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처에 작은 도서관이 있다. 점심을 빨리 먹고 1~2주에 한 번씩 도서관에 간다. 사람이 많이 사는 동네가 아니라 도서관은 항상 조용하고 쾌적하다. 잘 정리된 서가에 신간과 함께 큐레이션 한 다양한 책들이 정성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조용한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하는 책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마음과 머리가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이 든다.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우치다 다쓰루, 유유출판사)라는 제목에서 ‘사람이 없는 도서관을 좋아하는’ 나를 책에서 만나는 것 같아 반갑기도 하고, 그 내용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 책은 애서가이자 장서가이며 문학, 철학, 정치, 교육 등 다양한 주제의 글로 비판적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는 우치다 다쓰루가 ‘책’에 대해 다양한 매체에 쓴 글을 엮은 책이다.
이 책에서는 책을 둘러싼 사람, 공간, 문화에 대해 폭넓게 다루고 있다. 도서관의 의미, 저작권, 독자와 저자와 관계, 종이책과 전자책 등 너무 까다로워서, 혹은 너무 복잡해 보여 그냥 흘려보낸 생각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왜 도서관에 가고 책을 읽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언젠가는 아이가 나에게 질문할 법한) 대답이 이 책에 있었다. “내 앎이 닿을 수 있는 범위가 얼마나 좁은지에 대한 ‘유한성의 자각’이 지적 상태”이며 “무한한 얾을 향해 열린 도서관”이 있기 때문에 ‘유한성의 자각’이 가능하다고, 그 자각을 통해 ‘조심스러움’과 ‘예의 바름’을 유지하는 것인 지적인 상태라고.
책을 많이 사놓고는 읽지 않곤 하는데, “우리는 ‘지금 읽고 싶은 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읽어야 할 책’을 사는 것”이며 “언젠가 읽어야 할 책’을 읽고 싶다고 느끼고 읽을 수 있을 만큼의 문해 능력을 갖춘, 언젠가는 충분히 지성적․정서적으로 성숙한 자신이 되고 싶은 욕망이 우리로 하여금 모종의 책을 책장에 꽂도록 이끈”다고 말한다. 사놓고 읽지 않은 책 앞에서 죄책감이 들곤 했는데, 조금 위로받고 해방된 기분이 들었다.
우치다 선생이 책과 독자의 관계, 저작권 등을 말할 때 기본적인 바탕은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었다. 창작자의 마음과 생각을 존중하고, 귀중하게 여기는 것, 독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 등은 ‘조심스러움’과 ‘예의 바름’을 갖춘 지적인 성숙함에서 발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우치다 선생의 다른 책도 찾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차, 책 뒷부분의 ‘옮긴이의 말’을 읽었다. 「우치다 다쓰루 팬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하여」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보통 칼럼이나 발표된 글을 기획하고 엮어 책으로 만드는 일은 ‘편집자’들의 역할이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우치다의 팬인 번역가 박동섭이 직접 발로 뛰고 엮어 이 책을 만들었다. 우치다 선생의 글을 “한 사람이라도 많은 사람이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절박함으로 독자의 소매를 붙잡으며 간청하는 ‘태도’와 ‘책을 슬쩍 내놓는 어찌 보면 좀 쿨한 태도’라는 얼핏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상반되는 태도를 동시에 취하려 시도”였다는 옮긴이의 의도가 나에게 통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