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런 Apr 10. 2022

작은 생각 1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공간 SNS

축구선수의 하이라이트를 보면 모든 선수가 메시 같아 보인다. 하지만 그 선수의 경기 전체를 보면 잔 실수와 큰 실책까지 드러난다. SNS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아픔과 슬픔, 자괴감과 실수 속에 살아가지만, 업로드되는 건 하루라는 경기 중 최고의 플레이 장면뿐이다. 그래서 SNS엔 모두가 슈퍼 플레이어고 모두가 하루라는 경기의 MVP처럼 보인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나의 하루와 남의 하루를 비교하며 우울함에 빠질 때가 있다. 심지어 충분히 행복한 날에도 더 행복한 누군가를 보며 부러울 때도 있다. 주어진 행복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되는 상황. 장기하의 노래 가사처럼 100만원이 있든 1,000만원이 있든 부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되는 건 언제 가능해질까.


행복 레이스는 이제 현대인의 정서적 토양의 기층에 착근되었다. 그리고 그 게임은 점차 잔인한 경쟁이 되어 버렸다. 남의 행복에 뒤지지 않기 위해 나의 행복을 업로드하여 자기방어하고, 그 방어 수단이 또다시 타인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진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에는 이를 눈치챈 소셜 미디어 개발자들이 SNS의 역설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지만, 이미 행복 경쟁에 중독이 된 나 같은 사람들은 귀를 닫았다.


메타(페이스북의 바뀐 이름)의 브랜드 광고가 최근 공개되었다. 현실에서 외면받는 오래된 인형이 가상공간에서는 행복하다는 내용이었다. 아마 의도된 내용은 '메타버스에서 새로운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보세요' 라는 것이겠지만 그건 철저히 해당 산업 개발자들의 입장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가상 공간에서 행복 경쟁을 하고 현실에서는 우울감에 빠지는 곳이 메타버스라면, 그곳이 진정한 디스토피아 아닐까.


그런 점에서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 는 거칠어진 우리 사회의 시대적 질감을 사포처럼 까끌하게 어루만져주는 듯 하다.

작가의 이전글 관음증의 사물들 02: 그림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