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삼킬 수 없는 것들을 삼키는 이들이 있다.
내시경실에서 일을 하다 보면 맞닥뜨리기 싫은 상황들이 있다. 무언가를 잘못 삼켜서 내시경으로 제거를 해야 하는 상황이 그중 하나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 중엔 삼킬 수 없는 것들을 삼키는 이들이 있다. 아이도, 나이 든 어른도, 치매가 있는 분들도. 나이랑은 상관없이 입안으로, 목안으로 넘겨온다. 대부분 생선 가시나 뼈가 걸려서 오는 경우가 많지만 의외의 물품들도 있다.
몇 개월 동안 뺐던 생선 가시들이다. 얼핏 보면 커 보이지 않지만 pyriforn sinus(이상와)의 크기보다 큰 이물들은 나오면서도 상처가 생길 수 있고 식도에도 상처를 입힌다. 몇 년 전, 생선 가시가 식도에 박혀있는 환자가 종합병원에서 내시경을 하고 응급실로 왔었다. CT상엔 동맥에 1/3이 침범해 있었고 가시가 박혀 있는 주변부는 농이 나오고 있었다. 다음날 수술실에서 흉부외과와 조인해서 내시경을 했다. 우리가 내시경으로 가이드를 하고 가시를 제거하면 출혈을 잡지 못할 것이기에 개흉수술을 바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다행히 출혈은 심하지 않았고 내시경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그 아찔함이란. 그만큼 생선가시를 삼키면 위험하다. 김치나 밥을 삼켜 빼는 것보단 내시경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술을 먹고 실수로 삼키고, 약을 껍질채 삼키기도 한다. 이어폰을 삼키고 사탕 막대와 집게도 삼킨다. 기도가 아닌 식도로 들어가서 망정이지 틀니나 치아는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나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채롭게 삼키는구나.
재소자들은 불가능에 도전한다. 칫솔도, 연필도, 뚜껑부터 해서 여러 가지를 삼키고 온다. 여러 가지 추론을 해볼 수 있겠지만 정확한 이유는 그들만이 알 거다. 그들은 여러 명의 교도관을 대동하고 죄수복(?)을 입고 온다. 자주 삼키는 사람도 있었고 수면으로 안 하면 이대로 죽겠다고 소리치는 사람도 있었다. 생의 의지는 생각보다 강하고 그들의 외침은 생존을 향한 몸부림이다. 이러한 이물을 제거하는 이는 정해져 있다. 주로 K교수님이 많이 하고 함께하는 간호사는 나다. 이유는 모른다.
P.S - 생각해 보면 삼킨 사람만큼 그걸 빼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