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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우 Jul 25. 2022

직장 내 또라이를 향한 잔인한 복수

그녀는 회사에서 ‘또라이’ 라고 불렸다. 일이 본인 위주로 돌아가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온갖 짜증을 내고 타 부서 일에 시시건건 간섭을 했다. 그녀를 처음 만난 사람들은 그녀의 아나운서 같은 세련된 말솜씨와 정갈한 외모에 호감을 갖지만, 한 번만 같이 일하고 나면 진절머리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나도 오늘  피해자 중에 한 명이 되었다.


“아놔 정말 미친…”


돌부처로 불리던 나도 끓어오르는 화를 숨기기 어려웠다. 난 조용히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와 내 차에 앉아 분을 삭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가 내려와 맞은편 주차된 그녀의 차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난 충동적으로 그녀의 뒤를 몰래 쫓기 시작했다.


그녀의 차는 퇴근길 정체에 막힌 차들을 이리저리 비껴가며 한남대교를 건넜다. 깜빡이도  켜고 차선을 넘나드는 꼴이  그녀의 성격 그대로였다.  그녀를 놓칠세라  뒤를 바짝 쫓았다.


그녀는 서초동 한 아파트 단지 상가건물 앞에 차를 세우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 남편이 유명한 법률회사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라더니 가장 작은 평수도 이십억이 넘는다는 고급 아파트 단지였다. 저 여자는 집에서도 가족들한테 괴팍하게 짜증을 낼까? 남편은 무슨 부처라도 되나? 이런 생각을 하며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의 손을 잡고 그녀가 건물을 나왔다. 아이는 그녀의 손에 매달려 깡충깡충 발을 구르다 차에 올랐다. 그녀와 아이를 태운 차는 바로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


집에 돌아온 난 차량 블랙박스의 칩을 꺼내 오늘 녹화된 영상을 확인했다. 모니터에 그녀의 차와 그녀의 뒷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난 수많은 영상들 가운데 몇 개를 골라 인터넷 사이트에 하나씩 업로드했다. 그녀의 아이 모습에 잠시 멈칫했지만 난 결국 멈추지 않았다. 업로드 완료 알림 메시지를 보며 난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


“ 교통위반 시민 신고가 완료되었습니다


- 방향지시등 위반 과태료 4만 원

- 속도위반 과태료 5만 원

- 교차로 신호위반 5만 원

- 주정차 금지구역 위반 과태료 4만 원”

이전 05화 첫사랑에 성공만 했어도 저만한 애가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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