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본질에 대해 도브가 소비자들에게 던지는 질문
여러분은 스스로 예쁘다 또는 잘생겼다고 생각하시나요? 겸손하려고 애쓰지 마시고 그냥 마음속 있는 그대로의 대답을 들려주세요. 여러분의 외모는 평균인 가요? 아니면 그 이상인가요?
누군가 이런 질문을 갑자기 던진다면 당황스럽고 심지어 불쾌하기도 할 것 같습니다.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질문이라니 사실 무례한 질문이지요. 그런데 이 질문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도발적으로 던졌던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샴푸, 비누, 바디로션 등 미용제품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미용 브랜드, 도브(Dove)가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2014년 3월, 도브는 샌프란시스코, 상하이, 델리, 런던, 상파울루의 도심 한복판에서 사람들이게 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도브의 마케팅팀과 에이전시인 Ogilvy & Mather는 여성들이 자주 다니는 건물의 입구에 "Beautiful"과 "Average"이라는 표지가 붙은 두 개의 입구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드나드는 출입구가 "아름다움"과 "평균"이라는 두 개의 입구로 나뉘게 된 것입니다. 이 건물에 들어가려는 여성들은 어느 날 뜬금없이 자신의 외모에 대한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말이죠.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겠죠?
이곳을 지나가는 여성들은 난감한 표정으로 잠시 주저했습니다. 그리고는 각자 자신의 선택을 했죠.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평가할 것이냐, 아니면 평범하다고 판단할 것이냐. 관찰 결과, 상당히 많은 여성들이 "Average" 입구로 들어가기를 선택했습니다. Beautiful 입구 방향으로 오더라도, 간판에 쓰인 글씨를 보고서는 이내 Average 입구로 돌아 들어가기도 했죠. Beautiful 입구로 들어가는 여성들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부리나케 뛰어들어가기도 했습니다.
도브는 Average 입구로 들어간 여성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물었습니다. 왜 Beautiful 입구를 두고 Average를 선택했는지. 그러자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들이 자신을 평범하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텔레비전이나 미디어에 나오는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자신의 모습은 그들보다 아름답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신은 평범하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Ugly"라는 입구도 있었으면 그 입구로 들어갔을 거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도브가 이런 도발적인 캠페인을 하게 된 것은 1년 전 도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도브는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6,400여 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조사에서 무려 96%의 여성들이 스스로를 아름답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반면에 80%의 여성들은 모든 다른 여성들이 아름다움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답니다. 이상한 결과죠? 많은 여성들이 다른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아름다움은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캠페인을 시작한 5개 도시에서 설문조사의 결과대로 90%가 넘는 여성들이 Average 입구를 선택하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그 결과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캠페인이 며칠째 진행되면서, Beautiful 문으로 조심 스래 향하는 여성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망설이는 듯 보였지만 Beautiful 입구를 통과한 사람들이 얼굴에 미소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자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Beautiful 입구를 당당하게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도브의 마케팅팀은 이 사람들에게 왜 생각이 바뀌었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Beautiful 문을 통과하는 순간... 난 스스로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요. 난 아름다워"
"거울을 보게 되면, 아름다운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을 것 같아요"
"아름답다는 말은 정말 위대한 말인 것 같아요. 나를 아름답다고 말하는 문 뒤의 세상으로 가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여성들은 하루에도 수천 가지 선택을 합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일상에서 하는 수많은 선택처럼,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선택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하루를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어주죠"
응답자들은 점차 자신이 아름다움을 남들의 시각이 아닌 스스로의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름다움. 그것은 주변 사람들이 여성들에게 부여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에게 부여해주는 힘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입니다.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선택한 여성들은 문을 통과하면서 더 많은 자신감과 행복함을 가지고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Choose Beautiful이라는 이름의 이 도브의 캠페인은 유튜브에 공개된 이후 한 달 만에 6백만 건 이상의 view를 달성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Choose Beautiful이라는 단어는 구글에서 지난주 백만 건이 넘게 검색된 인기 검색어가 되었다고 하네요. 남들에게 자신의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을 맡기지 말고 스스로 아름다움을 선택하라는 도브의 메시지. 이 메시지는 전 세계 수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받으며 다시 한번 도브의 캠페인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도브가 이런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은 Choose Beautiful을 시작한 2014년보다 10년도 더 오래된 일입니다. 도브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10년간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대해 질문하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다른 미용용품 회사들이 늘씬하고 아름다운 모델들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며 전 세계 여성들에게 "이렇게 아름다워지고 싶지 않니?"라며 아름다움을 강요할 때, 도브는 아름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왔죠
"여러분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것은 어떤 것이죠?"
"여러분이 아름답다, 아름답지 않다 라는 건 누가 결정짓는 거죠?"
