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쉽지, 이게 가능이나 한 일일까?
광고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최근 이 'Data Driven Creative'라는 용어를 귀가 닳도록 들어봤을 것이다. 바야흐로 소비자들은 디지털 시대에 살면서 수도 없이 많은 행동 데이터를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생성하고 있고 광고주 기업들도 이미 소비자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하는데 익숙해져있는 지금, 광고대행사에게도 소비자 데이터에 접근하고 분석해서 전략과 크리에이티브에 활용하는 일은 생존을 위한 필수 역량이 되어버렸다.
앞의 여러 글에서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바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 즉, Data Literacy는 오늘날 광고주, 대행사, 매체사 그리고 광고 산업에 있어서 Business Process 상에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여러 전문 회사들에게는 더 없이 중요한 일이다. 데이터가 그만큼 중요하고 관련 시장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와 관련된 회사들만 해도 점점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다(그림 1). 전통적인 비즈니스와 마케팅 방식에 전적으로 의존해오던 기업들도 업의 개념과 프로세스에 대한 전방위적인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거의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실이다.
사실 광고회사들은 소비자들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가장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조직이다. 소비자들의 인식과 태도를 변화시키고,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처한 환경과 행동, 그리고 그 저변에 깔려있는 마음의 변화를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소비자 개개인의 생각과 취향은 모두가 다르겠지만, 그간에는 대중 매체를 활용한 광고가 주류를 이루었기 때문에 대중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소비자 '집단의 특징'을 중심으로 광고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왔고 분명 그에 따르는 효과를 보아왔다. 즉, 소비자들의 보편적인 특징과 정서에 통하는 메시지와 감성을 담아낸다면 그들의 공감을 얻어내는게 충분히 가능했던 것이다. 아직도 여전히 이렇게 군중 심리를 활용해 브랜드의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도 목적에 따라서는 나름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만, 마케팅 및 광고 활동에 대한 ROI를 명확하게 분석해 내야 하는 현 시점에서는 점차 '비효율적'인 방법이 되고 있다.
광고의 효율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측정가능한 목표설정과 측정 방법이 있어야 한다. 사실상 TV광고는 시청율, 인쇄광고는 발행부수를 파악하는 정도로 노출에 대한 '추정치'에 의존해왔었고, 그나마 다양한 효과측정 모델이 발전해오면서 미디어 효과나 노출 효과에 대한 조금 더 전문적인 분석이 이루어져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역시도 계량적 모델에 의존한 '추정치'였지 '실제 결과값'은 아니었다. 더욱이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정량적으로 분석해 수치화할 방법이 별로 없었고, 광고 소구에 따른 소비자 반응을 연구하거나, 오랜시간 쌓아온 경험에 의존해 노하우를 정리해놓은 정도가 그 노력의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오늘날 Data Driven Creative라는 말은 그저 이상적이고 고상한 먼나라 이웃나라의 이야기로만 들릴 수 밖에...
