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산보

by 작은서가


점심시간 산책, 우체국에 갈 일이 있어 평소와 다른 길로 걸었다. 골목골목 여러 가게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걷는 길이 새롭게 다가왔다. 가게 앞에 작은 꽃무늬의 손수건들과 작은 손지갑들이 자판에 아기자기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가까이 가보았더니 '시와예술'이라는 시와 예술을 테마로 한 전문서점이다. 아직 점심시간이 충분하게 남았다. '그럼 좀 구경해 볼까?' 최근 너무 책을 많이 사서 당분간 책을 사지 않아야지 생각을 했지만 구경하는 것뿐이니까, 하며 슬그머니 들어갔다.


독립책방 안에는 책뿐만 아니라 우표와 연필 등 책방 주인님의 취향이 담겨 있는 작은 문구와 소품들을 책과 함께 만날 수 있다. 시집과 시인들이 쓴 에세이, 예술에 대한 에세이와 사진집 등 읽고 싶고 사고 싶은 책이 곧곧에서 '나를 사줘!'라고 소리 없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책을 구경하다 문득 올해 사용할 수 있는 회사에서 지급하는 문화활동비가 생각이 났다. '책은 사는 것이지, 작은 책방도 좋고 나도 사고 싶은 책 사고 문화활동비도 사용하고.' 결국 한 권 주인님의 추천 책까지 포함해 다섯 권의 책을 구입했다.


책을 구입하고 다시 사무실로 걸어가는 길 <우연한 산보>라는 만화가 생각났다. 일본 문구회사에 근무하는 중견 영업사원 우에노 하라는 그가 그가 근무하는 도쿄 거리를 걸어 다니며 우연히 산보를 시작한다. 기타시나가와, 키치죠, 이노카시라 공원 등 도쿄 시내의 거리와 건물들이 섬세하게 그려져 마치 내가 우에노 하라가 되어 산보를 하는 기분이 든다. 산보만큼 재미있었던 것은 산보를 하며 계획하지 않은 작은 물건을 사가지고 가는 주인공의 모습이다. 우연한 산보에서 만난 우연한 물건을 구입해 집으로 향할 때 보인 주인공의 미소. 나도 그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가게를 나오려고 하는데 책방 주인님께서 환한 미소로 배웅을 해주셨다. 바로 퇴근해 근처 카페에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남아 있는 일을 생각하며 서둘러 사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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