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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Sep 14. 2019

[D+108] 통잠이란 무엇인가

출처도 없는 블로그 글에 답답해서 직접 찾아낸 팩트와 조언들

추석 특집 컬러 에디션(?). 이제는 빠질 수 없는 아이템 역류방지 쿠션 위에서 주무시고 계신 D+108 아기. 처남 집에서 은근슬쩍 들고 온 손가락 인형과 긴팔 옷 세트로 연출.


0개월~12개월 초보 아빠 엄마의 대환장 육아일기를 다룬 '매일 행복했다면 거짓말이지(해요미디어)'는 전국 주요 서점과 온라인 서점을 통해 판매 중입니다.




"통잠이란 무엇인가."


100일을 며칠 지난 시점부터 부인이 계속해서 물어왔다. 통잠이란 무엇인가.


통잠이란 말 그대로 '중간에 깨지 않고 자는 잠'. 보통 100일이 지나면 아기들이 '통잠'을 잔다고들 말한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기 생후 100일을 일종의 '훈련소 수료 시점'처럼 여겼다. 100일만 참으면 뭔가 더 나은 육아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뭐 그런 생각을 했다.


100일이 되면 아기가 밤 9시에 잠들어서 오전 7시에 깨는 그런 세상이 열리겠구나.


음, 아, 그런데 착각이었다. 많이 착각이었던 것이었다.



우리 아기는 100일 기준으로 6시간+3시간+2시간 정도 밤잠을 잤다. 우리의 착각대로라면 아기는 이제 한 번에 11시간을 자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커녕 원더윅스를 맞으며 3시간마다 깨기도 했으니. 


고민에 빠진 엄마가 여기저기 물어보기 시작. 그러다 패닉에 빠져버렸다. 주변인들 왈, 우리 아기는 벌써 통잠을 자고 있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문제는 '통잠'이란 것이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것. 블로거나 웹페이지 자료는 대부분 퍼온 정보가 기반이거나 개인 경험이라 참고 수준을 넘기 어려웠다. '통잠이란 무엇인가', '3개월 아기는 몇 시간 통잠을 자는가' 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잘 보이질 않았다.


결국 '통잠'이란 무엇인가의 결론에 도달하려면 학술자료를 살펴보는 수밖에 없었다. 뭐 회사 다니며, 대학원 다니며 배운 검색력(?)을 이런 데 써먹는 거라 위로하며 검색 시작.




일단 해외 논문을 검색해보니 infant sleep patterns: from birth to 16 weeks of age(Parmelee et al, 1964)라는 논문이 많이 인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풀 텍스트 버전을 구하기가 어려움. 그러다 1988년 나온 Sleep patterns of infants in the first year of life(Eaton-evans et al, 1988)라는 호주발 연구자료가 나왔다. 132명의 아기를 조사한 것인데, 과학적 연구결과니까 참고. 이 자료에 따르면 이렇다.


연구자료 중 포함된 이미지


아기들은 통상 3개월쯤이 되면 통잠(sleep through the night)을 자며 6개월이 되면 대부분 통잠을 잔다. 그러다 다음 6개월은 자다 깨는 증상이 일시적으로 늘어난다고. 또한 신생아들이 밤에 깨는 현상은 흔히  복통(소화불량), 코골이, 기질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졌다고. 뭐 여기까지는 블로그 등에도 잘 알려진 내용. 그보다는 중요한 통잠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이렇다. 


1개월 아기의 경우 62%의 아기가 밤에 한 번 이상 깼다. 그러던 것이 6개월이 되면 13%로 뚝 떨어진다. 정확한 수치가 제시돼 있진 않지만, 표를 보면 3개월도 6개월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 대충 계산하자면 10명 중 8~9명은 밤에 한 번도 깨질 않는다는 것.


1957년에 나온 NIGHT WAKING IN EARLY INFANCY: PART I(Moore and UCKO, 1957)도 비슷한 결론을 낸 바 있다.


위 연구자료에 포함된 그래프


위 표를 보면 13주차, 즉 3개월 아기들 중 밤마다 깬다는 응답은 10%대 수준이다. 하루에 두 번 이상 깬다는 응답은 거의 없는 수준. 결국 '3개월이 되면 아기가 통잠을 잔다'는 말은 대부분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문제는 '통잠을 잔다'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 3개월 아기의 수면 시간에 대해 다시 찾아봤다. 미국의 '국립 수면 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 자료에 답이 있었다. 대충 번역하면 이렇다.


