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부터 추운 날의 연속이었다. 이런 날엔 나에게 책상 서랍 속 비상식량이 있다. 바로 컵라면.따끈한 국물을 생각하며 직원 휴게실 문을 열었다. 직원들이 뭔가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자리를 앉으니 S 대리가 해맑게 이야기를 걸어온다.
"과장님, 저 회사 그만두려고요. 저 나중에 힘들 때 밥 한 번 사주세요."
"음? 왜? S대리가 왜요?"
농담인 듯 진심을 이야기하는 S대리. 평소 사람들과도 잘 지내고 일도 잘하고, 아이디어도 넘치는 직원이라 언젠가 같이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도 잘하고 또 좋아하잖아요. 그냥 좀 쉬는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좀 길게 휴가를 내보는 게 어때요?
"아니에요. 길게 휴가를 낼 수도 없고... 새로운 것도 해보고 싶고. 해외로도 나가 보고 싶고. 저 결심했어요."
일 잘하고 성실한 S대리. 몇 년간 까다롭고 힘든 업무에 주로 배치되었었다. 많이 지쳐 보였다.
"회사 동료로는 많이 아쉽지만, 개인적으로는 뭔가 새로운 계기가 될 것 같네요. 많이 응원할게요. 밥은 언제든지 사줄 수 있어요."
창의적으로 기획하는 일을 좋아하는 S대리는 분명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일을 찾을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오랜 기간 함께했던 사람들이 회사를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쓸쓸해진다. 라면을 먹고 나서 산책을 할까 말까 고민을 했다. '산책 기록을 남기기로 결심을 했는데 2주 만에 그만둘 수 없지...' 이런 생각으로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밖을 나서니 너무나 추웠다. 인천항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기분이다. 평소 산책하는 자유공원길로 향하다 고민에 빠졌다. 계속 걸을 것인가. 오늘은 산책을 접을까. 걸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옆에 몇 달 전에 새로 생긴 예쁜 카페가 보인다. 나도 모르게 카페로 들어갔다.
너무 추운 날이라 그런지 카페 안에도 사람 없이 조용했다. 점심으로 먹은 라면이 벌써 다 소화가 되어 버렸다. 노릇노릇 구워진 소금빵과 따뜻한 커피를 주문했다. 소금빵도 오븐에 구워주셔서 따뜻하다. 커피와 소금빵을 먹으며 조용한 카페에 혼자 앉아 있으니 쓸쓸했던 마음과 추웠던 몸이 조금 녹는 것 같았다. 커피를 반쯤 마시고 시계를 보니 12시 50분이 되어 간다. 사무실에 1시 전까지 들어가려면 지금 나가야 한다.
오늘은 산책을 시도한 날, 정도로 해야 할까? 서둘러 커피를 마시고 남은 빵을 다 먹고 사무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