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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런 Mar 23. 2022

관음증의 사물들 02: 그림자

"그림자는 거울이야 내면을 비추는"

   출근 길 구두와의 대화 후 하루 동안 사물들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니면 사물들의 이야기를 들을 새도 없이 바빴던 걸까. 열심히 했지만 오늘도 제자리걸음인 기분이다. 퇴근 후 집으로 가는 길 골목길. 문득 구두의 말이 떠올랐다. '시간에 따라 생기는 자연스러운 주름이 아닌 시간에 쫓겨 꺾어신다 생긴 거친 주름도 있어요' 나의 주름은 어떤 모습일까? 골목길 벽에 기대 핸드폰을 들고는 얼굴을 확인했다. 거친 주름이 보였다.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인상 피라구.


깜짝 놀라 벽에서 떨어졌다. 그러자 목소리가 더 커졌다.


놀랐어?

원래 그림자는 벽에서 멀어 질수록 더 커진다구.


무서워 할 필요 없어 나는 너의 내면을 보여주는 거울일 뿐이야.


거울은 눈에 보이는 표정만을 따라하지만

나는 숨겨진 너의 마음까지 따라할 수 있지.

걱정마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게 검은색으로 칠했으니까 말이야.


그럼 지금 이순간.

너의 그림자인 나는 무슨 표정일까?

열심히 해도 제자리인것 같아서 걱정되나 보군.


이카루스 얘기 알지?

태양에 가까이 다가가다 밀랍이 녹아 떨어져버린 인간 말이야.

누군가는 그의 도전이 객기나 치기라고 비웃었지만

그건 땅을 덮은 이카루스의 그림자를 못봐서 그래.


저기 네 앞에 가로등 보여?

나를 벽에 등지고 멀어지다 보면 그림자는 커지기 마련이지.

그림자가 커지는건 너가 벽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아니라

빛이라는 목표에 가까워 지면서 너의 내면이 커지는 거야.


물론 너는 항상 그림자를 등진채 빛을 향해 걸어갔으니 모를 수 밖에.


하지만 목표를 향해 전진하다 뒤돌아보면

커진 그림자처럼 성장한 너의 내면을 발견 할 수 있을거야.


그러니 너의 노력이 의심되면

인상만 쓰지 말고 뒤돌아 나를 한 번 쳐다보라구.


-내면의 거울 그림자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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