Three to Six Months ____ You’re getting a little closer to a solid sleep schedule, but it might not be the full night you were hoping for just yet. After four months of age, your baby will likely sleep between 12 and 15 hours a day, including naps.  And many infants between three and six months are able to sleep five hours at a time, which experts consider “sleeping through the night.”
3~6개월 아기는 수면 스케줄이 고정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이 당신이 기대하던 '밤새'는 아닐 수 있다. 4개월이 지나면, 아기는 아마도 (낮잠을 포함해) 하루에 12~15시간을 잘 것이다. 그리고 많은 3~6개월 아기들이 한 번에 5시간 정도를 잘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을 전문가들은 '통잠(Sleeping through the night)'라고 여긴다.



그렇다. 100일의 기적이라는 통잠, 그것은 단지 5시간 정도의 수면 시간을 말하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60일 정도부터 6시간을 한 방에 자던 우리 아기는 기특하고 기특한 아기였던 것이다. 심지어 100일 지나고는 6+6시간(원 플러스 원?!)을 자버리는 날도 있었으니, 이런 잠 천재(?)가 따로 없었던 것이었다. 이런 깨달음과는 달리, 통잠이 통잠(밤새)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엄마는 멘붕. 아빠는 허탈.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그렇다면 대체 밤새 자는 건 언제부터일까? 위 자료가 나온 페이지를 보면 '6~9개월' 이후는 돼야 가능하다고 돼 있다. 돌이 되기까지 한방에 10시간 정도 자는 걸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랬구나, 그랬구나. 며칠간 속썩이던 우리가 바보처럼 느껴지는 현자 타임. 오늘도 아기는 속도 모르고 잘만 자겠지. 헤헤. 이쁘다.





미국의 NSF(위 재단)과 베이비센터(babycenter.com)가 제안하는 아기 수면 습관 들이기 팁을 공유하며 오늘의 고찰(ㅜㅜ)을 마무리합니다. 부디 수면교육, 통잠 교육, 신생아 수면 때문에 고통받는 엄빠들에게 도움이 되길. (내용은 적절히 줄여서 의역했습니다)




*미국 국립 수면 재단이 제안하는

수면 교육 5대 원칙


1. 아기는 스스로를 달래는 법을 배워야 한다

- 아기가 잠들락 말락 할 때 뉘어라


2. 일관된 수면 시간이 핵심이다

- 거의 비슷한 시간에 침실에 들게 해 줘라


3. 장애물이 있을 것이다

- 부드럽게 지나가지 않는 밤들이 있을 것임(아프거나 등등). 그래도 꾸준히 해라


4. 수면 교육에 '옳은 방법'이란 없다

- 수면 교육에는 다양한 접근방법이 있다. 어떤 애들은 '울리기'가 먹히지만 안 그런 애들도 있다


5. 대부분 부모가 성공하게 돼 있다

- 9개월 아기의 70~80%가 통잠을 잔다. 부모가 지치지 말아야 한다



**베이비센터가 제안하는

0~3개월 아기 수면 교육


1. 아기가 낮잠을 자주 잘 수 있도록 해라

- 생후 6~8주 사이에, 대부분 아기는 한 번에 두 시간 이상을 깨어 있을 수 없음. 만약에 당신이 아기를 재우는데 그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아기는 아마도 너무 피곤해져서 잠드는데 문제를 겪을 것임


2. 아기에게 밤과 낮의 차이를 가르쳐라.

- 어떤 아기들은 야행성임. 아마도 임신기 동안 뭔가 있었을 것임. 어쨌든 2주 정도가 지나면, 아기에게 밤과 낮의 차이를 알려줄 수 있음. 아기가 낮에 깨어 있을 때 최대한 교감하고 계속 놀아줘야 함. 방의 불은 항상 켜놓고. 전화소리 음악소리 같은 소음도 그냥 들려주길. 먹일 때 자꾸 잠들면? 깨워야 함. 밤에는, 아기가 깨어있다고 해서 놀아주지 말길. 불빛과 소음 수준을 낮추고, 애한테 말 걸지 말아야 함. 그러면 아기가 '밤에는 자는 것'이라고 알아챌 것임.


