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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y 06. 2024

7. 나의 토익 만점 수기

-심재천 「웅진지식하우스」


산수의 영어수업을 뭘로 할까 생각하다가 눈에 띈 책이다.  

토익 만점이란 아직도 나에게 어렵다.  

아니 이젠 확실히 어렵다.  

호주에서 1년간 어학연수를 했지만 이 소설 속 주인공처럼 모험을 하지 않아서일까?  

아이들 돌보며 도시락 싸고 끼니 챙기던 것이 더 큰 일이었다.  

영어 수업은 비자 유지를 위하여 형식적으로 다녔을 뿐 나의 부족한 스피킹이나 영어실력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시간과 노력과 비용이 아까워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고 아이엘츠(IELTS)까지 봤지만 그저 한국에서 하던 대로 시험용 공부였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유치원과 학교로 달려가는 나와 다르게 십 년 이상 어린 학생들은 잘하든 못하든 영어로 대화할 모임을 자주 가지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실질적인 해외 어학연수 경험을 하는 것 같았다.  


역시 다 때가 있는 건가.  

그래도 지금 돌이켜보면 일할 때와 다른 고충들이 많았지만 호주에서의 일 년은 우리 가족의 화양연화 시절이었다. 


소설에서 등장인물인 스티브가 주인공에게 말한다.  

‘네 영어는 지금도 훌륭한데 도대체 얼마나 영어를 잘해야 그 나라(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는 거야?’  


그러게 말이다.  

만점에 가까운 토익 점수로 회사에 들어가 그 영어를 써먹을 일이 얼마나 있을까?  

나의 경우만 해도 토익점수 제출이 필수인 공기업에 들어가 십 년 가까이 일하면서 영어를 쓴 적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 있는 많은 조직들이 대부분 이럴지도 모른다.  

물론 외국과의 거래가 많은 곳은 당연히 영어실력이 우선순위에 있어야 하겠지만 그 외의 모든 곳에서 토익이든 다른 영어점수를 제출하라고 하는 건 대학생들이나 취업준비생들이 전공과 전문적인 공부를 할 시간은 줄이고 영어에 투자하는 물리적 시간과 비용을 늘리게 만든다.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미국과 한국의 토익 관련 회사만 배 불려주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우리들이 낸 각종 영어 학습 관련 비용으로 그들은 우리나라의 많은 공공기관과 기업체에 로비를 하고 있을 것만 같다.  

너무 음모론적 생각인가?       


창경궁의 미선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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