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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y 08. 2024

9. 세월

-김형경 「사람풍경」


언젠가 김형경 작가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고등학생 때 욕을 잔뜩 써 놓은 일기장을 보고도 선생님이 아무 말을 하지 않아서 자신이 그나마 그 시절을 견딜 수 있었다고 했다.  

그땐 그저 많이 반항적인 소녀였나 보구나 하고 지나갔다.  


그 후 ‘사람풍경’, ‘천 개의 공감’, '좋은 이별‘ 등 심리치유서 같은 작가의 다른 책들을 읽고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며 살아온 걸 알게 되었다.  정신분석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오랜만에 두 권짜리 소설을 읽었다.  

몇 장 읽으면서 아.. 이건 소설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고단한 세월을 그대로 담아낸 글이구나.  


꼭 소설가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특히 우리 어머니들) 자신의 삶을 글로 풀어내면 책 열 권도 더 될 거라고 말한다.  

나도 가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순간의 장면들이 잊히지 않고 그때의 느낌까지 적나라하게 되살아날 땐 영화나 소설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가끔 답답하고 화날 정도로 어리숙하다.  

하지만 그런 점이 그를 현재 위치의 작가로 끌어다 놓았을지도 모른다.  

많은 억울한 일을 겪고 고생을 하고 죽음을 생각하고.  

하지만 성공한 작가보다 평온한 일상을 택하고 싶다는 주인공처럼 나도 그런 생각들로 갈등한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것으로 인해 혹은 그것을 위해 내 삶이, 내 가족이 조금이라도 힘들어진다면 나 같은 성향의 사람들은 죄책감의 늪에서 허우적 댈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꼭 그만큼의 어려움과 고통을 가져봤던 이들 같다.     


황금산의 때죽나무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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