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돌아가며 할머니, 외할아버지 집을 언제 가는지 물어본다. 우리 가족은 4인이다. 5인 이상 집합 금지로 그 누구도 만나서는 안된다. 코로나 19로 1년 중 용돈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설날이 친척을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아이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들의 실망을 아셨는지 할머니, 이모들이 용돈을 보내왔다. 물론 엄마 통장으로 말이다. 카톡으로, 전화로 전해진 세뱃돈 소식에 기쁨의 미소를 짓는 아이들을 보니 코로나 19가 설 명절 풍경도 많이 바꿔놓았구나!
이번에 중학교를 입학하는 둘째는 기념으로 꽤나 많은 세뱃돈을 받았다. 세뱃돈을 받자마자 아이는 행복한 고민을 한다.
'어느 통장에 넣을까?'
아이가 행복한 고민을 하는 이유는, 세 개의 통장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으기
쓰기
나누기
모으기는 성인이 되었을 때 대학 등록금이나, 배낭여행자금, 혹은 결혼자금 등 어떤 것이든 자기가 쓰고 싶은 목적에 맞게 보태어사용하도록 조금씩 모으는 통장이다.
쓰기는 지금 사고 싶은 것과, 목적자금을 모아 사고 싶은 것을 사는 용도다. 이 통장에 모인돈으로는 아이가 갖고 싶었던 장난감, 먹고 싶은 학교 앞 간식, 뽑기, 시계, 여행경비 등을 지출하는 데 사용한다.
나누기는 저금통에 모아 두었다가 친구들 생일선물, 부모님 선물, 헌금, 이웃 돕기 등에 사용한다.
부모로부터 받은 용돈, 친척들로 부터 받은 용돈, 자신들이 번 돈(프리마켓, 홈 알바)을 사용용도에 따라 이렇게 세 개로 나누어 관리를 한다. 통장을 만드는 것은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분실을 막기 위해 비밀번호와 도장은 부모가 관리하고 입금을 하거나 돈 사용을 위해 찾아야 할 때는 함께간다. 요즘은 스마트뱅킹이 간편하지만 습관을 위해 가끔은 은행을 가거나 ATM기기를 직접 이용한다.
이렇게 목적에 따라 용돈관리를 하다 보니,
아이들은 부자다.
돈이 많아서 부자라는 것이 아니라, 쓰고 싶을 때 올바른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여유에서 생기는 마음 부자다.
용돈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가 벌써 8년째다. 그 이전엔 엄마인 내가 관리를 했고 8년 전부터는 아이들이 직접 관리하도록 경제 주도권을 넘겨주었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것을 일임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과 함께 프리마켓을 다니거나 저금통마다 이름을 적어 관리하고, 통장을 만들어 목적에 맞게 모으는 습관을 들였다.
돈이 모이기까지 쓰고 싶은 마음을 참는 일이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대화도 하고, 돈의 사용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들을 가졌다. 부모의 말로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경제교육 책을 함께 읽으며 토론을 하기도 했다.
용돈관리가 습관이 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가 모은 돈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해보고, 사고 싶은 것을 사보는 것과 프리마켓, 홈 알바로 돈을 벌어보는 경험이다. 처음엔 갖고 싶은 장난감에서부터 원하는 것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은 아이에게 세상을 다 가진 듯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어른이 보기에는 코 묻은 돈 별거 아닌 일로 보이나 아이의 입장에서는 갖고 싶은 장난감이 세상 전부였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돈의 사용은 미국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여 여행을 다녀오는 멋진 일이 마법처럼 이루어졌다.
마법은 상상할 수 없는 큰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사소하게 생각하는 티끌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린 자녀들의 꾸준한 용돈 습관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었고, 그 경험은 다른 이들에게 궁금증을 낳기 시작했다.
용돈 교육에 필사적으로 공들인 노력을 아는 지인이 묻는다.
"용돈 교육 언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세뱃돈 받았죠? 그럼 바로 시작하세요."
물론 자녀가 돈을 알게 되면 시작할 때라고 말하지만 어린 유아의 경우 돈을 가르친다는 것은 자칫 음식이 체하듯 무리가 될 수 있다. 돈의 흐름과 돈의 가치, 돈의 사용에 대한 것은 쉽게 이야기해 주되 본격적인 용돈 교육 시작은 초등학생 때가 적기라고 생각한다. 이후 중,고등 학생시기는 반복을 통해 경제 습관이 체계화 되도록 한다.
자녀 용돈 교육미루지 말고
세뱃돈이 주어졌을 때,
바로 지금 시작하는 것이다.
설날 덕담과 함께 받은 세뱃돈을
"저축해야지"라고 하거나,
"아껴 써라"와 같은 단순한 말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녀에게 용돈의 사용처를 모으기, 쓰기, 나누기와 같이 구분하여 관리하도록 하고, 쓰기의 경우 조금 더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일 경우 장난감을 사거나 먹고 싶은 것을 사보는 경험도 좋다. 작은 경험이 쌓인 후 고학년이 되면 아이가 갖고 싶어 하는 스마트폰, 태블릿, 악기와 같은 고가의 물건을 부모가 무조건 사주기보다, 자녀가 갖고 싶은 것에 대해 목적을 가지고 목표한 금액을 모아서 구입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는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자신감이 생긴다. 아울러 세상은 살만하고, 자신은 꽤 괜찮은 사람이라 여기며 행복한 인생을 설계하고 누릴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이 글을 담고 있는'경제라면 매거진'은 어린이 경제교육, 어른의 경제에 대해 경험한 것을 이야기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