3. 아기의 '피곤하다'는 신호를 찾아내라

- 눈 비비기, 귀 잡아당기기, 평소보다 더 칭얼거림 등. 이런 증상이나 다른 졸림 현상(?)이 나타나면 재우려고 노력해 봐라. 그러다 보면 아기의 하루 리듬과 패턴에 대한 육감이 생길 것이고, 아기가 낮잠 자려는 것인지 알 수 있음


4. '취침 루틴'을 해줘라

- 취침 루틴은 아무리 빨라도 상관없음. 자장가, 굿 나이트 키스 등 아기가 '침대 모드'로 바뀌도록 하는 아주 간단한 신호면 됨.


5. 아기가 졸리지만 깨어 있을 때 침대에 뉘어라

- 6~8주 정도 되면, 아기가 혼자 자도록 하는 연습을 시킬 수 있음. 아기가 졸리지만 아직 깨 있을 때 침대에 눕히는 것이 그 방법. 이는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의 수면장애센터의 Jodi Mindell의 제안임. 이 양반은 아기를 흔들거나 토닥이지 않도록 조언하고 있음. "아주 어릴 때는 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아기들은 수면습관을 배우고 있다고. 아기를 8주까지 매일 밤 흔들어 재운다면 아기가 어떻게 그 이후에 다른 걸 기대하겠냐?"라고.



***베이비센터가 제안하는


3~6개월 아기 수면 교육

- 통잠을 자던 아기도 다시 2시간마다 깰 수 있음. 놀라지 말길. 이런 수면 회귀(regression)는 흔한 현상이고 일시적임. 사회적 능력이 발달하는 중임. 뒤집기나 앉기 같은 새로운 스킬 장착을 위해 너무 열심히 훈련하느라 꿈속에서도 이런 행동을 하다가 급 깰 수도 있음.

 

1. 자는 시간과 낮잠 시간을 지정하고 고정시켜라

- 어떤 애들은 오후 6시부터 졸기 시작하고, 어떤 애들은 8시에도 쌩쌩함. 당연히 당신 가정의 루틴도 영향을 미침. 가족 스케줄에 맞는 적절한 시간을 정하고 되도록이면 그 시간을 지키길. 낮잠 계획도 세우면 좋음.


2. 취침 루틴을 개발하라

- 3개월 이전에 못했으면 이제 해라. 아기를 목욕시키고, 침대로 데려갈 준비를 하고, 자장가나 침실 스토리를 들려주고, 굿 나이트 키스를 해줘라.


3. 아기의 '아침 시간'에 맞춰서 깨워라

- 만약에 평소 일어나던 시간에 안 일어나면 깨워도 상관없음. 아기가 루틴을 가져가게 하는 걸 도움. 같은 시간에 깨우는 건 하루 수면 스케줄을 예측하기에도 좋음.


4. 아기가 혼자서 잠들 수 있게 독려하라

- 애들도 어른처럼 밤에 몇 번씩 깨게 돼 있음. 어른들은 그때마다 다시 잠드는 법을 알고 있고 그렇게 하지만, 사실 그러고 있다는 걸 기억하진 못하잖아? 밤에 살짝 깼을 때 다시 자는 능력이 핵심임. 어떤 아기들은 자연스럽게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애들도 있음. 그렇다면 가르쳐줘야지.

- 역시나 '졸리지만 깨어있을 때 자리에 눕히는' 방법이 도움이 됨. 밤에 아기가 깨는 소리를 들었더라도 달래거나 먹이기 전에 몇 분동 안 기다림. 아기가 혼자 다시 잘 수 있는 찬스를 주는 것.

- 만약에 아기가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면 더 발전된 방법을 도전. '울리지 않기' '울리기' '페이딩' 등 방법이 있음. (세 가지 기법에 대한 내용은 원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추후 다시 번역해 올리겠습니다)



0개월~12개월 초보 아빠 엄마의 대환장 육아일기를 다룬 '매일 행복했다면 거짓말이지(해요미디어)'는 전국 주요 서점과 온라인 서점을 통해 판매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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