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기념일을 잘 챙기지 않는다. 100일, 200일과 같은 것은 보통이고 결혼기념일도 잘 챙기지 않는다. 코로나로 인해 결혼식이 두 번이나 밀렸기 때문에 날짜 자체를 기념하기보단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려 한다. 식이 밀리면서 혼인신고를 먼저 했기 때문에 5월 1일이 꼭 결혼을 한 날짜처럼 느껴진다. 그런 우리 가족이 꼭 챙기는 기념일이 있다. 바로 생일이다.
나는 생일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친구들이 축하해 주기도 하고 선물을 받아도 내 생일이 특별한 날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아내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마인드가 바뀌었다. 생일날에는 반드시 미역국을 먹어야 하고 케이크의 초를 불어야 한다. 선물도 주고 노래도 부른다. 6년을 그렇게 축하상을 받고 대접을 받으니 이제는 생일이 기다려진다. 문제는 나와 아내의 생일이 이틀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가 끓인 미역국을 먹고, 이틀뒤엔 아내가 끓인 미역국을 먹는다. 확실히 아내가 만든 미역국이 더 맛있긴 하다.
내가 퇴근을 해서 집에 오면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그렇기에 생일 전날 밤에 미역국을 끓여 놓았다. 미역국도 끓이다 보니 실력이 는다. 간이 맞고 국물이 우러나서 내가 만든 미역국이 맞나 의심이 든다. 예약한 꽃다발을 픽업해서 집으로 가는 길에 아내가 얼마나 좋아할지 상상한다.
소고기와 삼겹살을 구워서 저녁을 준비했다. 꽃다발도 주고 선물도 같이 개봉하며 축하를 했다. 축하를 해주는 시간이 행복하다.
아내는 내가 사준 생일 선물을 이리저리 만져본다. 이렇게나 좋아해 주다니. 한동안 선물이나 꽃다발을 주진 않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더라도 소소한 선물은 할 수 있었을 텐데. 바쁘고 육아를 한다는 이유로 아내를 소홀히 했다. 해맑게 웃으며 아이처럼 좋아하는 아내. 주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 케이크 초를 불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렇게 사소한 것에 행복해하는 아내와 복작복작 살아나가야지. 사랑하는 두 아들과 함께.
p.s - 아내의 생일상은 레베루가 다르구나.