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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에 대한 낭만 내려놓기

뼈를 깎는 한마디 "힘들면 포기해"

여보, 우리 예산으로는 비바람 가릴 수 있는 집이면 무엇이든 해야 해.
번듯한 집이 우리 목표는 아니잖아.
겉모습이 아니라 집에 무엇으로 채우냐, 살면서 어떻게 꾸미냐가 집의 가치를 말해준다고 생각해.   


아버님을 천국에 보내드리고 돌아온 우리는 슬픔에 빠져 있을 겨를이 없었다. 다음 건축 일정으로 밀려오는 전화와 결정해야 할 일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마 위로 삼은 건 30년 가까이 아버님의 병간호를 했던 어머님이 조금은 홀가분 해 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병간호를 했고, 의사소통이 불편해서 호통을 치던 아버님이지만 그 빈자리는 어머님에게 헛헛했을 터다. 슬픔을 뒤로하고 다시금 건설현장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공사 계획 단계부터 진행순서까지 혹시 모를 착오가 없도록 꼼꼼히 노트에 기록했다. 5월 말 토목, 건축 설계사와 미팅 후 본격적인 진행은 6월부터 시작하였고 8월이면 공사가 끝날 것으로 계획을 세웠지만 설계에서부터 약속을 어기는 일이 빈번하다 보니 토목공사가 2달 늦게 진행되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건축설계사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업체를 변경하여 진행되었다. 문제는 재건축 빌라를 매도하고 월세를 살고 있었는데 월세를 연장해야 한다는 거다. 다행히 빌라 매도 계약 시 월세 연장과 퇴거 시의 조건을 요청했고, 매수자가 수락했기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월세를 더 산다고 하니 공실이 되지 않아 매수자도 좋아했다. 다만 생각지 못한 월세비용이 추가되었다.

매일 적었던 공사노트


한 푼이라도 아껴야 했다. 공사감리비용(보통 건축비용의 10%를 받는다. 1억의 공사라면 1천만 원이 나간다는 얘기다.)을 줄여야 했기에 겁 없이 직영 건축으로 시작했지만 큰 카테고리 안에서 움직이다 보니 건축 1도 모르지만 그리 못할 일은 아니었다. 직영으로 공사를 한다고 해도 소소한 공사까지 별개로 진행한 것은 아니다. 목록을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토목 설계

건축 설계

토목공사

정화조 설치

가스, 수도, 전기 인입

건축 시공사

도배, 장판, 실내장식

싱크대 공사

조경

데크공사


세세한 공사는 각 공사를 맡은 업체에서 진행순서와 필요 공사들을 미리 알려주었고, 우리가 알고 있는 순서를 체크해 가며 하나씩 해결해 갔다. 대기업 건설사에서는 설계, 토목, 건축, 인테리어까지 원스톱 공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처럼 여러 업체를 직영으로 해야 할 경우라 하더라도 토목공사업체에서 정화조 설치를 안내해주고 정화조 구입과 공사까지 소개해 준다. 우리는 소개를 받고 별도로 다른 업체 견적도 받아보고 상담을 마친 후 업체를 선정하여 맡겼다. 건축설계에서 뼈아픈 선택의 실수가 있었기에 소개를 했다고 하더라도 별개의 업체견적을 추가로 확인한 후 결정했다. 견적을 비교하면 업체에 속임을 당하지 않게 되고, 공사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게 된다. 물론 전문가의 노하우를 전부 따라갈 수 없지만 우리가 원하는 소박한 집을 짓겠다는 신념에는 부합되었다.


문제는 건축시공이었다. 우리들이 짓고자 했던 2층 집을 올려줄 업체를 선정해야 하는데 생각처럼 비용이 저렴하지 않았다. 그간 1년 넘게 샘플하우스들을 탐방해봤지만 우리와는 금액이 맞지 않았다. 최소 건축비용만 1억은 잡아야 했다. 우린 토목공사까지 1억을 예산으로 선정해 놓았기에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간 우리가 보아온 예쁜 집을 짓고 싶었으나 과감한 포기를 해야만 했다. 누가 보더라도 번듯한 집을 생각했던 나는 쉽게 포기가 되지 않았다. 남편은 나를 설득했다. 포기하지 못하고 고민하며 좌절하는 내게 우리가 집 짓는 목적을 다시금 상기시켜주었다.

