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회사에서 ‘또라이’ 라고 불렸다. 일이 본인 위주로 돌아가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온갖 짜증을 내고 타 부서 일에 시시건건 간섭을 했다. 그녀를 처음 만난 사람들은 그녀의 아나운서 같은 세련된 말솜씨와 정갈한 외모에 호감을 갖지만, 한 번만 같이 일하고 나면 진절머리가 나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나도 오늘 그 피해자 중에 한 명이 되었다.
“아놔 정말 미친…”
돌부처로 불리던 나도 끓어오르는 화를 숨기기 어려웠다. 난 조용히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와 내 차에 앉아 분을 삭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가 내려와 맞은편 주차된 그녀의 차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난 충동적으로 그녀의 뒤를 몰래 쫓기 시작했다.
그녀의 차는 퇴근길 정체에 막힌 차들을 이리저리 비껴가며 한남대교를 건넜다. 깜빡이도 안 켜고 차선을 넘나드는 꼴이 딱 그녀의 성격 그대로였다. 난 그녀를 놓칠세라 그 뒤를 바짝 쫓았다.
그녀는 서초동 한 아파트 단지 상가건물 앞에 차를 세우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 남편이 유명한 법률회사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라더니 가장 작은 평수도 이십억이 넘는다는 고급 아파트 단지였다. 저 여자는 집에서도 가족들한테 괴팍하게 짜증을 낼까? 남편은 무슨 부처라도 되나? 이런 생각을 하며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의 손을 잡고 그녀가 건물을 나왔다. 아이는 그녀의 손에 매달려 깡충깡충 발을 구르다 차에 올랐다. 그녀와 아이를 태운 차는 바로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
집에 돌아온 난 차량 블랙박스의 칩을 꺼내 오늘 녹화된 영상을 확인했다. 모니터에 그녀의 차와 그녀의 뒷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난 수많은 영상들 가운데 몇 개를 골라 인터넷 사이트에 하나씩 업로드했다. 그녀의 아이 모습에 잠시 멈칫했지만 난 결국 멈추지 않았다. 업로드 완료 알림 메시지를 보며 난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
“ 교통위반 시민 신고가 완료되었습니다
- 방향지시등 위반 과태료 4만 원
- 속도위반 과태료 5만 원
- 교차로 신호위반 5만 원
- 주정차 금지구역 위반 과태료 4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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