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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서가 Jun 22. 2024

피아노의 세계로 프롬나드

2024.06.17.


피아노, 게다가 클래식. 나에게는 머나먼 세계였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건 그래도 같이 해보고 싶은 마음에 몇 년 전부터 조성진, 임윤찬 등의 공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정말 운이 좋게도 우리 동네로 공연을 온 임윤찬의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티켓을 살 수 있었다.  2시간 연차를 내고 공연시간 보다 일찍 퇴근을 하고 부천아트센터에 도착했다. 저녁을 먹으려고 인근 식당에 들어가니 파란색 공연 리플릿을 들고 설레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공연장에 들어가 공연 전 설렘을 느꼈다.


1부에서는 펠릭스 멘델스존의 무언가 E장조와 D장조를, 그다음 차이콥스키의 사계를 10월까지 연달아 들었다. 다른 사람의 숨소리까지 들려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고 앉아 있다가 쉼 없이 이어지는 연주로 1년의 풍경이 빠르게 흘러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임윤찬의 머리와 연주하는 손이 공기에 가볍게 흔들리다 어느 순간 얼굴에서 땀이 뚝뚝 흘러내린다. 10월 연주가 끝나고 몇 초의 정적 후 12월 <크리스마스 주간>까지 연주가 끝났다.


15분의 휴식 후 2부에는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으로 총 11곡을 연주했다. '먹이를 문 병아리의 발레', 죽은 언어로 죽은 이에게 말 걸기', 곡 제목이 시적이다. <전람회의 그림>은 무소륵스키의 갓 서른을 넘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친구 하르트만의 유작 전시에서 받았던 감명과 인상을 담아서 만들어낸 피아노 곡이다. 음악의 시작은 '프롬나드', 산책으로 시작해 곡 사이사이 '프롬나드'로 연결된다. 전시장에서 그림을 감상하고, 잠시 이동해 다른 그림과 만나는 과정을 '산책'으로 표현하였다. 피아노 연주만으로도 이렇게 전시장을 산책하는 기분이 들다니. 프로그램에 있었던 연주가 다 끝나고 두 곡의 앙코르곡을 끝으로 공연이 끝났다.


시계를 보니 9시 30분이 넘어갔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냥 버스를 타고 싶지 않아 걸어서 집에 갔다. 시원한 초여름의 공기가 조금은 뜨거워졌던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었다.  내가 몰랐던, 막연하게 좋겠지 생각했던 세계. 꼭 임윤찬 공연만이 아니라 크고 작은 클래식 공연도 아이와 함께 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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