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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런 Jan 20. 2022

관음증의 사물들 01: 구두

"또각 또각 제 심장 박동 소리예요"

"구두"로 얘기하는 건 봤어도.

구두가 얘기하는 건 처음 보죠?


저도 오랜만에 대화하니까 좋네요.

발걸음을 멈추지 말아요.

걸을 때 들리는 또각 또각 소리가

제 심장 박동이니까요.

그래서 걸을 때만 이야기할 수 있죠.


회사까지는 역에서 5분 정도 걸리니까

길게 대화하진 못하겠네요.


그거 알아요?

당신, 저처럼 거친 주름이 많이 늘었어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생기는

구두 앞코의 주름도 있지만

시간에 쫓겨 꺾어 신다 생기는

구두 뒤축의 조악한 주름도 있답니다.


자연스러운 주름은 시간의 흔적이지만

조악한 주름은 시련의 흉터예요.


힘든 일이 많았나요?

바쁘고 열심히 사는 만큼 여유를 주세요.

저에게도, 당신에게도.


오늘 하루는 어떨 것 같나요.

저는 보통 아침에 무겁고 저녁에 가벼워지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발걸음이 가볍던데요?

준비했던 PT를 보여줄 자신이 있나 보네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구요?

제가 당신의 모든 기쁘고 슬픈 순간 함께하진 않았지만,

가장 기쁜 순간과 가장 슬픈 순간에는

늘 함께왔기에 잘 알아요.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을 약속할 때도

사랑하는 친구를 영원히 잃었을 때도 함께 잖아요.


작년 이맘ㄸ....

..ㅣ안해요. 괜한 얘기를 해서 발걸음을 멈추게 했네요.


어쨌거나 오늘도 응원해요.

때로는 스스로 작아 보이고

한없이 바닥을 치는 것 같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저에게 당신은 언제나 커 보이고 올려다보게 돼요.


그러니까 오늘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루를 시작해봐요!


-당신을 움직이는 구두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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