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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서가 Dec 18. 2023

나의 반려 나무

2023.12.12.


나에겐 아주 멋진 반려나무가 있다. 바로 자유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플라타너스나무. 이름은 플라타너스나무를 줄여 '플라'이다.

플라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플라타너스나무로 개항기 자유공원의 역사를 보여주는 나무로 가치가 있어 보호수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인천일보 기사(2015.05.13.)에 따르면 이 나무는 1888년 자유공원이 조성될 당시 인천항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1900년대 초 자유공원에 건설된 존스턴별장 사진에도 플라타너스 존재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반려' 동물이나 식물은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두고 기르는 동물이나 식물을 말한다. 플라가 나의 반려나무가 된 것은 김하나 작가와 황선우 작가가 진행하는 '여둘톡' 팟캐스트를 들은 이후이다. 방송의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두작가가 '반려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난 나무가  플라였다. 나와 가까운 어느 곳에 긴 세월을 견디고 멋지게 살아낸 존재가 있다는 것은 든든하게 믿는 존재가 생겨난 것 같았다.

자유공원으로 올라가지 전 플라와 인사한다. '안녕, 잘 지냈니?' 플라는 12월 중순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는 나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직 가을 옷을 입고 있었다.

문득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날씨가 따뜻해 걷기 좋은 날씨라며 신나게 산책을 나섰는데 플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참 플라를 보고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플라를 보며 "우아~" 감탄사를 내뱉으며 지나간다. 나에게 한 감탄도 아닌데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플라와 인사를 마치고 오늘은 자유공원을 크게 한 바퀴 돌아본다. 공원을 크게 한 바퀴 돌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12시 55분.

오늘도 잘 걸었다.


202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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