탐방한 샘플 하우스들


"여보, 우리 예산으로는 비바람 가릴 수 있는 집이면 무엇이든 해야 해. 번듯한 집이 우리 목표는 아니잖아. 겉모습이 아니라 집에 무엇으로 채우냐, 살면서 어떻게 꾸미냐가 집의 가치를 말해준다고 생각해. 그리고 일단 전원주택으로 입성하는 게 우리 목표잖아"  


남편의 말이 맞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외관이 아니라, 전원주택을 갖는 것이 우선순위였다. 조립식이면 어떻고, 농막이면 어떠랴? 괜한 욕심으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 빚을 깔고 앉는 것이지 마음 편한 내 집은 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긴 하나 마음을 추스르고 우린 토목공사 포함해서 1억 미만으로 집을 지을 방법을 찾아보아야 했다. 사실 1억 미만이라고는 하나 데크, 울타리, 취등록 비용, 이사비용, 실내장식, 싱크대까지 앞으로 지불해야 할 비용도 무시할 수는 없다.


흔히 건축비용이 1억이라고 견적을 받으면 2천만 원은 더 든다고 계산해야 한다. 기본 견적에는 실내장식, 싱크대, 붙박이장, 데크, 울타리 등의 비용은 별도다. 설치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기본 견적에 현관문이 100만 원으로 계약이 되었다고 치자. 하지만 단열이나 외관을 위해 150만 원의 문을 고집한다면 여지없이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수도, 전기, 가스 인입 비용만 해도 공사구간에 따라 수백만 원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 실정에 맞는 집은 어떤 집일까? 한국에서 선호하는 집짓기 공법은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철근콘크리트 주택, 목조주택, 스틸 주택, 조립식 주택이다. 집을 지을 때 어떤 공법으로 지을지 따져보고 난 후 외관도 결정한다.

가장 선호하는 공법은 역시 콘크리트 주택이다. 콘크리트 주택의 장점은 튼튼하다는 생각에 많이 선택하지만 건축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

두 번째 목조주택이다. 목조주택은 콘크리트보다 저렴하고, 집이 숨을 쉰다고 해서 많이 선택하지만 관리가 어렵고, 화재에 취약하다.

세 번째 스틸 주택이다. 목조주택에 비해 비용이 비싸지만 간편하고 빠른 시공으로 많이 선호한다.

네 번째 조립식 주택이다. 조립식 주택은 빠른 시일 내에 지을 수 있고, 비용이 다른 공법에 비해 저렴하다.

 

위 비교는 외관과 실내장식, 단열재를 어떤 종류로 시공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콘크리트 주택이라고 하더라도 단열재를 기본으로 했거나 실내장식에 비용을 들이지 않았다면 비용은 절감할 수 있고, 조립식 주택이라고 하더라도 비싼 단열재를 사용했거나 실내장식, 외관에 고급 재료를 썼다면 비용은 올라간다.


여기까지 공부하고 보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집이 조금은 더 명확해지는 것 같았다. 결국 우리는 현장시공이 아닌 공장에서 제작한 이동식 주택을 선택했다. 이동식 주택은 공장에서 제작하기에 최소 20%는 시공비를 줄일 수 있다. 비용절감을 할 수 있으니 우리 형편에 잘 맞았다. 우리가 욕심을 냈던 부분은 단열재다. 난연 우레탄 폼을 사용했는데 난연 우레탄 폼은 빈틈없이 시공이 가능하고 기밀성이 뛰어나 단열이 비교적 잘 된다. 단열만 잘해도 연료값을 아낄 수 있으니 외관보다 오히려 단열에 욕심을 내는 것이 좋다. 물론 우리처럼 실속을 따질 경우 말이다.


"힘들면 포기해"라는 말을 참 쉽게 하고 살았는데, 지금처럼 포기가 어렵고 뼈를 깎는 듯한 아픔이 느껴지기는 처음이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집 짓기가 될지 모르지만 욕심은 잠시 접어두고 아름답게 하나씩 채워가자고 마음을 다독였다. 


욕심이 잠잠해 지길 기다렸다는 듯이 건축을 해도 된다는 허가가 나왔다. 


때로, 포기라는 말은
뼈를 깎는 듯한 아픔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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