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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양말을 신었기 때문이다

by 박경국 Jan 14. 2025


 목표를 세우고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습성 같다. 2025년에는 이루고 싶은 것들과 해야 할

일들을 적어가며 목록을 상기시키곤 한다. 40년 동안 지키지 못하는 약속들과 시름을 하다 보니 나름의 방법도 생기고 관점도 바꾸게 되었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면 백이면 백 필패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로 채워나간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들로.


2000년 전에도 똑같은 고민을 하는 구나2000년 전에도 똑같은 고민을 하는 구나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올해는 제목만 알고 있는 책들을 읽는 것이 목표이다. 오즈의 마법사도, 피터팬도, 명상록과 수상록도. 내용의 줄거리는 알고 있지만 그 책을 읽어 본 기억은 가물가물 했다. 피터팬이 후크선장의 손을 잘랐다는 것은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팅커벨이 웬디를 질투해서 죽을 고비를 넘기게 한 것 또한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이다. 오즈의 마법사에선 캐릭터들이 매번 같은 이야기를 한다. 심장이 없고 두뇌가 없고 용기가 없다는 표현을 지겹도록 반복하고 있다. 보는 내가 짜증 날 정도로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부채의식을 풀어낸다. 명상록의 저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우주의 일부라는 개념으로 이야기하지만, 누구보다 죽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내가 알고 있던 동화의 아름 다움과는 거리가 멀었고 철인들도 죽음을 두려워하는 나약한 인간이었다.


https://brunch.co.kr/@colloky/471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고 느낄 때마다, 나는 늙어감을 느낀다. 매일 새로운 일탈을 꿈꾸지만, 가정을 꾸려나가야 하는 가장에겐 쉽지 않다. 조르바의 피가 끓어올라도 나보다 소중한 가족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일탈을 하지 못하는가? 그렇지 않다. 나는 끊임없이 변화를 줄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처한 상황 속에서 의식하지 않던 것들을 수정하고 고쳐 나간다. 일부러 새로운 선택을 해서 나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립밤이랑 오늘 신은 양말처럼.


브런치 글 이미지 2


 오늘 아침엔 일본에서 샀던 빨간 양말을 신고 출근했다. 살면서 빨간 양말을 구매한 적도, 착용한 적도 없었다. 나이 40살에 갑자기 착용하게 된 양말. 아내가 알면 한소리 하겠지만,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남편의 양말색 까진 컨트롤 할 수 없으니까. 빨간 양말을 신는다고 해서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진 않는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양말을 신고 나는 새로운 사람이 된다. 같은 시간에 출근을 하고 같은 버스를 타고 똑같은 일을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이 된다.


빨간 양말을 신었기 때문이다.


 p.s - 같은 매일을 살아내지만, 나라는 존재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오롯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찾아서 아주 사소한 선택과 변화로 삶을 채워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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