이 광고 기억나시나요? 2004년 도브가 Real Beauty라는 캠페인 이름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던 첫 광고입니다. 당시 유럽의 주요 거리와 벽면을 도배했던 이 광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주었죠. 늘씬하고 예쁜 모델들에 의해 아름다움에 대한 개념을 세뇌당하던 소비자들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어디서 온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죠
도브는 이 광고를 통해 엄청난 광고효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도브는 당시 P&G의 Olay 브랜드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의 생활용품회사인 Unilever가 1990년도에 출시한 브랜드였지만, 결코 P&G의 Olay를 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Beiersdorf의 Nivea, Johnson & Johnson의 Neutrogena에도 미치지 못하는 판매실적과 브랜드 인지도를 보이고 있었죠. 하지만 이 광고 캠페인을 통해 일반 지면 광고의 30배 이상의 효과를 거두며 도브의 인지도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게 됩니다
뒤이어 도브는 Real Beauty 캠페인의 후속작들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소개된 도브의 샴푸 광고, "Flip your Wig"에서는 수백 명의 여성들이 다 똑같이 긴 금발머리 가발을 쓰고 모여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여성들이 가발을 벗어던지자 다양한 본인만의 아름다운 머리가 드러납니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긴 금발 머리를 동경하는 여성들에게 자신의 머리를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였습니다. 여성들은 다들 긴 금발 머리를 동경하지만, 막상 수많은 여성들이 똑같이 긴 금발머리 가발을 쓰고 한자리에 모여있자, 다들 자신의 머리가 얼마나 유니크하고 아름다운지를 깨닫게 되는 모습을 광고에 담았습니다
이 광고 기억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Tested on Real Curves"라는 이름의 광고 처음 소개되어 또다시 엄청난 반응을 받았던 도브의 바디샴푸 광고입니다. 전 세계 여성의 66%가 광고에 나오는 비이상적으로 날씬한 모델들의 모습에 우울함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도브의 마케팅 매니저인 Jo Riley는 우리가 주변에서 만나는 현실적인 몸매의 사람들을 광고 모델로 내세웠습니다. 예쁘지 않은 모델을 자사의 광고 모델로 내세운다는 것이 당시에 얼마나 큰 모험이었는지, 이 광고로 인해 Unilever의 주가가 출렁일 정도였다고 하네요. 미용용품이 여성들에게 아름다움에 대한 환상과 동경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당시의 마케팅 풍토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이 시도는 다시 한번 도브의 아름다움에 대한 진정성 있는 자세에 대해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인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도브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우리 인식 속에 아름다움에 대한 편견을 두들기는 마케팅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실시했습니다. 2006년 방영된 도브의 캠페인 광고 "Evolution"은 지금까지도 역사상 최고의 광고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광고판의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은 사실 일반 여성의 사진을 포토샵으로 왜곡시켜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메시지였습니다. 2006년 10월 6일에 캐나다에서 처음 75초 풀버전으로 방영되었을 때, 수천만 캐나다 시청자들은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는 전설이 남아있습니다. "No wonder our perception of beauty is distorted"라는 마지막 자막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스스로 되묻게 되었죠.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건 누가 나에게 알려준 거지?
이 영상은 공개 첫날 4만 건, 첫 달에 170만 건, 그리고 공개 1년 만에 1200만 건의 view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미국의 모든 공중파의 주요 프로그램과 뉴스가 이 광고를 풀버전으로 보도하는가 한편, 실제 도브의 매출이 광고가 상영되는 기간 동안 5.9% 증가하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칸느 영화제의 광고 부문에서는 나이키를 제치고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그 외 수많은 광고제에서 여러 차례 대상을 받았습니다.
2013년에 있었던 도브의 또 하나의 히트작 캠페인이 있습니다. "Real beauty sketch"라는 제목의 캠페인입니다. 이 캠페인 영상에서는 FBI에서 범인의 몽타주를 그리는 전문가가 등장합니다. 목격자들이 이야기하는 범인의 인상착의를 듣고 범인의 모습을 가장 가깝게 그려내는데 수십 년 동안 훈련된 사람이지요. 전문가는 이 영상에서 범죄 피해자가 아닌 일반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몽타주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여성들은 이 전문가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을 들려줍니다. "엄마가 그러는데 제 턱이 좀 큰 편이래요", "전 얼굴이 조금 둥글둥글해요"
몽타주 전문가는 여성의 이야기만을 듣고 여성의 모습을 몽타주로 그립니다. 그리고 다음날, 이 여성을 처음 본 다른 사람이 이 여성의 모습에 대해 몽타주 전문가에게 이야기합니다. 몽타주 전문가는 두장의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것이죠. 여성이 스스로를 표현한 말을 듣고 그린 그림과 다른 사람이 여성에 대해 말한 것을 듣고 그린 그림. 이 두 그림을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놀랍게도, 스스로를 묘사해서 그린 그림보다 남들이 묘사해서 그린 그림이 훨씬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게다가 남들의 묘사한 모습이 실제 모습에 더 가까웠죠.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남들은 당신을 더 아름답게 보고 있다는 것이지요. 아니면 반대로 자신은 스스로를 덜 아름답게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 두 그림을 바라보면서 여성들은 그동안 자신은 스스로를 왜 아름답지 못하게 보고 있었을까 돌이켜 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3년 4월 14일에 공개된 이 영상은 다시 한번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답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은 1억 6천만이 넘는 뷰를 기록했고, 다시 한번 칸느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움의 본질에 대해 도브는 소비자들에게 15년이 넘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 왔습니다. "남들이 당신에게 강요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내려놓고, 당신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보듬어보세요." 수많은 다른 미용용품의 마케팅들이 아름다움의 기준을 소비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는 반면, 도브는 그 기준이 당신에게 있으니 거울을 보고 아름다움을 발견하라고 이야기해 왔죠.
전 도브의 지난 15년간의 여정을 보면서, 상대방과 공감하고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기업과 제품의 마케팅에서도 가장 중요한 진리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름다움이란 건 V라인과 8등신과 흰 피부로 이루어져 있다고 가르치는 광고들의 무더기 속에서 당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요?라고 소비자에게 물어오는 광고. 그리고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다양한 시도로 "강요" 아닌 "설득"을 하려는 꾸준한 노력. 이런 진전성 있는 이야기 과정 속에서 소비자는 제품에 대해 공감하고 신뢰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도브가 던진 질문에 저도 답을 해야겠네요. "네, 저는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