광고대행사에서의 기획자란 즉, Planner의 관점에서 Account Planner(AP)와 Account Executive(AE), 그리고 Media Planner 정도로 구분될 수 있다. 사실 AP와 AE를 따로 구분하는 회사는 대형 종합광고대행사 정도이지, 독립 대행사에서는 AE가 AP의 역할을 포함해서 수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AP의 경우는 소비자 조사 경험이 많고 정량 및 정성 조사 결과로부터 전략적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역량을 가졌으며, 그래도 광고대행사 내에서는 제일 숫자와 데이터에 밝은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의 정량적 지표가 아닌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데이터' 관점에서 보면 AP들 역시 소비자 빅데이터에 접근할 기회도 비용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아마도 이들에게 모수에 가까운 리얼 소비자 빅데이터를 안겨준다면 기뻐서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그나마 미디어 플래너들은 디지털 미디어와 관련해서는 디지털 미디어렙이 또는 데이터 플랫포옴에서 제공하는 ADT(Agency Trading Desk, ex : TradingWorks)나 DMP(Data Management Platform, ex : MobileIndex Insight) 데이터를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주로 접근하는 데이터는 주로 광고비 투자대비 수익율 지표인 ROAS(Return On Advertising Spend / 이에 대해서는 브런치에 아주 잘 설명된 글이 있어 링크를 남긴다. https://brunch.co.kr/@hyungsukkim/84) 정보와 매체, 지면, 상품별 집행결과 데이터일 것이다. 어찌보면 이들이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소비자 데이터'에 가장 가깝게 접근하고 있는 사람들일텐데 아쉽게도 이들이 주로 활용하는 대부분의 결과 데이터들은 '미디어 효율성'에만 집중되어 있어, 이를 활용해 뒤따르는 캠페인 전략과 크리에이티브에 도움이될만한 인사이트를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Data Driven Creative, 여기에서 그 데이터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미디어를 통해 집행된 광고효과 결과 데이터'와 매우 가깝게 맞닿아 있다. 광고효과 데이터란 특정 매체의 특정 지면 또는 애드 네트워크에 집행된 광고 소재가 어떤 효율을 얻어냈는가의 결과 값을 말한다. 요즘 가장 많이 이용되는 지표의 기준은 CPM(Cost Per Mille, 인구 천명당 노출 비용), CPC(Cost Per Click, 클릭당 비용), CTR(Click Through Rate, 클릭율), Video Views(영상 노출수), VTR(View Through Rate, 노출대비 조회율), CPV(Cost Per View, 조회당 비용), CPI(Cost Per Install, 설치당 비용), CPA(Cost Per Action, 참여당 비용), ROAS 등이다. 중요한 건 위 지표들의 결과값을 분석할 때, 매체나 지면의 관점이 아닌 크리에이티브 소재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드디어 데이터와 크리에이티브가 본격적으로 만나는 접점이 생길 수 있다.
부끄럽지만 나의 석사학위 논문 주제는 '인터넷 배너광고 효과연구(1998)'였다. 당시에는 인터넷에 무슨 광고를 하냐고 반문하던 시절이었지만, 직접 프레임 나누어 배너광고를 만들고 나모 웹에디터로 조사용 웹페이지를 만들어 실험을 진행했던 추억이 있다. 이 논문의 핵심은 배너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메시지 유형과 배너의 디자인 형태를 변수로 두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조사한 것이었다. 역시나 통제된 조건 하의 실험이었지만, 분명 크리에이티브 유형에 따라 소비자들의 반응과 광고 효과는 달라질 것이라는 가설 하에 진행된 연구였고, 나름의 의미는 있었다고 스스로 만족해본다(^^;;;). 왜 이 이야기를 하냐하면 바로 이 지점이 데이터와 크리에이티브가 만나는 바로 그 지점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DA(Display Ad, 배너광고의 통칭) 광고를 진행하는데 있어 A/B 테스트(그림 2)는 광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과정이다. 그러나 단순히 DA 광고의 소재를 A안, B안으로 나누어 테스트 하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 유형, 소구 방법, 컬러, 제품 이미지, 로고, 레이아웃 등의 변수를 다양하게 적용해서 지속적으로 그 결과 데이터를 모은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광고 소재에 따라 더 효율적인 유형이나 소비자 반응의 패턴을 얻게 될 것이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와 이를 통해 도출된 인사이트를 향후 광고 소재 제작에 반영하는게 다름아닌 Data Driven Creative이다.
지금 시점에서 어떤 이들에게는 AB 테스트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프로세스일 것이다. 반면 어떤 이들은 경험치가 있기 때문에 대략적인 감이 있다고 말할 수도, 또 어떤 이들은 배너 광고 소재 Variation 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무슨 데이터 드리븐 크리에이티브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이들에겐 엄청난 간극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한쪽은 축적된 데이터를 가지고 AI 머신러닝을 활용해 크리에이티브를 더욱 최적화 해나가고 있을 것이고, 다른 한 쪽은 여전히 노동 집약적 프로세스 안에서 땀흘리고 있을테니 말이다.
