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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y 03. 2024

6. 태연한 인생

-은희경 「창비」


삶을 흘려보내 듯 살고 있는 소설 속 인물 요셉의 생각이 박힌다.


‘새로운 여자란 마치 티백 속의 마른 찻잎에 뜨거운 물을 붓는 것처럼, 말라버린 채 얇은 종이 속에 갇혀 있던 자신의 존재를 되살아나게 했다.  그리하여 손끝까지 따뜻한 기운이 돌고 향기가 온 몸을 채우는 것이다.’  


이건 여자에게도 마찬가지일거다.  

친구를 사귀거나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서도 느낄 수 있는 설렘.  

나이가 들수록 그런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나랑 안 맞는 사람일까 봐.  너무 빨리 실망하고 괜히 아린 심장만 부여잡고 끝날까 봐.


이 소설에서는 크게 ‘류와 ’요셉‘의 테마로 나뉘어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둘은 한때 열렬히 사랑했으나 지금은 애써 외면하며 산다.  

요셉의 이야기 속엔 류가 등장하지만

류의 테마에선 류의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부모의 사랑, 배신, 정체성 혼란 등이 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기에 한때 그토록 갈망했던 남자로부터 아무 군더더기 없이 떨어져 나왔는지 말이다.


과거의 관계들을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살면 현재가 참 담백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건 또 다른 관계들을 맺을 때 진실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들 또한 나에게 무의미하게 잊혀질 테고 나 또한 그들에게 그런 대상이 될 테니까.  


하지만 내가 나를 위로해 주고 싶은 건 어떤 관계를 맺었든 그 선택을 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사이에 따뜻한 이해와 공감이 있어야 몸과 마음이 건강한 ‘미래의 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올림픽공원의 모과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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