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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y 07. 2024

8. 엄마와 딸

-신달자 「민음사」


보는 내내 눈물과 위안과 죄책감과 미안함이 함께 했다.  

엄마, 나, 산수를 생각하며 울컥하기를 여러 번 하는 바람에 산하에게 핀잔을 들었다.  

한 번에 다 읽지 못하고 며칠 동안 끊어 읽어야 했다.  


엄마에게 힘든 삶의 모습만 보여주던 때

만원 한 장을 서로에게 쥐어 주려다 결국 길바닥에 내팽개치고 집으로 들어간 작가가 나중에 나와서 엄마와 만원이 없는 걸 보고 펑펑 울었다는 대목에서 꼭 내가 그렇게 행동한 것처럼 찔렸다.  


엄마가 허리 굽혀 그 만원을 집는 장면과 딸에게 다시 줘서 맛있는 밥 한 끼 먹게 해주고 싶은 마음과 딸이 더 화낼까 봐 그러지 못하고 길바닥의 돈을 집어 무거운 발걸음으로 가는 엄마의 모습이 자꾸 떠 오른다.  


요즘 들어 엄마한테 이유 없이 짜증을 낸다.

이것저것 나에게 뭘 주려는 것도 싫고

딸 집 부엌에서 일하시는 것도 싫고

장 보면서 돈 내시는 것도 싫다.  


엄마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나온 자격지심일까.  잘난 딸이 되어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인물이 되고 호강시켜드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 오히려 죄책감에 엄마한테 화풀이를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고 나면 내 딸에게도 더 날카로워진다.  

나처럼 되지 말고 좀 더 잘나라고.  

그래서 더 엄격해지고 사소한 실수에도 불같이 화가 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미안해한다.  


이 책을 읽고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라는 위안을 받았다.  

그리고 나의 뿌리인 내 엄마와 나의 열매인 내 딸을 더 순수하게 사랑하고 싶다는 다짐을 한다.  

이 마음이 좀 오래가야 할 텐데..     


남산의 히어리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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