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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드마의 일상 Aug 20. 2021

장판보다 흙바닥. 집에서 식물 기르기

파드마의 일상 식물


서울살이 10년차에 접어들었다.


수많은 피드에서 자연만 보이면,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무럭무럭하다.


저 자연을 작게나마 집에서는 볼 수 없을까? 해서 이전부터 좋아해온 식물을 하나, 둘 들이다보니 어느새 집에 있는 창문들을 식물에게 다 내어주게 되었다.


요리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허브들과 채소

꽃을 예쁘게 피워주는 관상용 식물, 수형이 독특한 생김새의 식물들까지 다들 나의 집에서 한자리씩 하며

집 안에 초록의 기운을 한껏 채워주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식물 곁으로 가서 밤새 별 일 없는지, 어디 아픈 픈 곳은 없는지. 기웃거리며 하루를 시작한게 본격적으로 4년이 되었다. 그 덕에 나 역시 집 안에서 햇빛을 많이 쐬게 되었고, 친구들도 나보고 이전보다 까뭇해졌다고 했다.


식물을 키우다보니 날씨와 계절의 변화에도 민감해졌다. 해가 쨍쨍한지, 바람이 많이 부는지, 비가 오는지

매일 여러번 날씨 어플을 들락거리고,

식물 옆 온습도계를 둬서 집 온도와 습도를 체크한다.


온도가 높아서 흙이 빨리 마르지는 않는지 살펴보고,

습도가 높아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예방한다.

비가 오는 날에는 물을 주지 않으며,

바람을 쐬어주기 위해 선풍기를 틀어놓는다.


계절의 변화도 이전보다 뚜렷히 느낀다.

식물이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집 안에서 지켜보다 보니 눈으로 느끼는 사계절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알게되었다. 어느새 난 그들처럼 초록함을 뿜어주는 봄을 좋아하며, 여름의 강렬한 카리스마도 느꼈고, 가을의 채도를 익혔으며, 겨울의 무시한 파괴력도 알게되었다.


식물들은 저마다의 특성도 다르다. 온도가 높은걸 좋아하는 식물, 추운걸 잘 버티는 식물, 물을 좋아하는 식물 등등 다양하다. 식물을 처음 데려오면 난 공부를 하고, 식물은 나의 터전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서로에게 어느정도 알게 되면 자리배치를 한다. 어느새 다른 식물들과 어울려서 잘 살아가는 걸 보면 작게나마 농부의 미소를 띄우며 소소한 기쁨을 만끽한다.


식물을 잘 자라게 되면 분갈이를 해줘야 하는데 흙의 종류가 많기도 많다. 상토, 배합토, 펄나이트, 훈탄, 녹소토 등 예전에는 그저 '흙' 한 글자로 모든 게 표현되었다면, 이젠 이름 있는 다양한 흙들이 집에 포대기로 여럿 구비 되어 있다.


장비들도 늘어났다.

흙을 퍼는 삽, 모종삽, 가위, 전지가위, 거름망. 지지대

등 식물이 필요로 할 때 언제나 빠르게 쓸 수 있게 구급상자처럼 꽤나 든든하게 준비되어 있다.


그렇게 다양한 이름을 가진 식물과 나의 동거가 시작되었고, 나는 도시에서 식물밭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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