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것을 소비하는 행위는 나를 위한 것과 같다.
우리는 끊임없이 소비를 한다. 커피에서부터 과자, 외식 아이들의 옷과 장난감 등등. 생각해 보면 엥겔지수가 높긴 하지만, 다른 소비가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주말마다 가까운 교외에 놀러 가고 일 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다녀오기 위해 저축을 한다. 의식주를 제외한 소비 중에 나를 위한 소비가 있었나? 매 순간 소비를 하지만 그것이 내가 원해서 한 선택이 맞을까?
어느 순간부터 옷이나 악세서리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20대와 30대 초반에는 관심도 가지고 무리해서 명품을 사기도 했다. 그러한 소비가 주는 만족감이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옷이나 꾸밈에 대한 소비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책도 마찬 가지다. 책을 모으고 책장에 꽂아 두는 버릇도 사라졌다. 책장의 책들이 내 머릿속을 채워주진 않으니까. 밀리의 서재라는 어플 안에 있는 책만 하더라도 평생을 읽어도 다 읽지 못한다. 종이의 질감이 그리울 때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만족감을 채운다. 새 책을 넘기는 그 맛이 그리울 때가 있긴 하지만, 글자를 씹는 맛을 알게 되니 어느 순간부턴 책의 상태도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요즘 짠남자라는 프로그램을 재밌게 보고 있다. 과도한 소비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패널들이 재미를 곁들여 이야기한다. 본인이 실천하는 절약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패널들은 절약이 몸에 베여있었고 그중에서 진행자인 김종국은 압도적인 절약 정신을 보여준다. 그의 절약에 눈살이 찌푸려지거나 불편하진 않았다. 오히려 재미있고 유쾌했다. 자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이 좋았다. 아끼고 절약하고 필요한 물품은 나눔을 받아서 생활한다. 중고품을 쓰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자신이 절약한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에는 아끼지 않고 투자를 하고 돈을 쓰는 것이다. 그들이 보여주는 절약과 소비의 행태보단 소비에 대한 관점이 좋았다.
나의 소비는 어떠한가? 낭비라고 할 만한 건 없었다. 물론 외식을 자주 하고 종종 음식을 시켜 먹는 소비가 있기 하지만 그것이 무분별하거나 불필요한 소비라고 생각지 않는다. 몇 년 전 샀던 고가의 전자 피아노가 나를 위한 소비의 전부였다. 물론 사놓고 피아노를 친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것은 오롯이 나를 위한 소비였다. 아들과 함께 피아노를 친다는 이유를 첨가하여 소비를 정당화하며 무리해서 산 것이다. 내가 원하는 소비는 일상에 필요한 무언가가 아니어야 했다. 꼭 이것이 없어도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는 것들을 사고 싶었다. 필요성이 결여되어 있어야만 만족스러운 소비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쓸모없다는 것은 오로지 나를 위한 것과 같다. 그러한 것들을 사면서 내 존재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일까? 이러한 소비를 하면 알 수 있겠지?
P.S - 빼빼로 데이에 인형이 달린 빼빼로를 아내에게 선물했다. 아직 메지 못하는 리락쿠마 가방을 아들에게 사주었다. 아직은 가족이 기뻐하는 소비가 나에게 더 큰 행복을 주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