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스 카잔차키스 「열린 책들」
워낙 유명한 책이라 한 번은 읽어 봐야지 하고 사두고는 몇 년이 지났는지도 모른 채 묵혀두고 있었다.
김정운 문화심리학자가 이 책을 읽고 나서 교수직을 그만두고 일본으로 미술 유학을 갔다고 한다.
그 후 여수에 내려가 그림 그리고 글 쓰며 자유롭게 산다는 인터뷰 글을 읽었을 때는 아직 읽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는 직장 생활을 더 해야 하니까.
두껍기도 하고 기대만큼 큰 감흥을 못 느껴서인지 중간중간 다른 책들로 외도를 하다가 겨우 끝까지 읽어냈다.
작가는 조르바의 입을 빌려 자신에 대해 책만 읽는 바보라는 식으로 비아냥댄다.
그가 존경하는 친구는 국가와 자신의 소신을 위해서 목숨을 내건 전쟁터로 가고,
조르바는 본능에 따라 그만의 삶을 산다.
주인공은 이도 저도 아닌 자신의 나약함을
친구의 편지와 조르바의 걸쭉한 입담을 통해 표현하며 스스로 질책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마음이 진정 원하는 게 뭔지, 어떤 삶이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한다.
이 책은 실존 인물인 조르바와 탄광사업을 하며 겪은 일들을 쓴 것이라는데 모두 그대로 옮기진 않았겠지만 과부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마녀사냥 같은 증오와 살인 장면을 읽을 때는 소름이 끼쳤다. 조르바가 여자를 표현하는 내용도 너무 적나라하고 비하하는 것이어서 화끈거렸지만 일면 인정할만한 점도 있어서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간혹 가슴을 툭 건드리는 내용이 있었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만 탄광이 불에 타고난 후 작가가 느낀 걸 표현한 부분은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있다.
‘내가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순간이었다.’
‘외부적으로는 참패했으면서도 속으로는 정복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인간은 더할 나위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끼는 법이다.
외부적인 파멸은 지고(至高)의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내가 내 안의 불꽃을 꺼트리지 않으면 된다.’
아파트 화단의 모과나무 수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