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이고, 타시는 알지 못하는 현재의 아트가 원하는 삶(테니스 해설하며 딸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할 것)을 제대로 추측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뭘까..


처음엔 내가 너무 <콜미 바이 유어 네임>에 빠져있어서 이렇게 보이나 싶었는데, 반복되는 은근한 장면들 때문에 이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트가 패트릭을 어떻게 생각하는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트를 향한 패트릭의 마음은 애정이 맞는 것같다.



둘로 나눴을 때 이들의 관계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고, 세 사람의 관계는 첫 키스신을 통해 딱 정리된다.

아트와 패트릭 사이에 타시가 앉아있고 아트와 패트릭은 타시에게 경쟁적으로 달려든다. 그리고 어느 정도 분위기가 올랐을 때 타시는 뒤로 빠져 둘의 키스를 지켜본다.


패트릭과 타시가 호텔 로비에서 마주치는 장면에서 "안 그래도 아트는 이것(대회 참가)도 내 계략이라 믿는다."라고 말하는 타시에게 패트릭은 "계략이 아니야?"라고 묻는다. 타시는 "이거까진(호텔에서 패트릭과 만나는 상황) 아니지."라고 답한다. 아트와 패트릭이 이 대회에서 다시 만난 건 우연이 아닌 타시가 짜놓은 판이었다.

타시는 영화 내내 두 사람을 맞붙여놓고 싸움을 구경하는 걸 즐기고 두 사람은 타시를 중간에 두고 경쟁한다. 타시는 두 사람에게 경쟁을 붙여놓고 재밌는 테니스 경기를 볼 수 있길, 아트가 다시 불타오르길 기대한다.


타시가 짜놓은 삼각관계 안에서 패트릭과 아트는 타시를 사랑함과 동시에 서로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친구의 옆을 차지한 그녀를, 그녀의 옆을 차지한 친구를 질투한다. 타시는 관찰자가 되기도 하고 직접 두 사람 사이에 뛰어들기도 한다

사랑의 랠리는 끊길 듯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새로운 세트마다 누군가가 첫 서브를 넣듯이, 관계가 정리되었다 싶은 순간, 아트나 패트릭 중 한 사람이 다시 새로운 경쟁을 시작할 서브(타시와의 관계에 끼어드는 것)를 넣는다. 나는 그들의 라켓에 맞은 공처럼 아트, 타시, 패트릭... 이리저리 튕겨 다니느라 바빴다.


이렇게 테니스와 사랑에 미친 청춘들을 보고 나니 내 머리도 온통 테니스와 그들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상상으로 가득 차는 느낌이다. 테니스, 테니스, 테니스! 사랑, 사랑,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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