이렇게 데이터를 통해 소재 제작을 최적화 하는 것을 DCO(Dynamic Creative Optimization)라고 한다. 요즘은 우리 나라에도 DCO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고, 실제로 ATD나 DSP(Demand Side Platform) 서비스에 연동되어 운용되는 서비스들도 많다. 아직은 완벽하게 자동화된 프로세스로 결과 데이터가 학습되고 향후 캠페인을 위한 광고 소재 최적화에 적용되는 케이스는 많지 않지만 머지 않아 이 과정은 대부분 AI 주도의 자동화된 영역으로 대체될 것이니, 지금 이 시점에도 DA 광고 사이즈 variation으로 밤을 지새우고 계실 초급 디자이너 분들은 희망을 가지시길 바란다(AI가 여러분들의 일을 빼앗아 간다기 보다 여러분들은 더욱 의미있고 가치있는 크리에이티브 업무를 하실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 보면 좋을 것 같다).
최근에는 DA의 영역을 넘어서 짧은 분량의 동영상 광고를 자동으로 편집해주는 서비스들도 생겨나고 있다. 국내 동영상 광고 자동편집 기술을 보유한 비스팟(https://www.vispot.com)은 소비자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 소스를 입력하고 다양한 템플릿 중 하나를 선택하면 AI가 1분 안에 자동으로 편집하고 BGM까지 입혀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템플릿과 배경음악을 제공하며 게다가 가격까지 저렴하니 Ecommerce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동영상 광고 소재 제작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영상을 자동으로 편집하는 기술에 집중되어 있지만, 이 기술이 DA의 경우와 같이 소재별로 결과 데이터와 연동되기 시작한다면 영상광고에서도 DCO가 충분히 가능해질 것이다. 그야말로 본격적인 Data Driven Creative의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여튼 현재 시점에서 보면 Data Driven Creative는 DA 광고의 소재를 최적화 함으로써 광고의 효율을 높이는 일에 집중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그 이유는 지금 이 시점의 실무 현장에서 데이터와 크리에이티브가 가장 실질적이고 빈번하게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현실에 머무르지 않고 어떻게 더 발전시키며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이다. 지금은 광고 크리에이티브 소재에 대한 결과 값들이 엄청난 양의 데이터로 쌓이고 있고, AI 머신러닝은 끊임없이 데이터를 학습하며 그 정확도를 점점 더 높여갈 것이다. 이런 과정의 반복을 통해 특정 브랜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 그리고 이들의 광고가 집행되는 특정 매체와 특정 지면에서의 광고 결과 데이터는 방대하게 쌓이게 될 것이며, 타겟 소비자 집단이 아닌 특정 소비자 1인에 최적화된 광고 크리에이티브까지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몇 해전부터 이커머스 플랫포옴의 자사 고객의 프로파일과 구매 이력 데이터 등을 활용해 광고 소재를 완전히 개인화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AI를 통해 더욱 정교화, 자동화되고 있다. 물론 특정 기업의 1st Party Data를 활용해서 진행한 케이스이긴 하지만, 3rd Party Data와 연동만 된다면 바로 상용화 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다. 중국에 더 뒤쳐지지 않으려면 우리도 부지런지 연구하고 시도해야 할 일이다.
이와 같이 DCO를 통한 크리에이티브 소재별 데이터와 미디어 효과 데이터들이 지속적으로 연동되고 빅데이터로 축적되면 소재의 최적화를 뛰어 넘어 크리에이티브 소재 제작의 완전 자동화가 가능해지질 것이다. 이미 관련 기술과 경험이 축적된 기업들은 크리에이티브 데이터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실제 제작에 활용하기 위한 CMP(Creative Management Platform)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본격적인 Programmatic Creative 시대는 이미 열리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IGAWorks와 같이 훌륭한(^^;) 종합 데이터 테크 회사가 Full Stack Data Driven Marketing Solution을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Creative 분야에서 만큼은 우리나라 광고주 기업, 대행사, 미디어 및 데이터 기업들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사실 이번 글에서 Data Drvien Creative를 다루면서 AI 기술을 활용한 Programmatic Creative, Creative Automation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었으나, 이 또한 다뤄야 할 이야기와 사례가 많은 터라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 다뤄보고자 한다. CU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