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서가 Nov 17. 2024

사람이 없는 도서관을 좋아한다면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우치다 다쓰루 지음,  유유출판사)

회사 근처에 작은 도서관이 있다. 점심을 빨리 먹고 1~2주에 한 번씩 도서관에 간다. 사람이 많이 사는 동네가 아니라 도서관은 항상 조용하고 쾌적하다. 잘 정리된 서가에 신간과 함께 큐레이션 한 다양한 책들이 정성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조용한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하는 책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마음과 머리가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이 든다.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우치다 다쓰루, 유유출판사)라는 제목에서 ‘사람이 없는 도서관을 좋아하는’ 나를 책에서 만나는 것 같아 반갑기도 하고, 그 내용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 책은 애서가이자 장서가이며 문학, 철학, 정치, 교육 등 다양한 주제의 글로 비판적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는 우치다 다쓰루가 ‘책’에 대해 다양한 매체에 쓴 글을 엮은 책이다.      


이 책에서는 책을 둘러싼 사람, 공간, 문화에 대해 폭넓게 다루고 있다. 도서관의 의미, 저작권, 독자와 저자와 관계, 종이책과 전자책 등 너무 까다로워서, 혹은 너무 복잡해 보여 그냥 흘려보낸 생각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왜 도서관에 가고 책을 읽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언젠가는 아이가 나에게 질문할 법한) 대답이 이 책에 있었다. “내 앎이 닿을 수 있는 범위가 얼마나 좁은지에 대한 ‘유한성의 자각’이 지적 상태”이며 “무한한 얾을 향해 열린 도서관”이 있기 때문에 ‘유한성의 자각’이 가능하다고, 그 자각을 통해 ‘조심스러움’과 ‘예의 바름’을 유지하는 것인 지적인 상태라고.     


책을 많이 사놓고는 읽지 않곤 하는데, “우리는 ‘지금 읽고 싶은 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읽어야 할 책’을 사는 것”이며 “언젠가 읽어야 할 책’을 읽고 싶다고 느끼고 읽을 수 있을 만큼의 문해 능력을 갖춘, 언젠가는 충분히 지성적․정서적으로 성숙한 자신이 되고 싶은 욕망이 우리로 하여금 모종의 책을 책장에 꽂도록 이끈”다고 말한다. 사놓고 읽지 않은 책 앞에서 죄책감이 들곤 했는데, 조금 위로받고 해방된 기분이 들었다.      

우치다 선생이 책과 독자의 관계, 저작권 등을 말할 때 기본적인 바탕은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었다. 창작자의 마음과 생각을 존중하고, 귀중하게 여기는 것, 독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 등은 ‘조심스러움’과 ‘예의 바름’을 갖춘 지적인 성숙함에서 발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우치다 선생의 다른 책도 찾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차, 책 뒷부분의 ‘옮긴이의 말’을 읽었다. 「우치다 다쓰루 팬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하여」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보통 칼럼이나 발표된 글을 기획하고 엮어 책으로 만드는 일은 ‘편집자’들의 역할이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우치다의 팬인 번역가 박동섭이 직접 발로 뛰고 엮어 이 책을 만들었다. 우치다 선생의 글을 “한 사람이라도 많은 사람이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절박함으로 독자의 소매를 붙잡으며 간청하는 ‘태도’와 ‘책을 슬쩍 내놓는 어찌 보면 좀 쿨한 태도’라는 얼핏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상반되는 태도를 동시에 취하려 시도”였다는 옮긴이의 의도가 나에게 통한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