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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Aug 05. 2024

72.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김얀 「달」


이병률 작가의 ‘안으로 멀리뛰기’에서 언급된 책이다.  

달 출판사의 책들을 이야기하면서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라고 소개했었다.  호기심이 동해 아직 읽지 않은 이병률 시인의 다른 책들과 함께 주문했다.


다시 책을 사기 시작했다.  

이제 물건도 사람도 소유하지 않고 돈도 생존에 필요한 것에만 쓰기로 하면서 책을 빌려 읽었었는데 이병률 시인의 책은 사서 읽고 꽂아두고 싶다.  

김얀. 경민(ㄱㅕㅇㅁㅣㄴ)을 거꾸로 읽은 사람들 덕분에 만들어진 이름.  재밌는 작명이다.  


사랑과 낯선 도시의 이야기들을 일기처럼 풀어낸 글에서 그녀의 도발적이고 야하고 겁 없고 외로운 마음을 읽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고 싶어 생각한 게 여행, 섹스, 책이라던 서른 살의 여자.


겉으로는 페미니스트나 휴머니스트를 외치지만 

내 안의 가부장이 나를 휘두르고 있어 여자는 성에 대해 완고해야 된다고 여기기도 한다.  남자는 성에 관한 경험을 무용담처럼 자랑하며 말해도 말이다.  

이 어리고 겁 없고 여리고 성숙한 여자는 그런 고정관념과 불공평한 세상의 시선 따위 개에게나 던져줘 버리라는 듯 거침없이 자신의 섹스와

그 상대들에 대해 썼다.  

나는 나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한데 정말 대단하고 대견하다.  여자가 이런 글을 쓰는 건 남자보다 몇 배의 힘이 필요할 텐데.

이런 생각조차 불평등한 관습의 사고방식이기도 하겠지만 지금 세상에도 여전히 성에 대해서는 여자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이 글이 어떤 부분은 소설적 상상이기도 했다니 모든 내용이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닌가 보다 하며 오히려 내가 안도했다.  

나보다 많이 어리지만 여행으로 다져진 마음으로 스스로를 크게 만든 사람 같다.  

그의 말 중 ‘세상엔 스스로 발을 담그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에 완전 동감한다.  

본인이 해보지도 않고 타인의 삶을 지레짐작하면서 이래라저래라 충고하는 사람들이 싫다.  

나부터 그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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